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모르고 맵다가 뒤돌아서면 다시 생각나는 그 빨간 맛
멋모르고 맵다가 뒤돌아서면 다시 생각나는 그 빨간 맛
  • 등록일 2019.12.11 19:50
  • 게재일 20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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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식당’ 닭불고기

고추 양념구이 맛집 3곳

영양은 고추로 유명하다. 고추는 양념의 재료다. 돼지고기, 닭고기에 고추 양념을 제대로 한 집들이 제법 있다. 돼지고기, 닭고기 고추 양념이 아주 좋은 구이집 3곳을 소개한다.

 

술 생각 나 갔더니, 깊은 정성을 먹었네
칠보식당

“저녁에 가볍게 술 한잔 생각나시면 가봐도 좋을 집”이라고 소개받았다. “대단한 집은 아니고, 허름한 집이니 큰 기대는 하지 마라”는 말도 덧붙였다. 메뉴도 평범하다. 닭불고기, 닭발불고기 등이다. 내륙 어디나 있는 평범한 메뉴다.

허름한 안팎의 분위기와는 달리 음식, 반찬이 상당히 깔끔하다. 채소도 신선하다. 대부분 닭, 돼지 불고기 식당은 물엿을 많이 사용한다. 물엿을 쓰지 않으면 겉모양부터 표시가 난다. 먹음직스럽지도, 표면이 반짝거리지도 않는다. 문제는 맛이다. 물엿은 지나치게 단맛을 낸다. 이 가게 불고기는 달지 않다. 닭고기의 맛이나 닭발의 식감을 제대로 살렸다.

 

음식을 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직접 닭을 해체하고 손질한다. 가게 뒤편에 연탄불이 있다. 일일이 석쇠로 굽는다. 불맛이 좋다.

직접 손질한 고기에 달지 않은, 자가 제조 양념이다. 더하여 연탄불에 일일이 정성스럽게 굽는다. 시골이라서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 시골이라도 1만 원대의 음식에 곧이곧대로 정성을 기울이는 곳은 드물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깊은 정성을 기울이는 가게에 감사.

 

‘갈매기식당’ 돼지주물럭
‘갈매기식당’ 돼지주물럭

인심 좋은 시장통서 맛보는 깔끔한 매운맛
갈매기식당

재래시장 골목길의 자그마한 가게다. 문에 써 붙인 메뉴가 재미있다. 주물럭, 칼국수, 비빔밥, 정식 등이다. 메뉴는 의미가 없다. 정식을 시킨 후, 밥 위에 반찬들을 올린 후 비비면 비빔밥이다. 비빔밥을 주문해도 마찬가지. 별다른 비빔용 나물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쌀밥’ ‘보리밥’을 가르는 게 낫다. 비빔용 대접을 줄 때 쌀밥? 혹은 보리밥? 이라고 묻는다.

 

가게 안팎이 허름한 ‘동네 식당’이다. 반찬은 상당히 정갈하다. ‘주물럭’은 양념한 돼지고기 주물럭 볶음이다. 주문하면 불판에 냄비를 올린다. 냄비 속에는 먹음직스러운 돼지고기 주물럭과 대파 등이 들어 있다. 한가할 때는 주인이 볶아주기도 하지만, 바쁜 식사시간에는 손님이 직접 볶는다. 양념이 수준급이다. 반찬들도 양념이 좋다. 시골 읍내의 시장통이다. 채소류는 늘 신선하다. 여기에 영양 특산 고춧가루를 더한다. 깔끔한 매운맛이 아주 좋다. 간판은 없다. LED 전광판에 ‘갈매기’가 흘러간다. 그래서 가게 이름이 ‘갈매기식당’임을 알 수 있다.

 

‘맘포식당’ 돼지고기 주물럭 볶음
‘맘포식당’ 돼지고기 주물럭 볶음

묵은지·콩나물 넣은 돼지주물럭 “별다르네”
맘포식당

노포다. 업력 50년. 관광객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다. 메뉴는 한우와 돼지고기 그리고 돼지고기 주물럭이다. 메뉴에는 ‘돼지주물럭’이라고 표기했다. 돼지 주물럭은, 경북 내륙지방의 일반적인 것과 얼마간 다른 부분이 있다. 돼지 주물럭에 콩나물 데친 것과 묵은 지를 더하여 끓인다. 칼칼한 맛이 별다르다. 불판이 돌판인 것이 눈에 띈다. 돌판은, 열기를 은은하게, 오래 지킨다. 돼지고기와 곱창을 섞었다.

 

대부분 손님은 고기, 곱창, 채소를 건져 먹은 다음, 돌판에 밥을 볶는다. 이 집의 특이한 점이다. 별도의 김 가루 등을 더한 다음 종업원이 볶아주기도 한다.

한우와 돼지고기구이도 가능하다.

 

‘장원가든’ 한상차림
‘장원가든’ 한상차림

산나물 전문 맛집 2곳

영양은 깊은 산속이다. 오지이니 산나물이 아주 좋다. 봄에는 산나물축제도 연다. 산나물 전문점도 군데군데 있다. 그중 두 곳을 소개한다. 1년 내내 묵나물이 아니라 푸른 산나물, 들나물을 만날 수 있는 맛집들이다.

도드라지지 않고 슴슴한 맛의 향연
장원가든

영양군청 바로 곁에 있다.

