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나의 하루하루는 24시간으로 쪼개져 시계의 재깍재깍하는 소리에 먹혀들어가는 그런 하루가 아니었다.”

‘월든’에서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호화로운 가구, 맛있는 요리, 고급 주택 등을 살 돈을 마련하는 데 자신의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월든 호숫가 근처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소로우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얽매임이 없는 ‘자유’라며, 자신이 숲으로 들어간 이유도 죽음을 맞이했을 때 자신이 헛된 삶을 살았구나 깨닫지 않도록 삶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라고 하였다. 소로우가 ‘월든’에서 던진 질문을 통해 2019년을 지나 온 시간들을 돌아본다.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소로우는 ‘지금 여기’의 중요성을 말한다. 시간에 쫓기듯이 분주하게 사는 삶은 결국 우리의 생을 낭비하는 것임을 지적한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만 하고 더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고, 병들 때를 대비해 돈을 벌려고 애쓴 나머지 무리한 결과로 결국 병이 들고 마는 우리의 현실을 꼬집는다. 그는 ‘운명을 개선해보려는 노력은 보류한 채 가난하게 타고난 자신의 신세만을 한탄하는 사람들과, 찌꺼기 같은 부를 축적하여 겉으로는 부유하지만 스스로 금과 은으로 된 족쇄를 찬 사람들’을 향해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월든에서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과거와 미래를 포함하여 그 어느 시대도 ‘지금’보다 더 거룩하지는 않다”며 깨어 있는 삶을 강조한다. 인간의 영혼과 오늘이라는 시점이 우리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임을 보여준다.

소로우는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는 “거리의 천박함을 넘어서서 영원한 암시와 자극을 주는” 고전 독서의 가치를 강조한다. 심심풀이로 하는 가벼운 읽을거리를 찾는 독서는 참다운 독서가 아니라고 하며, “발돋움하고 서듯이 하는 독서, 우리가 가장 또렷또렷하게 깨어 있는 시간들을 바치는 독서”가 진정한 의미의 독서라고 하였다. 독서는 그가 머물었던 콩코드 지역의 인물들보다 더 현명한 사람들과 사귀며 그들의 예지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자, 고대의 위인들만큼 훌륭해지려면 그들이 얼마나 훌륭했던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하였다. 생계를 유지하는데 바빠 책읽기를 등한시해 왔던 성인들을 위해 마을 하나하나가 대학이 되어야 한다며, 배움은 평생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강조하였다.

소로우는 “당신 내부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라”고 역설하였다. 자기 자신의 내면을 탐험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길을 만들어가라고 하였다. 그는 자기 자신의 삶을 표현하기를 “선실에 편히 묵으면서 손님으로 항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인생의 돛대 앞에, 갑판 위에 있기를 원한다”고 하였다. 이렇듯 2019년에 다시 읽은 소로우의 ‘월든’은 여전히 빛나는 구절들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1845년 소로우가 던진 질문은 2020년을 맞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 그 화두로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시작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