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자 대구·경북
청년 일자리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은 옛말. 취업을 위해 수도권 등으로 몰렸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해외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영진전문대학교가 주최·주관한 해외취업박람회 현장.  /영진전문대학교 제공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은 옛말. 취업을 위해 수도권 등으로 몰렸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해외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영진전문대학교가 주최·주관한 해외취업박람회 현장. /영진전문대학교 제공

지난해 대구에서는 한 해 동안 33만6천92명이 떠났다. 경북에서도 31만1천82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지역을 빠져나갔다. 그나마 20년 전보다 많이 나아진 수치라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지난 2000년 기준 대구의 한 해 전출인구는 48만947명, 경북의 전출인구는 40만6천344명이다.

대구·경북에서 인구는 계속해서 유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청년인구 유출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대구·경북 기준 20∼29세에서 가장 많은 인구 순이동(전입인구-전출인구) 마이너스가 나타나고 있다. 공교육이 끝나는 시점과 맞물려 대입 또는 취업시장에 발을 들인 20대가 지역에 안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상황이다. 객관적인 자료나 수치가 굳이 제시되지 않더라도, 당장 주변에서 2030세대를 새로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까지 왔다.
 

청년 유출·미스매치 큰 문제로 대두
지역 내 인재 선순환 제도 마련 절실
인재 육성에서 취업으로 이어지는
산·학·관·공 협력 하나의 해법으로
대경권 공공기관 등 범위 확대 필요
“대구경북 생존 위한 해답은 청년
성장 동력 청년에 집중 투자해야”

□ 청년 유출과 미스매치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는 이유는 당연히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취업 유랑’을 한다. 서울 등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는 지역인재 유출현상은 수십 년째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더 많은 임금에 직장환경도 좋은 해외로까지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향한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자료를 보면, 지난 2015년 2천903명이던 해외취업 청년의 수는 매년 늘어 지난 2018년에는 5천783명을 기록했다.

청년 문제를 양분하는 또 하나의 난제는 바로 ‘미스매치(Mismatch)’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전문대학 졸업 이상 25∼34세 임금근로자 중 50%는 전공과 직업이 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대학을 졸업해 취업에 성공한 10명 중 5명은 대학교 4년동안 공부했던 자신의 전공과 무관하게 직업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미스매치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OECD 회원국의 전공-직업 미스매치 비율은 평균 39.1%다. 충분히 대한민국은 비정상적이다.

특히나, ‘미스매치’는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임이 분명하다. 우선 대학생 1명의 1년 평균등록금이 약 670만원인데, 단순 계산해보면 4년간 대학에 낸 2천600여만원의 등록금이 결과적으로 취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고교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70%에 육박한다. 경제적 논리를 떠나 시간과 노력 등 부수적인 부분까지 계산하면 손해를 값으로 매길 수 없다. 청년들은 이러한 불일치사회에서 삶을 살고 있다. 지금의 청년들이 겪는 문제다.

□ 산학관공과 산학연

해묵은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새로 수립할 시기다. 이전까지 대구 따로 경북 따로 청년 정책을 펼쳤던 데 반해, 새로운 출발은 대구·경북을 하나로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대구와 구미, 청도, 경산, 영천 등이 사실상 하나의 동일생활권으로 묶여 있고, 같은 문제점들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대구·경북을 따로 둔다는 것 자체가 사실 어불성설이다. ‘지역’이라는 단어의 경계를 대구 또는 경북이 아니라 대구·경북으로 재정립해야만 지역 청년들이 겪는 문제에 올바르게 접근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지역 인재 유출이 현재로서는 지역에서 가장 큰 청년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인재들이 지역 내에서 선순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더욱이 청년들이 지역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지역에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어야 타 시·도로, 해외로 향하는 발걸음을 막을 수 있다.

