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매출 급감 탓에
중고거래앱 소상공인 매물 가득
포항지역서도 폐업 처분거래
몇달 새 수십건으로 늘어나
연말연초 대출상환 기한 오면
대거 폐업 사태 불 보듯

포항시 북구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시민이 지난 10일 중고거래앱에 냉장고를 내놨다. ‘코로나 덕분에’ 폐업하게 돼 구입한지 1년 된 냉장고를 판매한다고 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식당 폐업으로 방석 내놓습니다. 새것으로 사들인 지 얼마 안 됐습니다.’(포항시 북구 흥해읍)

‘6개월 사용한 포스기 양도합니다. 창업하시는 분들, 새것 사지 말고 연락주세요.’(포항시 남구 해도동)

최근 중고거래앱에 지역 자영업자들이 가게를 정리하면서 내놓은 물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물건을 헐값에 팔겠다는 업자들은 하나같이 “코로나19로 폐업”을 맞았다고 한다. ‘코로나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가게 문을 닫게 된 자영업자들이 가전제품이나 집기류 등을 중고로 팔아 푼돈이라도 챙기려는 양상이다.

포항시 북구 장성동에서 30년째 한식당을 운영해온 A씨는 지난 19일 가게에서 사용하던 식기세척기를 중고거래앱을 통해 팔았다. 두 달 전부터 물건을 하나씩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해 대형 냉장고와 선반,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봉투 스티커까지 싼 가격에 처리했다. 일회용 용기 몇 개와 냄비받침 같은 작은 소품들은 중고물품을 가지러 온 사람들에게 덤으로 끼워 처분했다. A씨는 “폐업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있지만 고철 값만 남겨주는 경우가 많아 한 푼이라도 건지려면 헐값에라도 팔아야지 어찌하겠느냐?”라며 “코로나 이후로 손님이 줄어 매출이라고 할 게 없을 정도로 장사가 안됐다. ‘설마, 금방 끝나겠지’싶었는데 종업원 2명을 내보내고 집사람과 둘이서 버텼지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상황이 더 나빠져 결국 장사를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폐업을 결심한 자영업자는 A씨뿐만이 아니다. 22일 그가 이용했다는 중고거래앱에 들어가 ‘폐업’이라는 단어로 검색해보니 식당이나 카페, 사무실이 망해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업소용 테이블, 의자, 냉장고, 가스레인지, 냉난방기, 포스기, 전화기 등의 목록이 화면에 펼쳐졌다. 포항시 남구 상대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던 한 업자는 불판 6장을 개당 2만원에 팔겠다고 내놨다. 이마저도 6개를 모두 구입하면 1만원을 에누리해주겠다고 했다. 지난 10월에는 음악학원이 문을 닫게 됐다며 중고거래앱을 통해 수업에 사용했던 피아노 3대를 무료 나눔한 시민도 있었다.

중고거래앱에 올라온 폐업 처분거래는 지난 9월까지만 해도 포항에서 한 달에 1∼2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10월 들어 38건으로 급증했고, 11∼12월 현재까지 등록돼 있는 거래도 29건에 달한다. 코로나 사태가 1년 가까이 이어진 데다 성탄절과 송년회 등 연말 특수마저 물 건너간 상황이라 자영업자들이 입을 ‘코로나 충격’은 점차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올해 자영업자들이 겪은 고통은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12월 둘째주(7∼13일)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감소해 올해 들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모든 업종에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음식점 매출이 57% 하락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제한된 데다 소비 심리마저 위축된 탓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빚을 내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연말연초 줄줄이 폐업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만 전국에서 10만3천943개 상가점포가 문을 닫아 하루 1천100여 개꼴로 사라졌다.

공단 관계자는 “장사를 접고 싶어도 막상 다른 돈벌이를 찾지 못해 당장 문을 닫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이 많다”며 “연말연초에 대출상환 기간까지 다가오면 자영업자들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대거 폐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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