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집안
명문 집안
  • 등록일 2019.12.10 19:16
  • 게재일 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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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감이다. 고대 로마시대 왕과 귀족들이 전쟁에 직접 출전하는 등 실천적 솔선수범 정신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기원이 됐다. 지금도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이런 도덕적 의무감을 정신적 지주 혹은 자부심으로 삼는다. 실제로 영국의 명문가 집안 자녀가 많이 입학하는 이튼스쿨은 1·2차 세계대전에 참여해 목숨을 잃은 2천여 명의 모교 졸업자 명단을 비문에 새겨 희생정신을 기리고 있다.

달성 서씨는 대구에 터를 잡은 700년 전통의 명문 집안이다. 조선조 대제학을 지낸 서거정 선생을 비롯, 현대사에서는 시서화에 능한 서병오, 항일 투쟁에 앞장섰던 서상일, 총독부 요인을 암살하려다 체포된 서상한 등 많은 애국자와 선비가 난 집안이다. 특히 조선 영조대왕의 원비 정성왕후의 본관이 바로 달성이다. 영조가 왕자였던 시절 가례를 올려 달성군부인에 봉해진다. 그러나 영조와 좋지 않은 관계로 비운의 시절을 보낸 왕비다. 달성 서씨 문중의 유허비가 달성공원 안에 세워진 것은 이곳이 본래 달성 서씨 세거지였기 때문이다. 1424년 세종 6년 구계 서침(徐沈)은 서씨 일문의 근거지인 달성공원을 나라에 헌납하게 된다. 이에 세종이 포상하려 하자 서침은 상 대신 주민에게 거둬들인 환곡의 이자를 감해 줄 것을 조정에 건의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뒷날 서침 선생의 공덕을 기린 구암서원이 건립된다.

달성 서씨 대종회는 동산동에 있는 옛 구암서원의 터를 대구시에 기증했다. 지금 평가 가치로 35억원 정도 된다고 한다. 대종회는 이번 결정이 서침의 뜻을 따르는 일이라 했다. 나라와 지역을 사랑하는 숭고한 정신이 바로 명문 집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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