2030에게 듣는 이준석 돌풍

이병철(시인),윤여진(시인), 문은강(소설가), 강백수(시인·싱어송라이터)
이병철(시인),윤여진(시인), 문은강(소설가), 강백수(시인·싱어송라이터)

지난 11일 국민의힘 당대표로 이준석이 선출됐다. 제1야당의 30대 당수가 탄생한 것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그동안 정치는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 각 분야를 적잖게 견인해 왔다. 이준석 당 대표는 파격적인 유권자 선택 결과다. 그 점에서 많은 국민들이 젊은 야당 대표가 열어갈 앞길에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 20~30대 젊은 작가 4명으로부터 ‘이준석 열풍’의 이유, 향후 국민의힘이 어떤 개혁의 길을 걸을 것인지, 젊은 야당 대표에게 거는 기대 등을 주제로 의견을 들어봤다. 이준석 대표와 동시대를 살아온 2030세대는 이 대표에게 공정과 공감 그리고 배려를 주문했다.

이병철 “경험 풍부한 중진 많지만 새로운 개혁의 유일한 카드”
강백수 “여당·야당 반복된 정치권의 구태에 대한 반감의 결과”
문은강 “변화와 혁신을 바란 청년세대의 열망이 선출로 증명”
윤여진 “청·장년 공존 어필 ‘효과’… 보수의 새 변화될지 관심”

이병철(이하 이): 안녕하세요. 급하게 주말에 여러분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지난주 국민의힘 전당대회(11일)에서 원내 경험이 없는 만 36세의 이준석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정치권의 눈도 ‘이준석 현상’을 주도한 2030세대에 쏠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2030세대는 이번 선택과 결과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이번 좌담은 그 의미 등을 나눠보고자 마련했습니다. 함께 해 준 시인이자 싱어송라이터 강백수 씨(이하 강), 소설가 문은강 씨(이하 문), 시인 윤여진 씨(이하 윤), 더운 날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준석이 당대표가 될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강, 문, 윤: 예상했습니다. 워낙 압승을 점치는 뉴스가 많이 나왔으니까요.

이: 그렇군요. 물론 저도 최근에는 당연히 이준석 후보의 당선을 예상했지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어요.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려면 야권 통합이라는 과제를 완수해야 하는데, 기존 정치권의 문법과 협상에 능숙한, 산전수전 다 겪은 중진급 ‘관리형 당대표’를 선출하리라고 봤었습니다. 지난 4월 설문조사에선 이준석의 이름이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반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국민의힘은 왜 젊은 당대표 이준석을 선택했을까요?

강: 지난 4월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 당시 2030세대의 표심이 대거 국민의힘을 향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모든 정당이 2030세대의 선택을 결코 무시할 수 없게 되었고요. 기존 장년세대 지지층이 탄탄한 국민의힘이 2030세대의 지지까지 얻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동력을 만들겠다는, 일종의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문: 혁신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는 세대교체겠지요. 국민의힘은 기존의 낡은 보수 이미지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을 거예요. 이준석은 보수의 기조를 유지하되 기존 정치인들과 다른 문법으로 청년 세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에서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뭔가 바꿔야 한다’는 야당의 불안이 이준석이라는 젊은 대표를 내세울 수 있는 지점으로 작동했다고 봅니다. 보수의 변화를 바라는 것이 단순히 청년 세대의 열망만은 아니었음이 이준석 당대표 선출을 통해 증명됐고요.

윤: 그동안 보수정당은 ‘보수다움’이라는 강박에 함몰되어 있었다고 생각해요. 보수정당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반의 문제인데, 당대표나 주요 직책은 최소 2선, 3선의 중진이 맡아야 한다는 경직된 사고가 결국 청년 세대와 불통하는 ‘꼰대 문화’로 나타나 왔죠. 정치권 특유의 ‘다움’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청년과 장년이 공존해야함을 어필한 것이 당대표로 선출된 원동력이 아닌가 싶어요.

