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인구 ‘50만 붕괴’ 막아라
(5) 철강도시에서 해양관광, 이제는 배터리 선도도시 포항으로

◇철의 도시에서 해양관광문화도시까지

도시의 경쟁력은 상징의 대결이다. “천년 수도”하면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10명 모두가 경주를 떠올리지 않을까. 대게하면 영덕, 나주는 배, 담양의 죽세공품까지. 어떤 도시를 꾸미는 수식어는 결국 그 도시의 정체성과 같다.

포항은 철강도시였다. 포스코(POSCO)가 없었다면 지금의 포항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은 그 존재만으로 한 지역에 미치는 사회·경제·문화적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한반도 동남쪽 끝 유배지였던 포항이 전국적으로 10여 개에 불과한 ‘대도시’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역시나 알파벳 ‘Z’로 더 많이 알려진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의 존재 덕분이었다.

1968년 7만1천여명이었던 포항시 인구 수는 1970년 포항제철 착공 이후 급속도로 늘었다. 1973년 10만8천여명, 1980년 20만1천여명, 1988년에는 30만명을 돌파했다. 해병대 전역자들을 제외하면, ‘포항 = 철강도시’라는 등식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올해 1월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발표한 연구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2016년 기준 포항의 산업별 생산액 평균을 비교해봤을 때 제조업 비중이 무려 43.5%로 나타났다. 건설업 5.8%, 사업서비스업 5.4% 도매및소매업 4.9% 등 다른 업종은 3∼6%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제조업 중에서도 1차금속이 75.4%로 압도적이다. 제조업, 그중에서도 1차금속 산업이 포항 경제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철강산업이 성장 한계에 부딪히면서 포항이라는 도시의 성장도 덩달아 멈추기 시작했다. 포항은 2007년 이래 실질 GRDP(지역내총생산)가 대체로 감소세였다. 2010년을 넘어서면서 포항의 인구 증가세가 둔화됐고, 2016년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새로운 먹거리산업을 찾고 있는 포항시의 눈에 띈 업종이 바로 해양관광산업. 이미 지구촌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해양관광에 포항시도 뛰어든다.

2012년 기준 세계관광객 규모가 10억명을 넘고, 시장 규모가 1조2천억달러를 차지하는 관광산업 중에서도 해양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나 된다. ‘영일만(迎日灣)’이라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진 포항에게 해양관광산업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화진·월포·칠포·영일대·도구·구룡포해수욕장 등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유명 해수욕장에 더해 포항공항, KTX포항역 등 교통편도 발달해 있었다. 연안크루즈 사업, 장길리 복합낚시공원,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조성에 더해 전국해양스포츠제전과 같은 국내 굵직한 해양스포츠 대회를 유치, 개최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해양관광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실현하기 위한 포항시의 이러한 움직임들은 현재까지는 실패에 가깝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앞 연안을 순회하던 포항영일만크루즈(주)는 최근 사업을 철수했고, ‘국내 최초 부력식 해상공원’으로 대대적으로 알려졌던 포항캐릭터해상공원 역시 개장 1년만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나머지 관광지들은 대부분 타지역 관광객들이 아닌 포항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만 이용되는 수준이다. 포항시 수천억원의 예산이 해양관광산업에 투입됐지만 포항을 떠나 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지 못했다. 인구 유입 관점에서 보면 낙제점이다.

 

규제자유특구 지정돼 2022년까지 집중 활성화

GS건설·(주)에코프로·포스코케미칼 등

세계 배터리업계 ‘빅3’ 함께 기업들 속속 둥지

기업·인재 ‘포항러시’ 맞이할 전략적 정책 필요

◇미래 포항은 배터리 선도도시

다시 기업이다. 포항의 미래 수식어는 배터리 선도도시다. 2019년 포항은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포항영일만1·4일반산업단지 및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일원 99만2천358.72㎡(약 30만평)가 특구로 지정되면서 이곳에서 4년동안 배터리 관련 활용기술 개발 및 산업 활성화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참여기업은 민간 11개, 재단법인 1개다. (재)경북테크노파트와 (주)해동엔지니어링은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종합관리사업’을 진행한다. 에스아이셀, (주)포엔, (주)에임스, (주)피엠그로우, (주)솔라라이트, (주)빈센 등 6개 기업은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재사용 사업’을, (주)에코프로GEM과 GS건설(주), 성일하이텍(주), (주)뉴테크엘아이비 등 4개 기업은 ‘재사용 불가 배터리 재활용사업’을 추진한다.

GS건설은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에 1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포항 영일만4일반산업단지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GS건설-경북도-포항시 간에 진행된 ‘배터리 리사이클링 투자 협약식’에 참석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양극소재 사업의 선두주자인 (주)에코프로는 자회사들인 비엠(BM), 지이엠(GEM), 이노베이션, 이엠(EM) 등을 앞세워 포항에 수천억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이차전지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을 건립 중이다.

