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대열씨 냉장고.
데레사가 소리를 지른다. “여보! 큰일 났어. 냉동실이 고장 났는지 다 녹아내리고 있어. 빨리 와봐.” 달려가 보니 냉동식품들이 해동 중이었다. 냉동실에는 얼어있는 물건들이 많고 단열이 잘 되어있어 문만 여닫지 않으면 하루 이틀은 버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데레사에게 냉장고 문을 절대 열지 말라고 이르곤 A/S 센터에 전화했다.

담당자가 이것저것을 묻더니 냉동실 상부 두 군데에 찬바람이 나오는 구멍이 있는데 혹시 얼음으로 막히지 않았는지 살펴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종종 식품이 바람 통로를 막아 냉동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였다.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냉동실 문을 여는 순간 반쯤 녹은 덩어리가 떨어지며 발 등을 때린다. 이것은 냉장고가 아니다. 무슨 창고나 식품상이다. 틈도 없이 꽉꽉이다. 얼음을 제거하고 공기 통로를 열어 놓은 뒤 이틀이 지나 확인해보니 정상적으로 작동됐다.

냉동실에 무엇이 들었는지, 언제 넣은 것인 줄 아느냐니까 다 알고 있으니 걱정을 ‘하덜덜’ 말라고 한다. 우리 두 식구 사는 집에 684리터짜리 냉장고와 199리터 크기의 김치 냉장고가 있다. 그런데도 일이 생길 때마다 냉동고 타령을 하며 냉동고 없는 집은 우리 집뿐이라고 한다. 만약 내가 냉동고를 사 준다 해도 반년쯤 지나면 또 꽉 꽉 들어찰 것이고 그때는 업소용 냉동고로 바꾸어 달라고 할 것 같다. 사십오 년 전 결혼 다음 해 12월 보너스 타서 180리터짜리 냉장고를 샀다. 그날 밤 데레사는 얼마나 좋았던지 한밤중 자다 말고 일어나 냉장고를 닦았었다. 그때 그 사람이 맞는가 묻고 싶다.

요즈음은 자동차공장에서도 부품창고가 없다고 했다.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공장에서 바로 조립장으로 들여오므로 창고며 부품을 관리하고 운반하는 비용을 없앴다고 한다. 사용빈도가 높지 않은 식품들은 마트의 신선 코너에 보관하는 것은 어떨까 하고 묻고 싶다.

/류대열(경주시 외동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