가벼운 식사나 손님맞이로도 모두 좋다. 여러 종류의 산나물, 들나물들을 세심하게 갈라서 내놓는다. 나물 대의 색깔이 붉은 것, 보라색 등은 자연산이다. 자연산 나물들 대여섯 가지를 잘 매만져서 내놓는다. 정식을 주문하면 여기에 보쌈과 고등어구이가 곁들여진다. 명이나물과 더불어 내놓는 보쌈도 잘 만진 것이다.

여러 종류의 나물과 조화를 이루는 간장, 된장 등이 돋보인다. “음식은 장맛”이라는 평범한 이야기를 다시 떠올린다. 나물 고유의 맛과 향을 그대로 전한다.

모든 음식이 다 맛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산나물은, 맛이 아니라 향으로 먹는다.

된장찌개와 무가 들어간 국, 배추 부침 등을 눈여겨볼 것. 수준급의 음식이다. 도드라진 맛이 아니라 슴슴한 맛이다. 식재료 고유의 맛과 향을 제대로 살렸다. 재래 된장의 맛을 살린 된장찌개도 좋다. 추천.
 

‘선바위가든’ 산채정식
‘선바위가든’ 산채정식

시골밥상이지만 세련된 맛도 겸비
선바위가든

육류는 예약 판매다. 산채정식, 산채비빔밥 전문점이다. 손님들의 기호를 무시할 수는 없다. 식당이 그리 많지 않은 곳이다. 고기를 찾는 이들도 있다. 내놓기는 하지만, 예약해야 한다. 산채 음식은 늘 가능하다. 산채정식에도 적절한 양의 불고기를 내놓는다.


나물을 일일이 가르지 않고, 섞어서 내놓는다. 이유가 있다.

봄철 산나물 채취 기간은 길지 않다. 시골도 인력난이다. 힘든 산나물 채취 일을 하려는 이가 드물다. 주인 가족, 식당 종업원들을 중심으로 직접 봄철에 산나물을 채취한다.
 

‘선바위가든’ 나물모듬
‘선바위가든’ 나물모듬

짧은 기간에 해내는 일이다. 바쁜 시간에 일일이 산나물을 가리기 힘들다. 섞어서 채취하고, 저녁에는 바로 보관 준비를 해야 한다. 나물을 가르지 않은 이유다.

정성을 기울인 밥상, 주인이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는 밥상이다. 시골의 밥상이지만 세련된 맛도 있다. 수수하면서 정갈한 밥상이 아주 좋다. 내부는 상당히 깔끔하다. 추천.


“영양 가면, 이 곳은 꼭 가보시길!”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탁주양조장 ‘영양탁주합동’, 영양을 한식의 고장으로 만든 ‘음식디미방’ 체험관, 연꽃 연못 위의 카페3G. 이 3곳을 영양에 가면 가봐야 할 곳으로 추천한다.


 

영양탁주합동

1926년 문을 연 곳이다. 이름 ‘영양탁주합동’의 ‘합동’은 오늘날 협동조합 식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세운 탁주, 막걸리 양조장이다. 경북에서는 가장 오래된 막걸리 제조 공장이다. 영양이 오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켜올 수 있었을 것이다. 막걸리는 유통 과정이 까다롭다. 가격 대비 무게가 무겁고, 운반 과정에서도 쉬 상한다. 술의 도수가 낮다. 효모균이 살아 있는 술이기 때문에 쉽게 상한다. 일제는 세금을 걷을 목적으로 전통주를 막고, 당시로선 근대적인 주류 제조 공장을 권했다. 몇 곳의 양조장을 합쳐서 만든 것이 바로 ‘합동 양조장’이다.

‘영양탁주합동’은 얼마 전 주인이 바뀌었다. 최근까지 술을 빚었으나 이제는 문을 닫았다. 바뀐 주인이 새로 문을 열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음식디미방
음식디미방

두들마을 ‘음식디미방’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여성군자 장계향 음식디미방 체험관’이란 긴 이름도 있다.

안동 서후면에 종택이 있는 경당 장흥효 선생의 외동딸이 장계향이다. 석계 이시명과 혼인, 영덕으로 시집갔다. 석계가 영덕에서 오늘날 영양 두들마을로 세거지를 옮기면서 영양에서 살았다. 1670년 무렵, ‘음식디미방’을 남겼다. 장계향의 음식은 안동, 영덕, 영양, 그리고 외가인 봉화의 음식을 모두 모았다. ‘음식디미방’ ‘맛질방문’의 ‘맛질’은 봉화다. 외가인 ‘봉화의 음식 만드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현재 ‘음식디미방 체험관’에서는 17세기 반가의 여러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원형 잡채와 여러 종류의 ‘누르미’ 음식 등은 반드시 봐야 할 음식. 예약 필수.

 

카페3G

설마, 했던 곳에서 수준급의 카페를 만난다. 영양 읍내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에 있다. 대부분 카페가 높은 곳을 찾는다. ‘카페3G’는 나지막한 곳에 있다. 지방도에서 바라보면 나지막한 곳에, 대도시에 있을 법한 예쁜 카페 건물이 보인다. 바로 곁에 자그마한 연못이 있다. 멀리 산과 들, 학교 건물이 하나 있다. 늦봄부터 여름 한 철에는 연못에 연꽃이 잔뜩 핀다. 이 무렵이 ‘카페 제철’이다. 연꽃으로 둘러싸인, 마치 작은 배같이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려면, 여름철에 가는 것도 좋을 듯.   /음식평론가 황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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