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손경찬의 대구·경북 人
나눔의 미학 실천하는 고려건설 장세철 회장

‘일체유심조’를 삶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는 고려건설 장세철 회장.
‘일체유심조’를 삶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는 고려건설 장세철 회장.

건설회사라니 어수선하고 다소 거칠거라고 예상했던 사무실은 마치 학교의 연구실에 간 듯 했다. 테이블 위에 가득 쌓인 서류들과 다소 이질적으로 보이는 다기(茶器)들이 묘하게 어울려 상상의 사무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풀비체라는 로고가 여기저기 보이고 건설 중인 건물의 조감도가 벽에 붙어 있는 사무실에서 장세철 회장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무실이 마치 연구실 같다는 내 말에 장 회장이 웃었다.

“나는 공부하는 걸 좋아해요. 대학원에서 도시재생을 공부했는데 아마 지역에서는 이 분야의 박사 1호일 걸요. 아, 그건 쓰지 마세요. 혹시나 틀릴 수도 있으니까.”
 

고려건설은…

‘배움과 도전 그리고 나눔' 슬로건 삼아

지역 도시재생 사업 발전에 공헌해 온 중견기업

IT연구소 운영 사물인터넷 구현에도 앞장서 와

장 회장은…

지역 도시재생 이끈 기업가이자 사회사업가

스리랑카 왕립대학 명예철학박사 학위 받기도

대학교 장학금 기부·시니어 문화대학 운영에

한국생활예총도 맡아 예술인 후원에도 열성

앞으로의 계획은…

대구·경기에 자급자족 가능한 헬스케어센터 건설

노년의 경제문제 해결해 줄 실버타운 만들고파

기업의 이익 실현 ‘사회 환원'에도 더욱 노력할 터

몇 호라는 그 순서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그의 그런 자부심이 보기에 좋았다. 장 회장은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술을 마시면 저녁 시간이 그대로 낭비되는데 그 시간에 집에 들어가 공부를 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부단히 공부를 할 수 있는 것도 술을 마시기 않고 버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시재생이라는 건 도시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명이 다한 도시를 재생하는 분야죠. 흔히 건설회사라면 산을 깎고 들판을 밀어서 건물을 지으면서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만 생각하는데 이미 있는 도시를 재생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도시가 많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도시재생도 건설회사에서는 중요한 사업 분야거든요.”

‘배움과 도전 그리고 나눔’이 고려건설의 슬로건이라고 했다. 배움이 없는 회사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도전이 없으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며, 나눔이 없으면 이익만 추구하는 수준 낮은 회사밖에 되지 못하니 회사의 이런 슬로건은 ‘기부왕’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장 회장에게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고려건설에는 ‘모티’라는 IT디자인 연구소가 있다. ‘모티’라는 것은 모퉁이라는 의미의 경상도 사투리로 중심이 아닌 모퉁이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 이름을 선택했다고 했다. 건설회사에서 연구소라는 것도 이색적이었지만 IT연구소라는 것은 더 이색적이었다.

내가 인문학을 공부한 작가라고 생각해서였을까. 장 회장은 IT에 대한 설명부터 이어갔다.

“IT라는건 ICT와 IOT를 합쳐서 부르는 말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인 ICT는 우리나라에서 150년 역사를 가진 KT가 담당하고 있고, IOT는 사물인터넷을 말하죠.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 회사 연구소는 사물인터넷 연구소입니다.”

사물인터넷에 관심을 보이자 장 회장은 오히려 작가가 그런 것에 흥미를 가지는 것이 더 신기하다고 말했다. 작가는 세상의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데 어찌 사물인터넷에 관심이 없겠는가. 이미 아파트에 일부 도입되어 있는 사물인터넷을 우리 집에서는 강아지가 가장 잘 활용한다. 인터폰으로 차 들어오는 신호가 오면 쪼르르 현관으로 달려가 사람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데 들어오는 사람은 이미 준비된 강아지의 환대를 받는 것이다. 나는 그 신호를 받고 밥상을 차리고 어떨 때는 엘리베이터를 지하로 내려보내 준다.

“지금은 차가 들어오면 엘리베이터가 감지해서 차가 멈추는 층에 먼저 내려가 있는 수준입니다.”

지금 사물인터넷의 수준이 어디까지 도달해 있느냐의 질문에 장 회장은 흥미로운 대답을 내놓았다. “로봇이 사람과 대화할 때 사람이 말하지 않는 감정도 읽어서 대화가 가능하죠. 아이가 혼자 있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겁니다.”

