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미 진한 이국의 맛… 제대로 만든 토종의 맛
풍미 진한 이국의 맛… 제대로 만든 토종의 맛
  • 음식평론가 황광해
  • 등록일 2019.12.04 20:21
  • 게재일 2019.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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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식당’의 코던블루
‘한미식당’의 코던블루

‘경양식 맛집’ 2곳

왜관은 왜(倭)인들이 살던 지역이다. 일본에서 조선으로 왔던 사신들, 한반도 영주권자들, 왜인 상인들이 살거나 일시 묵었던 곳이다. 한국전쟁 후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미군 부대 담을 따라서, 마치 외국을 옮겨 놓은 듯한 간판들이 여러 곳 있다. 한때 유행했던 경양식(輕洋食)집들도 많다. 이제 경양식은 사라졌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미군 부대 주변의 경양식집들’. 그중 두 집에 갔다.

 

40년을 지켜온 집밥 같은 전통 경양식
한미식당

‘40년을 지켜온 집밥 같은 전통 경양식’. 가게 벽에 크게 써 붙인 문구다. 그럴듯하지만, 뭔가 어색하다. ‘집밥’과 ‘경양식’? 뭔가 묘하다. 어느 가정에서도 경양식을 일상의 음식으로 여기지 않는다. 전통 40년? 이것도 묘하게 다가온다.

왜관 미군기지는 캠프 캐럴(Camp Carroll)이다. 미군 병참기지로 1960년에 조성했다. ‘한미식당’은 1980년 문을 열었다.

‘한미식당’의 음식 수준은, 오히려, ‘40년 전통’의 맛을 넘어선다.

이 식당의 대표 메뉴 ‘코던블루’는 ‘꼬르동 블루’다. ‘코르동 블뢰(Cordon bleu)’는, 절대권력의 프랑스 기사단이 사용한 ‘푸른 리본’이다. 푸른 리본을 단 기사들의 만찬에서 ‘코르동 블뢰’가 시작되었다. 음식 이름이면서 동시에 ‘최고의 만찬’을 뜻한다. ‘코던블루’는 일본식 발음 ‘코돈부르’의 변형이다. 유럽의 코르동 블뢰가 일본식 코돈부르로, 한글 표기로 ‘코던블루’가 된 것이다. 음식도 유럽, 일본을 거쳐 한국식으로, 이름도 마찬가지 길을 밟았다.

음식 이름으로 ‘코던 블루’는 고기튀김이다.

얇게 편 고기에 햄과 치즈 등을 넣고 돌돌 말아서 기름에 튀겼다. 김밥처럼 동글동글하다. 유럽인들은, 커트렛의 원형인 오스트리아식 슈니첼 형태로 만든 것은 특별히 ‘슈니첼 코르동 블뢰(Schnitzel Cordon Bleu)’라고도 부른다. 슈니첼은 송아지 고기다. 유럽에서는 대부분 쇠고기로 코르동 블뢰를 만들지만, 돼지고기, 닭고기도 사용한다.

‘한미식당’ 메뉴 ‘시내소’는 ‘슈니첼(Schnitzel)’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다.

돼지고기 요리는 냉장 원육을 사용한다. 주인이 일일이 손으로 다지고, 펴서 튀김옷을 입히고, 튀긴다. 변형 유럽 음식이지만, 놀라울 정도의 정성을 기울인다. 접시에 음식을 펼친 모양새도 아주 좋다.

 

‘아메리칸레스토랑’의 돈가스
‘아메리칸레스토랑’의 돈가스

오래전 경양식의 풍미가 살아있다
아메리칸레스토랑

메뉴가 상당히 단출하다.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샌드위치’ 3종류다. 유럽 출발, 일본 경우, 한국에 정착한 경양식 메뉴의 ‘정수’만 모았다.

돈가스는 오스트리아 슈니첼에서 출발, 일본에서 돼지고기 튀김으로 바뀐다. 슈니첼은 기름을 두르고 어린 송아지 고기를 지진 것이지만 일본식 돈가스는 기름통에 튀김옷을 입힌 돼지고기를 완전히 넣고, 튀긴다. 딥 프라이드(deep fried) 방식, 일본식 ‘뎀뿌라’다.

 

햄버거는, 잘 알려져 있듯이, 함부르크 항구 노동자들이 처음 먹었다는 음식이다. 함박스테이크는 ‘햄버거+스테이크’다. 고기를 다져서 굽는다. 고기 패티는 다진 것이다. 일본은 경양식의 주요 메뉴로 ‘햄버거+스테이크’를 일본식으로 발전시켰다. ‘아메리칸레스토랑’의 함박스테이크는 유럽, 미국,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정착한 것이다. 미군 부대 옆에 ‘아메리칸레스토랑’이 있는 것은 자연스럽다.

단출한 메뉴지만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이다. 소스도 오래전 ‘경양식’의 풍미가 살아 있다.
 

‘삼거리장어’의 장어구이
‘삼거리장어’의 장어구이

‘장어 맛집’ 2곳


얼마쯤 생뚱맞다. 내륙인 경북 칠곡과 장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칠곡에는 빼놓을 수 없는 장어 맛집이 2곳 있다. 업력 30년을 넘긴 노포와 곁들이 반찬이 아주 좋은 가게다. 두 집 모두 바닷가의 장어전문점보다 오히려 낫다.
 

잡냄새는 없애면서 장어맛은 살려내
삼거리장어식당

칠곡에서도 지천면 창평리는 외진 곳이다. 인근에 ‘칠곡 양떼목장’이 있다. 30년 이상 된 노포다. 2대 전승 중. 아들 부부가 어머니에게 가게를 물려받는 중이다. 30년 이상의 세월 동안 장어전문점으로 자리를 잡았다.