이: 거칠게 말하자면, 국민의힘에 인물이 없기 때문에 이준석이 대표가 됐다고 봐요. 이준석의 역량을 깎아내리는 게 아니고, 낡은 정치인들 사이에서 더 존재감이 뚜렷해졌다는 것이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총선 패배 이후 지루한 횡보를 거듭하던 야당이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대권주자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있지만, 당을 이끌어나갈 지도부로는 마땅한 인물이 없었죠. 주호영이나 나경원, 김무성 전 의원 등은 능력과 자질, 경험이야 충분하지만 기성 정치권의 쇄신과 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을 설득하기에는 너무 이미지가 낡았으니까요. 이준석 당대표는 국민의힘이 안정 대신 개혁 노선을 설정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다고 봅니다.

이: 이번엔 질문 범위를 보다 좁혀서, 2030세대는 왜 젊은 당대표를 선택했을까요?

강: 이준석 개인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정치권의 구태에 대한 반감의 결과일 것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느낀 실망감으로 젊은 세대가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던졌지만, 돌아온 결과는 역시 실망스러웠죠. 지난 서울·부산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났듯 그 다음 선택은 국민의힘이었습니다. 거의 양당제에 가까운 한국 정치의 특성상 A 아니면 B, 다시 B 아니면 A로 돌아가야 하는 무한 반복의 굴레에 염증을 느낀 2030세대가 그 굴레 안에서 사람이라도 바꿔보자고 한 게 야당 지도부의 세대교체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문: 저 역시 2030세대가 이준석을 지지한 것은 이준석이라는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고 봅니다. 현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에 대한 신뢰가 없습니다.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죠. 소위 ‘꼰대 집단’이라고 불리는 보수 집단부터, 대의를 부르짖는 것에 심취해있을 뿐 ‘피해 호소인’ 작태에서 나타났듯 당장 한 개인의 인권을 유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진보 세력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기성세대에게 실망해왔습니다. 오늘날 2030세대는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 말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2030세대에게는 진영을 나누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대결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고루한 문법으로 점철된 정치권에서 이준석이 보여준 행보는 청년세대에게 변화와 혁신을 꿈꾸게 하기 충분했다고 봅니다.

이: 정치권에 2030세대를 대변할,

‘우리 세대 대표’가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열망이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각 정당마다 30대 의원들이 있고, 정의당에는 만 28세의 류호정 의원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비례대표나 초선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하거든요. 재계에는 30대 총수들이 수두룩하고, 언론에서도 30대 기자들이 맹활약하고, 스포츠에서도 30대 지도자들이 탄생하는데 정치에서만큼은 그동안 2030세대가 어린아이 취급을 받아왔습니다. 적어도 청년 세대가 원하는 것을 어른들보다는 잘 알고 공감하리라는 기대가 이준석 당대표에게 향했을 겁니다.

윤: TV 토론과 유세 연설, SNS 등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들에서 청년세대가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개개인의 개성과 장점, 능력을 존중하는 가치관이라든가 논리정연하게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말솜씨가 좋게 보였고,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 정책에 있어 뜬구름 잡듯 모호하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반면 청년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한 점이 2030에게 어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이준석을 선택한 국민의힘의 당심과 일반 국민들의 민심은 얼마나 일치할까요? 일치 혹은 괴리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강: 세대교체의 필요성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녹색당, 기본소득당 등 소규모 정당들에는 이미 30대 당대표가 있고, 정의당 역시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청년층의 정치참여 필요성은 일반 국민들 상당수가 느끼고 있던 부분이고,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이준석을 선택한 국민의힘의 당심은 민심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향후 여당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 예상해봅니다.

이: 저는 평소 보수야당을 지지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진보여당을 지지하지도 않았죠.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오가는 중도적 성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이준석 당대표 선출은 백퍼센트 지지합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당장 지금으로선 ‘국민의힘이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동의가 됩니다. 아마 극좌나 극우가 아닌 이상, 특히 중도층 그리고 2002년 노무현, 2011년 안철수처럼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원하는 청년세대는 국민의힘의 선택에 전적으로 동의할 겁니다.

윤: 글쎄, 잘 모르겠습니다. 이준석 당대표가 선출된 후 민심은 제자리걸음만 하던 보수야당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영웅적 존재를 기대하는 것 같은데, 전통적인 당심은 경륜이 부족한 당대표를 물가에 내놓은 아이마냥 걱정스레 지켜볼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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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가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대표실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평소에도 따릉이를 애용했으며, 당 대표 차량은 있으나 운전기사를 아직 구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가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대표실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평소에도 따릉이를 애용했으며, 당 대표 차량은 있으나 운전기사를 아직 구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연합뉴스

이: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의 평소 인상, 이미지는 어땠나요?

