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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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9.12.12 19:49
  • 게재일 201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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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자유한국당이 위기를 맞고 있다. 새해 예산안 협의를 놓고 여당과 밀고당기며 버티다가 패싱당했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붙여진 선거제개편안과 공수처법안 저지를 위해 국회 로텐터홀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황교안 대표는 “선거법과 공수처법마저 날치기 처리를 강행하려 할 것이다. 좌파독재 완성을 위한 의회 쿠데타가 임박했다”면서 국회 로텐터홀에 ‘나를 밟고가라’는 현수막을 바닥에 설치하고, 무기한농성에 들어갔다.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 날치기 통과를 막기 위해 로텐터홀에서 잠을 자며 24시간 머무르겠다는 계획이다. 현역의원들도 10∼15명씩 돌아가며 취침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지난 11일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상임위 소속 의원별로 조를 짜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해 본회의 개의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민주당이 본회의를 취소하자 농성을 풀었다.

문제는 한국당이 여당에 맞서 강경투쟁을 하려해도 할 수 있는 카드가 그리 많지 않다는 데 있다. 범여권이 ‘4+1(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및 대안신당)협의체’로 수적 우세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상임고문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황 대표와 오찬을 하면서 “정치는 투쟁이고 싸우는 것”이라며 강경투쟁을 주문해 이에 부합하는 모양새를 내고싶지만 현실이 여의치 않다. 우선 국회의장이 의사진행을 못하게 막는 것은 국회선진화법 위반이 우려돼 의원들을 마냥 몸싸움에 내몰 수 없다. 추가 고소와 고발 위험이 있으니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할 현역 의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필리버스터로 맞선다해도 여당이 임시국회를 쪼개기로 대응하면 법안처리를 다소 지연시키는 정도의 효과밖에 기대하기 어렵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의원직 총사퇴 주장도 나왔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행이 어렵다. 회기중 의원직 총사퇴가 본회의 표결에서 과반으로 가결돼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없다. 국회의장의 재가가 필요한 데, 재가해줄 리가 없다. 설령 의원직 총사퇴가 실현된다해도 사퇴 이후에는 대정부비판이나 견제 기능 자체를 잃어버리고 만다. 그 이후에는 더 이상 해볼 수 있는 게 없어지는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 들어 선 셈이다.

자유한국당이 이같은 곤경에 빠진 것은 여당이 야당을 무시하고 일방통행식으로 예산이나 법안을 통과시키지는 않으리란 순진한 착각에 빠져 있었기 때문은 아닌가. 패스트트랙 자체도 국회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의 입법의지를 존중하자는 취지로 만든 강행처리 입법절차다. 의회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한다. 여당이 군소야당과 손을 잡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행위를 ‘의회쿠데타’라고 목청높여 비난해봤자 별 소용이 없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합법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14일 다시 장외집회에 나서기로 한 것도 바로 합법적인 방법으로 법처리를 막을 방법이 없고, 협상도 쉽지 않은 처지를 반영한다.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했다. 소수당의 설움이 분하면 다수당이 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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