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사과 (4)
기적의 사과 (4)
  • 등록일 2019.12.15 19:53
  • 게재일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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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한 새벽이라 뭔가를 잘못 봤나 싶어서 나무 가지를 타고 올라 자세히 관찰합니다. 주렁주렁 매달린 것은 사과가 아니고 도토리였습니다. 6년 동안 사과에 집착한 나머지 도토리를 사과로 착각했던 거지요. 그런데 이 도토리는 크기도 엄청나고 더할 나위없이 건강해 보입니다. 집념의 기무라 아키노리, 이 상황에서 생각에 빠져듭니다. 자신이 지금 자살하러 갔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왜, 깊은 산속의 도토리는 이토록 건강한가?”를 집중적으로 생각합니다.

하늘에서 무슨 계시라도 받은 듯한 깨달음이 머리를 때립니다. 미친 듯이 도토리 나무의 밑둥치 아래 흙을 두 손으로 파헤치기 시작하지요. 손톱에 피가 나도록 산속 도토리 나무 아래 땅을 파 들어갑니다. 마침내 그의 두 손에는 도토리 나무 뿌리가 닿아 있는 흙이 담깁니다. 그는 흙 냄새를 맡아봅니다. 형언할 수 없는 향기로움이 가득하지요. 온갖 미생물이 살아 숨쉬는 자연 그대로의 흙을 온 몸으로 느끼며 벼락에 맞은 듯한 전율을 느낍니다.

“바로 이거다!” 그는 자살하려던 밧줄을 산 속에 버려둔 채, 정신없이 뛰어 내리막길을 달립니다. 몇 번이나 넘어졌는지 모릅니다. 웃다가 울다가 미친 사람처럼 킬킬거리며 한 밤 중의 산을 달려 초토화된 사과 밭에 도착하지요. 산에서 했던 것처럼 사과 나무 밑둥 아래 흙을 파헤칩니다. “역시, 완전히 다르구나”

예상은 적중합니다. 산속 도토리 나무가 심겨 있는 토양의 흙 냄새와 사과 밭 흙 냄새는 생명의 향기로움과 죽음의 악취처럼 달랐습니다. 지난 6년의 실패는 눈에 보이는 것, 줄기와 가지와 이파리의 벌레만 바라보고 그것을 없애려는 노력에 집착했음을 깨닫습니다. 기무라에게 다시 희망이 싹트자 그는 놀라운 의욕으로 다시 작업에 착수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과 밭 토양을 완전히 갈아 엎는 일에 착수합니다. (계속)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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