이들 세 기업은 전 세계 배터리 업계의 ‘빅(Big)3’로 불리는 만큼, 포항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촌 배터리 시장에서의 가장 핵심 도시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배터리 산업과 관련한 기업의 포항러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정부 평가에서도 포항 배터리 규제자유특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2년 연속으로 최고등급인 ‘우수 특구’로 선정되기도 했다. 말 그대로 훈풍이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은 모두 갖춰졌다. 기업은 언제 어디서나 인재를 원하고, 인재는 일자리를 찾아 전국으로 떠난다. 현재 배터리 산업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포항에 둥지를 틀었고, 틀고 있다. 50만 인구 감소 위기와 마주한 포항이 인구 정책을 위해 무엇보다 선택해야 하는 건 다름아닌, 기업과 청년들이 바라는 서로의 ‘니즈(Needs)’를 파악해 매칭, 충족시켜주는 집중력이다. 과거 철강도시였던 포항의 찬란한 영광이 배터리산업으로 인해 재현되길 바라본다.

 

이강덕 포항시장
이강덕 포항시장

이강덕 포항시장에게 듣는다

“생애 전반 걸친 종합 인구정책 추진 시민이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포항으로 성장”

-감소세였던 포항시 인구가 최근 반등했다. 어떤 시책이 주효했나

△인구 50만 명이 무너질 경우 시민들이 겪게 될 불편을 막고자 ‘51만 회복’을 시정 최우선 정책으로 정했다. 그 중에서도 ‘포항사랑 주소 갖기 운동’과 ‘주소이전지원금 사업’을 전 공직자는 물론 시민, 대학, 군부대, 시민단체 등과 함께 협력해 범시민적 캠페인으로 적극 추진한 결과,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말 내국인 기준 50만 2천916명이던 인구가 올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4월말 기준 50만4천103명으로 1천187명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1천816명 감소했던 것에 대비해 실질적으로는 3천명 이상의 증가 효과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에 거주하면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숨은 인구’를 찾는데 주력하면서 인구 문제에 대한 시민 공감대와 동참 분위기를 폭넓게 형성하고, 전입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방안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

-인구 증가의 지속성 및 청년층의 인구 유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의 먹거리 산업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중장기적으로 인구 증가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포항이 살기 좋은 여건이 마련돼 머무르고 싶은, ‘삶의 질이 좋은 도시’라고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한 ‘일자리 창출’, ‘정주여건 개선’ 등 다양한 시책을 마련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청년 취·창업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추 산업인 철강산업의 재도약 기술개발사업 등을 추진해 경쟁력을 계속 확보하는 한편, 신소재·신산업 육성과 기업 유치, 청년 창업 지원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역 산업 생태계를 다변화해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창출하기 위해 ‘제2의 반도체’라 불리며 유망한 미래산업으로 각광받는 배터리산업을 필두로, 건강에 대한 관심과 투자 증대로 급성장하고 있는 바이오·헬스 산업의 연구 인프라 구축 및 기업 유치, 해상케이블카·환동해복합전시센터 건립, 환호공원 체험형 조형물 ‘클라우드’ 등을 통한 해양관광산업 육성까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항 산업의 차세대 주자는 역시 배터리인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규제 등이 강조되면서 전기차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고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2019년 중기부의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지정 이후 배터리 선도도시 포항을 목표로 배터리산업에 시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시는 이차전지산업 육성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 결과 배터리기업 유치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에코프로, GS건설, 포스코케미칼 등 대기업들의 투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배터리관련기업의 투자금액은 2조원, 고용인원은 3천여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포항을 우리나라 배터리 전략특구로 육성하기 위해 환경부 등 여러 부처와 협업으로 기술 개발과 실증, 기업육성의 전주기적 기업지원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올해 7월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가 준공 예정이며, 환경부와는 500억원 규모의 ‘사용 후 배터리산업화 플랫폼 구축사업’과 이차전지기업 지원과 육성을 위한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조성사업’도 추진중이다. 이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와는 3천억원 규모의 이차전지 부품소재장비 제품화 국산화 기술 개발을 위한 ‘차세대 배터리파크 조성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포항시는 이차전지산업 인프라와 국내 최고 연구 인력을 보유한 포스텍 철강에너지소재대학원 등을 적극 활용해 ‘원료생산 → 배터리소재 생산 → 배터리 제조 → 배터리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이차전지 밸류체인 생태계 조성으로 이차전지산업을 포항의 제2도약을 견인하는 신산업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포항시민들에게 포항의 청사진을 제시해 달라

△회색의 철강도시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환동해중심도시로 ‘삶과 도시의 대전환’을 이뤄 가겠다. 이를 위해 생애 전반에 걸친 인구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해 시민과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포항을 만들고자 한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아이돌봄서비스, 직장맘SOS서비스 등을 통한 일과 가정의 양립과 돌봄 사각지대 없는 안전한 보육 환경을 조성해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청춘센터 및 청년창업LAB 운영, 중소기업 정규직 프로젝트, 배터리 및 바이오·헬스 분야 신성장 산업 육성, 블루밸리 국가산단 투자유치, 강소연구개발특구 조성 등 청년들의 취·창업 지원과 지역 내 신규 일자리 확충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도시재생 뉴딜사업, 행복주택 제공, 학산천 복원 등 그린웨이 프로젝트 확대, 해양관광산업 육성 등 정주여건 개선을 통해 도시경쟁력과 생활만족도를 동시에 높여나가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시민과 상생할 수 있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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