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달팽이
  • 등록일 2019.12.05 18:50
  • 게재일 20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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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은 영

집을 등에 이고 사는 것들은

모두 달로 가야 한다

나뭇잎 위에 앉아 있는 달팽이를 본 적이 있는가

배경으로 언제나 달이 뜬다

집이 아니야 짐이야

그 짐 속에는 아버지가 주무시고

어머니가 손톱을 깎으신다

동생은 수학 문제를 풀고

아버지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어머니 외출하셨으면 좋겠어요

꿈속에서 나는 자주 아버지를 총으로 쏴 죽였다

제발 나타나지 마세요 아버지 자꾸 죽어요

내 집이 피로 붉어요

애야 노을이 져야 달로 간다

나는 너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달이 창백한 건 일찍 나왔기 때문이 아니야

달은 출혈의 산물이야



내가 얼마나 피 흘리고서야 잔잔히 떠오르겠습니까



나뭇잎 위에 앉은 달팽이를 바라보며 시인은 삶의 등짐을 가득 지고 가는 가족들을 떠올리고 있다. 각자의 집을 무거운 삶의 짐을 지고 제 길을 가는 가족 구성원들이 삶을 연민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굴곡진 생의 길을 달팽이처럼 짐을 지고 가는 가족들에게 격려와 함께 초월을 염원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는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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