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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최전선 의료인에 “방호복 아껴라”

심상선·이바름기자
등록일 2020-03-04 20:38 게재일 2020-03-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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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병원 물자 부족 절약 지시<br/>방호복 아까워 휴식도 못 지켜<br/>대구시·정부 지원 시작 됐지만<br/>현장 소비 못 따라가 개선 시급

“순환펌프기(PAPR) 작동이 잘 안돼서 탈진으로 기절할 뻔했어요” “디지털 체온계가 없어서 액와체온계를 쓰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방지 및 치료의 최일선에 선 대구·경북지역 병원들이 방호복, 순환펌프기, 자동체온계, 마스크 등 물자부족으로 병원감염 확산 일촉즉발의 순간을 맞고 있다. 확진 환자가 입원한 격리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이러한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대구가톨릭병원 한 간호사는 “방호복을 입고 일하는 사람은 2시간마다 교대하며 쉬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지만 방호복이 부족해서 4시간, 길게는 8시간을 휴식을 못하고 있다. 다음 근무자가 와서 교대하려고 해도 물품부족으로 방호복 찾아 다른 병동을 헤매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중증환자와 고령 환자들이 입원한 병실은 방호복을 입은 상태에서 인공호흡기, 산소호흡기 모니터, 환자 가래 뽑기, 체위 변경, 식사, 기저귀 갈기, 대소변 처리까지 해야 한다.

간호사들이 보호장비를 단순히 착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착용한 상태에서 격렬한 노동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중증 환자가 위급한 상태에서 인공호흡을 하는 상황에 부닥치면 고유량 산소요법 사용, 가래 뽑기 등의 과정에서 에어로졸 현상이 발생해 바이러스에 상시 노출되는 상황이 된다.

확진자가 증가하는 경북지역도 보호장비가 부족하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알려진 것처럼 의료복이나 수술복이 찢어진 채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의료봉사자들에 비해 이들을 보호하는 장비부터 장갑, 마스크 등 일회성 도구들은 매 순간 사라져가는 게 현실이다.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방진복을 포함해 장비가 많이 부족하고, 레벨D 보호세트가 일선에서 제일 시급하다”면서 “페이스실드라고 얼굴에 쓰는 게 있는 데 포항의료원에는 페이스실드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는 비말감염에 에어로졸 감염 노출 위험도가 매우 높다. 이런 상황인데도 코로나 중증환자 현장은 ‘지금 물품이 부족하니 레벨D 방호복, 순환펌프기를 아껴써라’는 지시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하물며 N95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환자 접점부서 직원들은 ‘마스크 확보량이 부족하니 어제 쓰던 마스크 한 번 더 사용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간호사들은 “안전보다 물품을 아끼는 것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는 확진자 입원 병동의 직원을 불안하고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현장이 방호물품 걱정 없이 코로나 환자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구시가 물품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대구시와 정부는 레벨D 세트 보호복을 9만5천개를 대구지역 코로나19 병원 현장에 지원했다. 지원된 레벨D 보호 세트는 대구가톨릭대학 의료원 현장에 500개, 경북대병원 본원 300개, 경북대칠곡병원에 200개 등이 배분됐다. 하지만, 중환자 1명당 간호사가 입는 방호복 하루 소비량은 12개 이상에 이르고 병동 간호사, 검사부서, 이송팀, 의사 등이 사용하고 있는 레벨D 보호장비는 하루 100개가 소비되고 있다. /심상선·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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