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사과 (1)
기적의 사과 (1)
  • 등록일 2019.12.10 20:12
  • 게재일 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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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홍옥이라는 예쁜 이름의 사과가 있었습니다. 잘 닦으면 붉은색이 반짝반짝했지요. 중학생쯤 달콤하고 사각사각 식감이 뛰어났던 사과를 처음 맛보았습니다. 어른들은 그 사과를 ‘부사’라고 불렀습니다. 알이 큼직하고 홍옥의 시큼한 맛 없이 입에서 살살 녹았습니다.

부사는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1962년 처음 생산한 사과계의 혁명입니다. 달고 상큼한 맛은 전 세계를 석권합니다. 1911년 꽃 썩음 병과 갈색 무늬 병이 사과 재배 농가를 강타했을 때 아오모리 현에 최초로 농약이 살포됩니다. 이 농약 덕분에 아오모리 사과 농사는 멸망하지 않았다고 기록은 전합니다. 한 번 농약의 효험을 몸으로 느껴본 아오모리 농가 사람들은 끊임없이 더 좋은 약을 개발하기 시작하지요.

더 달고 더 크고 더 맛있는 사과를 재배하려는 실험이 농약 개발과 더불어 진행되었음을 이 청년은 깨닫습니다. 더 달콤한 사과를 만들어 내려면, 그만큼 더 많은 벌레들이 달려든다는 뜻이고 점점 더 독성이 강한 농약이 개발되어야 사과밭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겁니다. 부사는 결국 51년 동안의 품종개량과 농약개발의 열매였습니다.

1978년. 아오모리 현에 이상한 젊은이가 등장합니다. 나이는 스물아홉. 그의 사과 밭은 약 6만 평입니다. 이 밭에서 풍요로운 사과를 수확하려면 연간 13번 정도의 농약을 밭 전체에 뿌려주어야 합니다. 지역 농업지도소에서 알려주는 대로 때에 맞추어 아오모리 현의 모든 사과재배자들이 함께 농약을 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농약을 한 번 제대로 뿌리고 나면, 아내가 며칠을 앓아눕는 겁니다.

청년은 결심합니다. 아내를 위해 농약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아예 뿌리지 않고 사과를 재배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평소 습관대로 곧장 서점으로 달려갑니다. 그의 눈에는 실망스러운 정보들만 가득합니다. (계속)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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