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상식이다
안전은 상식이다
  • 등록일 2019.12.11 20:07
  • 게재일 20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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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일은 왜 하는가? 땀흘리는 수고와 노력이 돌려주는 보람과 만족은 여러 모양을 하고 있다. 가족의 하루 하루를 지키는 가장의 흡족함, 성과로 만들어내는 기업의 든든함, 노력이 대가로 돌아오는 나만의 기특함, 일하면서 생기는 동료의식과 협동정신, 그리고 경제활동의 결과로 빚어지는 사회활동과 지역공동체. 일은 사람에게 경제적 가치를 확인하게 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적 소통구조를 만들어내며 사회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도록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일하면서 보람을 찾고 일에서 나를 발견하며 일이 또 다른 일을 만들어낸다.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발상도 일이 있어야 가능하고, 사회와 국가에도 ‘즐거운 일자리’가 풍성해야 ‘나라다운 나라’도 만들 수 있다.

잘사는 나라들의 모임인 G20 국가들 사이에서 대한민국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 웬일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산업재해사망율’이 또 1등이라는 것은. 경제수준이 비슷한 나라들 가운데 이를 다시 분석해 보면 다른 나라들보다 거의 세 배나 많은 사람들이 일하다가 죽어간다고 한다. 해마다 2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에서 목숨을 잃어야 한다면 이 나라는 과연 선진국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가. 하루에도 대여섯 사람이 일자리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런 일터를 ‘행복한 산업현장’이라 부를 수 있는가. 사망사고가 그 정도라면 크고 작은 산업현장 안전사고 탓에 다치고 병든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지.

‘모든 사고는 예방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의 생각이라고 한다.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투자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진단한다. 대기업들이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위험을 외주화하여 책임을 회피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안전은 누구에게 떠넘겨 해결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가 누구라도 모두 귀한 생명이며 일에서 보람을 찾으러 또 다른 의미의 ‘고객’이 아닌가. 노동으로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일이 보람찬 환경을 회복하여야 한다. 이익보다 생명이 소중한 경영철학을 세워야 하며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안전한 현장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

안전은 상식이다. 불안한 일터에서 행복할 사람은 없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것도 부끄러울 판에, 그게 핑계가 되어 일자리가 위험하다면 이는 거의 범죄가 아닌가.

유엔이 정한 ‘인권의 날(Human Rights Day)’은 각국의 기업들에게 노동인권을 보장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제도와 규제 때문에 ‘마지못해 돌아보는 안전’에는 빈 틈이 있게 마련이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공동체의 가치를 높이 생각하는 기업문화가 살아나야 한다. 안전을 상식으로 여길 때, 비로소 현장의 안전은 지켜질 터이다. 모두가 안심하는 일터가 보장되어야 한다. 안전이 여지껏 비상식이라면 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길은 멀고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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