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남구 한 대형 식자재마트
건축법상 소방시설의무 피하려
건물 두 개를 한 개로 편법 사용
좁은 통로 연결돼 화재 땐 위험
시민들 “안전불감증 도 넘었다”

대형 식자재마트가 소방시설물 설치 의무 등을 피하려고 ‘쪼개기 건축’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포항시 남구의 한 대형식자재마트는 두 건물을 나란히 건설한 뒤 불법으로 통로를 연결해서 한 건물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진과 화재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중이용시설에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식자재마트는 지난해에 화재로 건물이 전소했던 곳이어서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어섰다는 쓴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12일 포항시 남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6일 연일읍 생지리 일원에 지상 1층 998.46㎡ 규모의 건축물이 준공된 데 이어 10월 11일 지상 1층 규모 654.45㎡의 건물이 나란히 들어섰다. 이 두 건물은 구청으로부터 각각 건축물 사용 허가를 받았다. 이후 먼저 지어진 건물에 대해 기타식품판매점으로 구청에 영업신고를 한 후 최근 식자재마트 운영을 시작했다. 서류상으로는 각기 다른 건물이지만, 확인결과 이 두 건물은 통로가 연결돼 있어서 하나의 건물처럼 사용되고 있다.

건축법상 유통매장은 근린생활시설로 구분되며, 바닥 면적이 1천㎡를 넘어갈 경우 판매 및 영업시설로 분류된다.

이 마트는 현재 두 건물 크기를 더한 1천600여㎡로 운영되고 있으나, 서류상으로는 998.46㎡ 규모라서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있다.

판매 및 영업시설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소방안전시설과 장애인편의시설 등의 제한을 쪼개기 건축으로 모두 피해 관련법의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 더구나 이 마트는 판매 및 영업시설로 구분됐을 때 설치해야 하는 스프링클러와 방화벽은커녕 시각경보기, 유도등 등 근린생활시설이 갖춰야 하는 소방시설물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두 건물을 연결하는 통로가 1개뿐이고 좁은 통로 양옆으로 물건이 쌓여 있어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실정이다. 화재가 나거나 지진이 발생할 경우 대피에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는 지적이다.

포항시민과 소방전문가들은 식자재마트는 불에 타기 쉬운 음식재료들이 가득 쌓여 있고, 주말이면 이용객들이 많아서 화재 발생 시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포항시민 박모(54·남구 연일읍)씨는 “불이 나서 건물이 전소했던 식자재마트 자리에 다시 같은 업종을 시작하면서 꼼수까지 쓰며 소방시설물 설치를 소홀히 했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면서 “안전과 직결된 사항인 만큼 문제가 되는 사항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민은 “편법을 통해 시설비 등을 아끼려는 것처럼 보이는데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을 빠뜨리는 것은 생명을 경시하는 것과 같다”고 분개했다.

포항남부소방서 관계자는 “해당 건축물 완공 당시 소방필증을 확인한 결과 연결통로에 대한 소방시설물 설치 여부에 대한 통보는 받지 못했다”며 “두 건물 각각에 대한 소방시설물 등록 사항을 받았기 때문에 건축물 사용 승인 허가를 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건물을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면 분명히 문제가 된다. 건물 외부도 화재에 취약한 패널구조라서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고 덧붙였다. 건축물 허가와 영업신고를 담당한 포항시 남구청도 “현장 조사를 통해 불법사실을 확인했다”며 “3개월간의 계도기간을 주고 개선이 없으면 고발 혹은 강제이행금을 부과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안찬규·이시라기자

    안찬규·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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