장어 손질이 상당히 깔끔하다. 잡냄새는 없애면서 장어 맛은 살렸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각종 장류와 소스. 직접 담근 장으로 음식을 조리한다. 소스도 은은한 향이 아주 좋다. 조미료 없이, 장과 소스로 장어 맛을 살렸다. 장어 곤 국물은 대단하다. 잘 만진 곰탕 같다. 색깔도 곰탕 국물 같이 뿌옇다. 붉지 않다. 잘게 썬 대파를 넣고 마시면 장어의 비린내 대신 희미한 곡물 냄새가 난다. 장어를 곤 다음, 여러 번 곱게 거른 것이다. 한때 점심 메뉴로 내놓았지만, 지금은 장어요리를 주문하면 서비스 메뉴로 내놓는다. 곁들이지만 대단한 정성을 기울여 만든 국물이다. 다른 장어집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메뉴다.

‘삼거리장어식당’의 장어국물
‘삼거리장어식당’의 장어국물

귀한 무전도 맛 볼 수 있는 내공 깊은 집
청록식당

칠곡에서는 가장 ‘핫(hot)한’ 식당이다. 칸막이가 있는 실내와 넓은 주차장이 좋다고 표현한다. 음식이 수준급이라는 표현이 맞다. 음식 만지는 내공이 깊다.

콩나물, 무나물의 간이 아주 좋다. ‘슴슴한’ 맛과 감칠맛이 돋보인다. 장아찌도 특이하다. 당귀 장아찌는 흔하지만, 당귀 잎사귀로 만든 장아찌는 드물다. 장아찌이면서 짜지 않고, 물기도 적당히 살아 있다. 부추장아찌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음식. 질기고 거친 부추 대와 이파리를 그대로 살렸다, 당귀 잎사귀, 부추 모두 향도 좋다.

‘제대로 만든 음식’은 특출나게 만든 음식이 아니다. 평범한 재료로, 누구나 아는 방식으로, 그러나 제대로 만든 것이다. 이 식당의 음식들이 그러하다.

‘청록식당’의  반찬들.
‘청록식당’의 반찬들.

경북 지방에서는 배추전, 무전을 제사에 사용한다. 귀한 음식이라기보다 필수적인 음식이었다. 무전은 사라졌고, 배추전도 다른 지방에서는 귀하다.

제대로 만든 무전은 ‘충분히 잘 익었지만, 질감이 살아 있는’ 형태다. ‘청록식당’의 무전이 꼭 그러하다. 잘 익었지만 사각사각한 식감이 제대로 드러난다.

‘청록식당’의 장어구이
‘청록식당’의 장어구이

장맛 좋은 식당의 음식을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식사로 내놓는 어탕국수도 수준급이다. 된장찌개는 대단한 수준. 장어와 고기 등을 파는 집의 된장찌개 수준을 넘어섰다.

칠곡의 맛집 3곳

 

‘진땡이국밥’의 순대
‘진땡이국밥’의 순대

진땡이국밥

‘진땡이국밥’은 국밥집이라기보다는 순대 전문점이다. 대창순대와 막창순대가 좋다. 국밥을 주문하면 순대와 더불어 내장 등을 뜨거운 육수에 토렴한다. 잘 만진 순대, 부속물에 잘 곤 국물의 맛을 더한다. 칠곡전통시장 안의 허름한 집이다. 채소, 고기를 갈아 넣어서 직접 만든 순대는 ‘전국구 맛집 수준’이다.

 

‘소미할매식당’의 건진칼국수
‘소미할매식당’의 건진칼국수

소미할매칼국수

‘소미할매칼국수’는 엉뚱하다. 칠곡군 약목면에 있다. 제법 먼 곳인 안동의 ‘건진국시’ ‘제물국시’를 칠곡에서 살렸다. 메뉴가 모두 5개. 뜨거운 칼국수, 건진칼국수, 잔치국수, 겨울철 메밀묵, 여름철 콩국수 등이다. 메밀묵을 제외하고 가격은 모두 5천 원.

‘건진칼국수’는 안동의 ‘건진국시’다. 칼로 곱게 썬 칼국수를 삶은 후, 물에 헹군다. 맑은장국에, 삶아 건진 국수를 넣어서 먹는다. 뜨거운 칼국수는, 제물국수다. 멸치 육수 등에 칼국수를 넣고 그대로 삶은 후, 양념해서 먹는다. 2대 전승.

 

‘지란방’의 꾼만두
‘지란방’의 꾼만두

지란방

‘지란방’은 화상 노포다. 메뉴가 단출하지만 재미있다. 고기만두, 꾼만두, 진교스다.

고기만두는 바오쯔[包子, 포자]다. 만두 윗부분을 보자기 틀듯이 묵었다. 중국인들은 ‘바오쯔’라고 부르지만, 한반도에서는 만두다.

꾼만두와 진교스는 교자로 만든다. 꾼만두는 자오츠[餃子, 교자]를 구운 것이다. 진교스는, ‘찐 자오츠’다. 교자를 찐 것이다. 이 식당의 추천 메뉴는 ‘진교스’ 찐 교자다.

바오쯔는 피로, 발효한 곡물을 사용한다. 껍질이 두텁고, 부드럽다. 자오츠는 생피다. 뜨거운 물에 반죽한(익반죽) 곡물 피를 사용한다. 쫄깃하고 비교적 얇다.

화상들이 한반도에서 지속적으로 변형시킨, 그러나 원형을 지니고 있는 포자, 교자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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