강: 과학고와 하버드라는 최고의 엘리트코스를 밟으며 빠르게 성장한 만큼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때로는 그것이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문: 개인적으로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을 신뢰하지는 않아요.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코스를 밟았고 ‘젊은’ ‘남성’ ‘기득권’으로서의 행보를 걸어왔으니까요. 약육강식의 실력경쟁을 강조하면서 사회와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하게 낮다는 것 역시 보여주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오로지 자신의 실력으로만 경쟁하자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는 듯합니다. 이준석 당대표를 보고 있노라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제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혐오 감정을 이용하는 것이 과연 사회발전을 위하여 옳은 방향인지에 대하여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는 당대표가 되고 첫 메시지로 ‘공존’을 강조했습니다만, 그가 꿈꾸는 공존이 과연 어떤 모양인지 미지수입니다. 불평등과 차별로 점철된 사회 속에서 공정한 능력주의를 부르짖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윤: 이슈화되기 전까지는 사실 잘 몰랐어요. 지인들로부터 ‘요즘 30대 젊은 정치인이 있다더라’, ‘이 사람이 말을 잘해서 자꾸만 보게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습니다. 당선 소식과 함께 뉴스를 살펴보니 과연 자신의 생각 그대로 말을 잘 전달하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이: 엘리트 학벌을 지니고 사회 경력 없이 곧장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입문했죠. 큰 시련 없이 성장해온 ‘온실 속 화초’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과거 TV토론회나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나 예상 밖의 변수가 발생했을 때 당황하며 허점을 보이는 경우를 종종 봤는데, 세련된 엘리트 이미지와 그늘을 이루는 유약한 인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맹공을 가하고, 진중권, 김어준 등 정치권의 ‘빅 마우스’들과 난전을 벌이는 걸 보니 정치의 근육이 붙어 꽤 단단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10여 년 동안 보수정당에서 ‘0선’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 채로 중책을 맡아오며 전투력과 내공을 다진 듯 보입니다.

이: 이준석의 장점은 무엇이고 한계는 무엇일까요?

강: 장점은 앞서 말한 것처럼 세련된 엘리트 이미지, 그리고 ‘나이가 깡패’라는 젊음이겠죠. 저는 토론자로서의 이준석을 자주 봤는데,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토론에 임하는 모습이 부정적인 쪽으로 인상적이었어요. ‘말하는 정치인’으로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을지 모르겠으나 ‘듣는 정치인’으로서 역량을 갖추었는지는 미지수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공감 능력의 부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정치인 이준석의 큰 과제라고 봐요.

문: 이준석은 그간의 행보를 통해 2030세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할 말은 한다’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박근혜 키즈’로 새누리당 최연소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되었지만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고 대구에서 박근혜 ‘탄핵 정당론’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대표가 된 이후에는 대변인을 토론경쟁으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말 그대로 파격행보를 보여주고 있죠. 개인적인 감정을 떠나 이준석이 보수의 새로운 대표로서 낡은 정치권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켜 주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모든 행보가 이준석이라는 프로듀서가 만들어낸 하나의 비즈니스 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평생을 기득권으로 살아온 이준석이 소시민의 실질적인 삶의 문제를 공감해줄 수 있을까요?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경험 부재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단순히 ‘젊은’ 정치인을 벗어나 이제는 당대표로서의 리더십과 추진력, 안정감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준석이 그것을 해내지 못한다면, 그저 흥미만을 일으키고 사라지는 반짝 스타, 그 이상이 되지 못할 겁니다.