시작은 청년들의 ‘니즈(Needs)’ 파악에 있다. 일자리를 고르는 청년들의 1순위는 연봉이었고, 후순위에 직업 환경 등이 뒤따랐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청년들의 가치관은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대기업보다는 공기업, 공공기관에 취직하길 선호하기 시작한 청년들은 치열한 경쟁사회보다 정년이 보장된, 미래가 어느정도 확실한 안정적인 직장을 원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만큼이나 8·9급 지방직 공무원 경쟁률이 높은 까닭 역시 안정지향적인 성향이 청년들에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역 내 소수의 대학들은 인재 유출 문제의 해결방안에 근접했다. 경북대학교와 영남대학교, 금오공과대학교는 각각 지자체-공공기관-산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방 공공기관과 관련 사업체 수요에 맞는 지역인재를 육성하고,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굳이 말하자면 ‘산(産)학(學)관(官)공(公)’쯤 된다.

예를 들어 금오공대가 타 대학들과 협력해 지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면,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전력기술, 한국수력원자력 등 18개 기관과 60여 곳의 산업체가 앞장서서 채용을 돕는 식이다. 관련해서 지자체들은 특색에 맞는 특화 분야 사업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고, 추가로 기업들과 학생들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영남대와 경북대도 같은 방식으로 지역 내 기관, 산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연계사업은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취직을 선호하는 청년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관통하고 있어 지역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해법으로 꼽힌다. 다만, 아직은 취업의 범위가 각 시·도에 한정돼 있다는 한계점이 있기 때문에 먼저 대구경북권 공공기관 및 산업체 전체로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되고 있는 ‘산·학·연 융합대학’은 대구·경북의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결책으로 주목받는다. 단순하게는 산업단지와 대학, 연구시설을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의미지만, 깊이 들어가면 산학연 융합대학을 통해 지역 산업계와 연동되는 미래 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 지역사회의 미래 신산업을 이끌어갈 핵심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산학연 융합대학 설립은 지역 특성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구·경북에 산재해있는 산업단지(대구사이언스파크, 포항블루밸리, 구미하이테크 등)들과 지역대학·전문대학들이 연결된다.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이 일선 생산 현장에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동시에 연구시설에서는 산단의 중심 산업을 확대, 발전시킨다.

산단끼리 연계해 새로운 산업을 구상하거나 개발할 수도 있다. 지역 내 중소, 중견기업과의 인력양성 교류 협력 체계를 구축하면서 현실적으로는 기업과 지역, 청년이 상생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특히, 산학연 융합대학 내에 설립될 ‘대경권기업대학공동업종전환및전직지원센터(가칭)’는 앞으로 지역 일자리의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앙부처와 지자체, 대학, 기업 모두가 참여한 센터는 기업에게는 업종 전환에 대한 지원을, 재직자들에게는 새로운 직장, 직업으로의 이적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아직 공감대 형성 등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센터가 제 역할을 다 해줄 경우 청년 문제 중 심각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스매치’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직이나 재취업 부분에서도 센터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외에도 대구·경북을 동서남북 4개 권역으로 나눈 권역별 특성화사업도 일자리 창출의 한 방안으로 제시된다. 북부권은 농림업, 서부권은 IT, 동해안권은 소재 및 철강에너지, 남부권은 자동차부품산업으로 각각 육성·발전시켜 지역 경쟁력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관련 산업들이 권역에 집중되면서 발달, 추가 일자리 창출 가능성도 크다.

□ 생존에 합심해야

지난 2012년부터 대구·경북의 실업률과 고용률은 높은 변동폭과 불안정성을 보였다. 지역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인구 유출 심화에 출생률 등은 여전히 밑바닥이다. 고령사회로의 이동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 소멸이란 말이 생소하지 않을 만큼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시점까지 왔다.

역시나 해답은 청년이다. 사회를 이끌어나갈 동력인 청년에 대구·경북이 집중하고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경북만의 문제도, 대구만의 문제도 아니다. 같은 문제를 같이 해결해나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청년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공감대의 형성이 필수적이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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