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지책의 해
호구지책의 해
  • 등록일 2019.12.15 19:52
  • 게재일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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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마무리할 때 흔히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표현을 잘 쓴다. “한해동안 일도 많았으며 어려움도 많았다”는 뜻으로 한해를 회고하는 자리에서 사용하기에는 제격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올 한해를 되돌아보는 사자성어가 발표되고 있다. 다사다난했음은 물론이거니와 유난히 한해가 어려웠다고 회고하는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청년 실업자가 내뱉는 아픔의 표현이 우리를 우울케 한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구직자가 가장 많이 뽑은 사자성어는 전전반측(輾轉反側)이다. 걱정거리로 마음이 괴로워 잠을 이루지 못해 몸을 뒤척인다는 뜻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그들은 “마른나무와 불기 없는 재와 같다”는 심정의 고목사회(枯木死灰)를 그해 사자성어로 선정한 바 있다. 한해가 지났어도 그들은 여전히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한 언론이 만들어 낸 3포세대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젊은 세대를 두고 한 말이다. 세월이 지나 3포는 5포와 7포로 바뀌더니 지금은 포기할 것이 너무 많아 n포세대라 부른다고 한다.

꿈을 먹고살아야 할 젊은이에게 들이닥친 호구지책(糊口之策)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또 해를 넘기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젊은이는 삶의 가장 중요 가치로 ‘경제적 안정’을 압도적으로 손꼽았다. 도전과 성공, 성취라는 이상적 희망보다 경제라는 현실을 택한 젊은 세대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이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한 것도 호구지책에 매달린 젊은이의 사고가 낳은 결과가 아닐까. 내년에도 모두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가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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