이: 홍정욱 전 의원과 비슷한 이미지를 지녔다고 봅니다. 엘리트 출신의 30대 정치인, 홍정욱 만큼은 아니지만 잘생긴 외모 등등. 홍정욱 전 의원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대중들이 위화감과 이질감을 느꼈다면, 비슷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준석은 예능 방송 출연과 활발한 SNS 활동 등으로 친근함을 쌓아왔습니다. 이건 굉장히 큰 강점이라고 여겨집니다.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임재범의 ‘너를 위해’ 가사를 패러디한 센스에 벌써 대중들이 환호하고 있습니다. 엘리트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를 잘 활용한다면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키며 향후 대권주자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이번에 2030세대에게 지지를 받았지만, 남성들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지 여성들과는 페미니즘 논쟁으로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한쪽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다른 한쪽과 대립하는 모습은 과거 김기춘이 지역갈등을 선거에 활용한 구태정치를 연상케 하는 점이 있습니다. 자기 논리를 확실히 주장하는 것은 장점이나 그 논리 안에 타자에 대한, 특히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결여되었다면 ‘통합’ 대신 ‘갈등’을 야기하게 될 겁니다. 당대표에 오르면서 ‘공정’을 강조했는데, 이걸 잘 들여다보면 결국 ‘능력주의’거든요. 능력만 중요하게 여기는 경쟁주의가 사회에까지 확대된다면 승자와 패자로 공동체가 양극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공정’으로 포장된 능력주의 가치관이 이준석이 쥔 양날의 검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국민의힘은 어떤 변화를 보일까요? 이준석 돌풍이 부럽다던 여당은 어떤 쇄신을 모색할까요?

강: 이준석 대표는 2030 당원 가입을 대폭 늘려 3만명 정도의 당원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를 전방에 내세워 2030 지지층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고, 국민의당과 합당을 모색함으로써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당 역시 30대 정치인 풀을 두텁게 확보하고 있으나 이러한 인재들을 전면에 내세워 당정을 펼치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들에게 보다 전면에 나설 기회를 주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이준석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천명한 바대로 공천제도에 개혁이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자격 검증을 실시하겠다는 발언에 벌써 내년 지방의회 공천을 받으려는 이들이 엑셀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니 이미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죠. 이준석 대표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등과 가깝다고는 하나 친이계, 친박계, 김무성계 등 기존 계파 정치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고질병인 인맥 중심의 계파 정치가 해체되는 변화가 진보여당보다 보수야당에서 먼저 일어날 수도 있겠습니다. 반면 여당은 그동안 그 어떤 쇄신과 변화 의지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된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한 것이 이준석 돌풍에 대응하는 쇄신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보수야당의 30대 대표 이준석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강: 당대표로서 맞닥뜨려야 할 상황들은 그동안 경험했던 정치 환경과는 차원이 다른 전쟁터일 텐데, 청년 정치인의 패기와 당대표로서의 권위를 양손에 쥔 채 기죽지 말고, 쫄지 말고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펼쳐나가길 바랍니다.

윤: 보수정당에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주길,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를 연결해주는 선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청년 정책을 펼쳐주길 또 기대해봅니다.

문: 그냥 꼰대보다 더 무서운 게 젊은 꼰대라고 해요. 젊은 꼰대는 늘 자신만만하고 확신에 차있습니다. 자신이 이루어낸 성공이 모두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하지요. 충분한 결과를 내어놓지 못하는 사람들을 게으르거나 멍청하다고 치부합니다. 각자의 상황을 살펴보지 못한 채로 제 눈에 맞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아집, 이것이 꼰대들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무조건 새로운 것은 아닐 겁니다. 효율성과 공정성을 앞세운 ‘실력주의’를 내세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잘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정말로 자신이 이루었던 모든 것이 오직 자기 실력만으로 이룬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만일 자신이 지금과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다면 그때에도 이준석이 지금의 이준석일 수 있었을지 고민해보길 바랍니다. 세상에는 사각에 놓인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겁니다. 여러 우려를 뛰어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당대표가 되길 바랍니다.

이: ‘이준석 군’이라고 조롱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나 ‘장유유서’ 운운한 정세균 전 총리 등 진보여당의 꼰대 훈수를 생각하면 이 대표의 당선 자체만으로 정치권에 ‘쇄신’이라는 큰 화두가 던져졌다고 봅니다. 이제 당대표가 되어 운신의 결과 폭이 예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카풀 서비스와 택시 업계의 갈등 문제를 체감해보기 위해 택시면허를 취득해 2개월간 택시기사로 일한 것이나 블록체인 산업과 2030세대의 절망감을 이해하기 위해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것처럼 몸으로 뛰고 현장을 찾는 구체적 실천들을 많이 보여주길 기대해보겠습니다.

<정리=홍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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