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해묵은 국회 예산 날치기 통과 활극이 펼쳐졌다.

국민의 혈세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놓고 밤새 머리를 맞대어 몇 날이고 고민해도 시원찮을 선량들은 자나 깨나 권력 쟁패에만 여념이 없다. 도대체 국회와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하는 게 뭐냐는 볼멘소리를 늘어놓는 일마저 지겨워졌다. 여당은 제1야당을 싹 무시하고 사이비 야당들을 동원해 날치기를 펼칠 궁리나 하는 이런 나라에서 ‘민주주의’는 어떻게 정의돼야 마땅한가. 말문이 막힌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소위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는 1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불과 15분 만에 기습 통과시켰다. 이날 강행 처리된 예산안 수정안은 정부가 제출한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안 513조5천억 원에서 불과 1조2천억 원 삭감한 512조3천억 원 규모다. 표결 결과는 찬성 156표, 반대 3표다.

국회 본회의와 의총이 진행되는 내내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황교안 대표는 밤샘 농성이 본격 시작되자 로텐더홀에 나타났다. 그는 “있어선 절대 안 되는 일이 오늘 벌어졌다. 의회주의가 파괴됐고 법치가 무너졌다”고 성토했다. 황 대표는 “이런 게 바로 독재 아닌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의원총회에서 “오늘은 입법부 치욕의 날이다. 반헌법 불법세력들이 국회를 붕괴시켰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심 원내대표는 “정권의 시녀가 된 여당과 2중대·3중대·4중대의 야합으로 날치기 통과된 예산은 위헌이며 원천무효”라고 탄식했다. 그는 “문희상 국회의장은 하수인이 돼 입법부를 포기했다.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의 존재가치를 완전히 뭉개기로 했음이 분명하다. ‘교섭단체’를 대신하기 시작한 ‘4+1 협의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협의기구가 공수처법안과 선거법도 자기들 뜻대로 밀어붙일 게 뻔해졌다. 이 나라의 정치가 완전히 막장드라마 속으로 급전직하하고 있다. 도대체 이 야만의 끝은 어디인가.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할텐데, 정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