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 이강덕 포항시장, 주낙영 경주시장이 지난 10일 경북도청에서 긴급회동을 하고, 그동안 집안싸움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었던 ‘K-바이오 랩 허브 구축사업’과 ‘국립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대해 교통정리를 했다.

이날 단체장들은 대구시와 포항시가 각각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던 바이오 랩 구축사업(중소벤처기업부 주관·총사업비 3천350억 원)은 포항을 대구·경북 대표 유치 후보지로 정하자고 결론냈다. 이 사업은 오늘(14일)이 사업계획서 제출 마감일이다. 그리고 이건희 미술관은 대구시 북구 산격동 옛 경북도청 자리에 힘을 모아 유치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경주시는 최근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겠다는 별도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단체장들은 이날 바이오 랩 유치를 위한 실질적 협력을 위해 공동TF를 구성해서 포항뿐 아니라 경주(양성자가속기), 안동(바이오산업단지), 대구(첨단의료복합단지)도 바이오 관련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포항시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현재 바이오 랩 유치의향서를 낸 곳은 대구와 포항 외에도 대전·인천·청주(오송)·춘천 등 10곳이나 된다. 포항시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유치위원회를 대대적으로 구성해 공모신청 준비를 해왔지만, 대구시는 뒤늦게 공모준비에 나섰다. 이건희 미술관의 경우, 전국 17개 지자체 모두 뜨거운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와 관련해 약 2천500억원을 투입해 이건희 헤리티지센터를 조성하고, 여기에 이건희 미술관, 미술보존센터, 야외문화공간과 같은 시설을 넣는 구상을 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이 서로 장점을 살려 바이오 랩 구축사업은 경북 포항을 중심으로, 이건희 미술관 건설 사업은 대구를 중심으로 유치운동을 하기로 합의를 한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 식구가 되기 위해 행정통합을 추진해 왔다.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기 위해서는 대구·경북이 한 몸이 돼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번 국책사업 유치경쟁을 두고 혹시 두 지자체가 출혈경쟁을 하지 않나 염려되었지만 늦게라도 상생협력 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