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농약 재배를 시작한 첫 여름 95% 사과 잎이 벌레에게 초토화되어 떨어집니다. 기무라와 가족들은 망연자실합니다. 다음해에는 6만평 사과 밭에 단 한 그루도 꽃이 피지 않습니다. 수확량은 제로로 떨어집니다. 수천만원 이익을 남기던 과수원 수입이 0으로 떨어집니다. 건강보험료, 아이들의 학비, 생활비가 사라집니다. 아이 지우개를 3개로 잘라 써야 할 정도로 궁핍합니다.

주위에서는 다시 농약을 뿌리라고, 무슨 정신 나간 실험이냐고 책망합니다. 기무라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마을의 캬바레에 가서 호객꾼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이때 조폭들에게 두드려 맞아 앞니가 왕창 빠집니다. 기무라의 사진을 보면 앞니가 없어서 약간 모자라는 사람처럼 보이는 인상입니다. 궁핍한 시절의 아픈 기억이지요.

벌레와 사투를 벌인 게 6년입니다. 정말 미친 사람이 아닐까요? 절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기무라 아키노리 나이 서른다섯. 6년의 시간 동안 그는 온갖 방법을 다 써서 농약을 쓰지 않고 벌레를 퇴치할 방법을 연구합니다.

모든 수입이 다 끊어지고 가족들은 거지가 되었습니다. 사과 밭 모든 나무마다 빨간 딱지가 붙었습니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겁니다.

“포기하느니 죽고 말겠다!” 서른다섯 기무라 아키노리는 자살을 결심합니다. 밧줄 세 가닥을 엮어 산으로 올라갑니다. 아무 탈출구가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농약을 치면 6만평의 밭을 살릴 수는 있습니다. 사과나무가 죽은 것은 아니니까요. 벌레들에게 착취당하고 수탈당하고 있을 뿐이지 사과나무는 아직까지는 살아있으니까요.

자살하려 새벽에 산 중턱에 올라 체중을 버텨줄 큰 나무를 고릅니다. 밧줄을 가지에 던지려 하는 순간, 기무라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입니다.

분명 깊은 산 속인데 나무에 주먹 만한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겁니다. ‘저게 뭐지?’(계속)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