입력된 것만 출력이 가능한 기계가 입력되지 않은 것을 유추해서 출력할 수 있다면 이미 고전적인 의미의 기계를 넘어선 것이다. 추론능력을 갖추었으니 기계와 인공지능의 결합이 주택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려건설이 짓고 있다는 풀비체의 사물인터넷의 수준이 궁금했다. IT 디자인 연구소를 가지고 있는 지역의 건설회사라니 얼마나 흥미로운가. 잠깐이었지만 최고 수준의 사물인터넷이 구현되어 있을 풀비체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풀비체의 의미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새벽이슬에 비치는 햇살의 영롱한 반짝임 같은 것입니다.”

그는 그렇게 사회에서 풀비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일체유심조’라는 좌우명으로 평생을 살아온 그는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강한 의지와 집념을 가지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샤프하면서 예의 바른 그는 스스로 사차원적이고 돈키호테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런 기질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끝없이 도전하는 지금의 회사를 일구어 냈을 것이다.
 

“도시재생이라는 건 도시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명이 다한

도시를 재생하는 분야죠.

이미 있는 도시를 재생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도시가

많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도시재생도 건설회사에서는

중요한 사업 분야거든요.”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는 그의 말을 시작으로 봉사에 대한 말이 이어졌다.

“예전에는 집에 사랑채가 있었잖아요.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죠. 집 주인은 거기에 머무는 손님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면서 베푸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손님들을 통해 자신의 일을 구상하고 살림을 불려 나갈 수 있었죠.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찾아내기도 하고, 또 사랑채에 몰려드는 예술인들을 후원하기도 했어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풀비체 문화대학을 5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인생의 마지막 계획을 털어놓았다.

“대구와 경기도에 헬스케어센터를 건설하고 싶어요. 자급자족이 가능한 고품격 실버타운이죠. 역모기지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그래야 노년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장 회장은 사회사업가이면서 기업가이고 싶어했다. 스스로를 ‘투잡 인생’이라고 표현하는 그는 사람들은 운이 좋아 사업을 이렇게 일구어 가는 줄 알지만 운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부단한 노력의 대가라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노력 없이는 운이 다가와도 잡을 수가 없다.

수많은 단체의 대표를 맡고 끝없이 기부를 하는 그에게 기부란 어떤 의미인지를 물어보았다.

“기부를 많이 하면 회사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또 지역과 친해지는 묘약이기도 하죠. 앞산에는 12개의 등산코스가 있는데 시간이 나면 매주 그 길을 오르내립니다. 올라갈 때는 지난 한 주의 일을 반성하고 내려올 때는 다가올 한 주의 일을 계획하죠. 스님들이 포행(布行)하듯이 천천히 그 길을 걸으면 머리가 맑아지면서 해야 할 일들이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오너가 좀 더 부지런하고 전문적으로 직접 일을 챙기면 더 많은 이익을 실현할 수 있죠. 전 그런 이익을 기부하는데 쓰려고 합니다.”

장 회장이 기부하는 곳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수많은 사회단체의 대표 자리는 곧 기부를 하는 단체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특히 대학교에 장학금을 주거나 풀비체 문화대학 등에 많은 기부를 한다. 최근에 맡은 한국생활예총은 특히 운영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예술인들은 개성이 강해 독자적으로 행동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어렵지만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기도 하다.

장 회장은 스스로가 대구의 사랑채 역할을 하고 싶어 했다. 자신의 사랑채로 모여드는 사람들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그 아이디어를 통해 기업을 운영하면서 이익을 실현하고, 그 이익을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의 마인드다.

끝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는 기업인인 그는 뜻밖에도 스리랑카 왕립대학으로부터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록 명예이긴 하지만 건설회사 회장의 철학박사 학위는 다소 뜬금없었다.

“이래 보여도 제가 사색과 명상을 엄청 좋아합니다. 기업 운영에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데 유연한 사고를 하려면 여유가 필요하죠. 쉼이 있어야 도전도 있습니다. 쉬지 않고 가다보면 직진만 하게 됩니다. 돌아가는 길에서 많은 걸 얻을 수 있는데 사람들은 돌아가는 길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죠. 전 돌아가기를 즐깁니다. 그래서 동화사 신도회장도 맡았는지 몰라요. 절에 가면 여유가 생기고 많은 걸 얻어오죠.”

소문으로 듣던 장 회장은 기업운영과 기부의 대명사였지만 막상 만나본 그는 공부하는 기업인이고 나눔의 미학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말처럼 고려건설이 대구의 대표적인 건설회사였던 청구와 우방의 맥을 잇기를 기대한다.

/글 천영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