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과 4.0의 차이
3.0과 4.0의 차이
  • 등록일 2020.01.14 19:59
  • 게재일 20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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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지영 포스텍 산학협력교수·산업경영공학과
곽지영 포스텍 산학협력교수·산업경영공학과

스마트시티 연구를 하다 보니 소위 ‘4차 산업혁명 관련 내용’으로 강의해 달라는 요청을 더러 받게 된다. 학생, 기업, 공무원, 일반 시민 등 강의 대상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청중들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4차산업혁명이나 스마트시대는 자동화 시대의 연속이거나 아직 막연히 먼 미래 아닌가요? 얼마 전까지도 이제 곧 모든 게 자동화될 거라며 세상이 떠들썩했는데 주변을 보면 갈 길이 멀지 않은가요?”

떠들썩했던 3.0 시대의 등장을 기억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앞세운 3.0의 시대는 마치 폭주하는 마법사처럼 ‘자동화’의 마술지팡이를 휘두르며 이 세상 모든 것들을 변화시켜버릴 기세로 우리 삶 속으로 날아 들어왔었다. 산업, 시장, 리더십, 조직, 일자리, 웹, 미디어 등 우리에게 익숙했던 거의 모든 것들에 유행처럼 3.0이라는 숫자가 붙었다. 신기하게도 3.0이라 불리게 된 순간, 마법에라도 걸린 듯, 그 이전의 것들은 일제히 낡고 무능해 보이기 시작했다. 증기기관이 이끈 산업혁명의 시대를 1.0으로, 조립생산 라인이 가져온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를 2.0으로, 누가 봐도 오래된 것임이 명백하도록 선을 딱 그어 놓은 다음 주인공처럼 마지막에 등장했으니 그럴 만 했다.

그러나 3.0시대가 불러온 보다 의미 있는 변화는 그 이후에 시작되었다. 강력한 컴퓨팅 파워에 힘입은 자동화의 물결은 산업현장에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그 결과, 제품을 만들면 팔리는 공급자가 ‘갑’인 시대는 끝났고, 시장에서는 기업들 간의 무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이나 소비자를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을 시장, 혹은 단순한 소비의 주체로만 바라보던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의 무모함을 반성하게 되었고, 이제 사용자를 이성과 감성, 취향과 영혼을 가진 전인적 존재로 인식하고 ‘고객’이라 칭하며 모시기 시작한 것이다.

3.0시대로의 변화가 아직 미치지 못한 산업 분야도 적지 않은데, 이미 세상은 4.0의 시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고 하니, 3.0과 4.0의 차이가 ‘허상’으로 느껴질 만도 하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3.0과 4.0은 순차적인 개념이 아니라 서로 효능이 다른 ‘마술지팡이’로 봐야 한다. 3.0시대의 마술지팡이가 사람의 역할을 대체할 자동화 대상을 찾아내는 데 주로 쓰였다면, 4.0시대 마술지팡이의 효능은 연결성과 지능화의 대상을 찾아 사람이 하는 일을 돕는데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를 무리하게 추진하여 생태계 내의 저항이나 마찰을 야기하는 ‘자동화의 늪’에 빠져 실패하는 기업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자동차 업계는 미래차의 전략적 방향성을 무인차가 아닌 자율주행차로 조정하여 운전자 탑승여부가 아니라 연결성과 지능화를 통해 차량이 스스로 판단하고 주행하는 기술에 집중함으로써 그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자신의 분야가 지금 비슷한 난관에 부딪혀 있다면 서둘러 마술지팡이를 바꿔 드는 것을 권하고 싶다. 3.0시대의 지팡이를 과감히 버리고 4.0시대의 지팡이로 갈아탄다면 더 쉽고 확실한 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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