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 악!”… 블랙아이스 대책 없나
“어, 어, 악!”… 블랙아이스 대책 없나
  • 손병현기자
  • 등록일 2019.12.15 19:50
  • 게재일 2019.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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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추돌사고 잇단 발생 원인
겨울철 도로 결빙 핫이슈 부상
도로관리자 과실 물을 수 없고
안전 운전 당부가 유일 예방법
상습지역 인식표지판·열선 등
재발 방지할 체계적 관리 시급

14일 새벽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블랙 아이스(Black Ice)’로 인한 다중 추돌사고가 동시에 발생해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사진은 추돌사고와 화재가 겹친 상행선 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겨울철 고속도로 결빙관리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14일 새벽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연이어 발생한 다중 추돌 사고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해 교통당국의 뚜렷한 대책이 없어 앞으로 비슷한 참사가 반복될 우려를 낳고 있다. 사고원인이 ‘블랙 아이스’(도로 표면의 얇은 빙판)로 알려지면서 결빙관리의 필요성이 커졌다. 블랙아이스는 2008년 12월 청원∼상주 구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29중 충돌사고의 원인으로 드러났다. 2012년 김포 고가도로에서 발생한 25중 충돌사고, 2016년 서해안 고속도로 광천 IC에서 발생한 16중 추돌사고, 지난해 경기도 성남과 전남 화순에서 각각 발생한 27중 추돌사고와 18중 추돌사고 등도 블랙아이스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빙판길 교통사고의 대부분이 100%로 운전자 과실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국가배상법엔 도로 같은 영조물의 관리부실로 인한 하자가 발생할 경우 배상이 가능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지만 ‘블랙 아이스’를 비롯한 도로결빙 사고에 대한 과실 책임을 도로관리책임자에게 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도로 결빙의 직접적인 원인이 도로관리책임자에게 있을 경우에만 배상이 가능하다. 도로의 결빙위험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지 않아도 도로관리책임자는 과실이 없다. 다만 최저속도의 제한이 있는 고속도로 등 특수 목적이 있는 도로의 경우는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사고 예방 대책으로 안전 운전을 당부하고 있을 뿐이다. 운전자가 사전에 위험을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는 표지판과 함께 상습 결빙 지역 도로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주∼영천고속도로 사고를 간신히 피한 트럭 운전사 A씨는 “겨울철만 되면 이 고속도로는 곳곳이 얼어 운전 중 위험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면서 “영상의 날씨여도 겨울철엔 눈이 오거나 비가 내리면 내리막길인 이곳에 미리 염화칼슘을 뿌려주는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고가 난 이 구간엔 최대속도 100㎞와 최저속도 50㎞를 알리는 표지판과 차간 거리 확보, 경사도 표지판이 있지만 결빙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은 없다.

‘블랙 아이스’는 어는 비의 일종으로 과냉각 상태로 내리던 비가 지표면에 닿거나 물체에 부딪혔을 때 유리면과 같이 코팅된 모습으로 얼어붙는 현상을 의미한다. 살얼음으로 아스팔트 색이 그대로 투영돼 운전자가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워 ‘도로의 암살자’로 불린다. 어는 비는 사전에 예측이 어려워 적극적인 대응 방안이 수립해야 함에도 기상청 예보에 필수 사항으로 분류돼 있지도 않다. 더구나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관련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지난 2016년 한국도로공사가 어는 비의 발생원인 조사 및 예보 방안을 강구하고자 발행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노면 온도 예측시스템(RWIS)의 개선점을 도출, 매년 제설 작업에 적용하고 있을 정도다.

민자 고속도로를 비롯해 일반도로에는 이마저 적용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교통행정 당국과 한국도로공사는 유사한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전국 도로를 일제조사해 예방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상습 결빙 구간에 열선, 온수파이프, 발열매트 등의 발연체가 들어간 포장을 도입하는 방안도 필요한 것으로 제시됐다. 전북 부안군 상습 결빙 구간에 무인 열선 제설시스템이 최근 설치된 것이 사례다. 

도로 포장 분야 출원 중 노면의 결빙 방지 관련 출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필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결빙 방지 포장 출원이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도로 포장 분야 총 출원건수의 5.7%였으나, 최근 2012년부터 2016년은 7.7%를 차지했다.

10년간 결빙 방지 포장 출원건수 총 223건으로 중소기업과 개인의 출원이 각각 47%와 36%로 중소기업과 개인의 출원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를 비롯해 연구소, 대학 등의 국가·연구기관은 11%로 일반 기업에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손병현기자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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