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1학기 때는 여유롭게 지내나 했는데, 2학기 오면서 내신 준비시킨다고 시험도 치고 있어요. 예민해지고, 친구와 갈등도 잦아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지난주부터 학교를 안 가겠다고 해요. 병원에서는 학교 스트레스래요. 아이 키우기 힘드네요.”

지난 주 산자연중학교에서는 2020 학교설명회가 있었다. 지난 여름에 이어 전국에서 많은 학부모께서 학생의 행복 교육을 찾아 학교를 방문해 주셨다. 설명회가 끝나고 경기도에서 온 학부모께서 교무실 자리에 앉자마자 폭풍 같은 한숨과 함께 쏟아낸 이야기이다. 그 날 참가한 많은 중학생의 학부모와 이야기를 했는데, 공통점은 자유학년제의 배신이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길러준다고요, 정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아요. 아이들이 이야기합니다, 자유학년제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요! 과연 자유학년제를 운영하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진로를 지도해줄만한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보십니까. 자유학년제와 같은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교사들이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 할 수 있습니까. 그냥 연수나 이론으로 배워서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게 무슨 교육입니까? 자유학년제에 해당하는 학년의 자녀를 둔 교사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자신들의 아이들을 입시학원에 보내는 게 지금의 교육 현실입니다. 학생들 간의 교육 격차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이 자유학년제라는 것을 정말 모르세요!”

그 어떤 교육학자보다 더 정확하게 현재 실시되고 있는 자유학년(기)제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 학부모의 말에 필자는 그 어떤 부정도 할 수 없었다.

자유학년제를 경험해 보지 못한 교사들의 “자유학년제 지도 가능 여부”를 따져 묻는 말은 지금도 필자의 마음에 꽂혀 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럼 지금의 자유학년(기)제는?

한 나라의 문화는 곧 그 나라 국민들의 경험치(經驗値)이다. 국민들의 경험 수준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그 나라 문화 수준은 물론 그 나라 모습이 결정된다. 그럼 교육 수준은 어떨까? 그것은 교사의 경험치에 달렸다.

우리나라 교사들의 경험치는 어떨까?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형식적으로는 자유학년(기)제다 뭐다 떠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이 성적으로 귀결되는 것을 보면 이 나라 교육 수준과 이 나라 교사들의 경험치를 알만하다.

교육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된지 오래다. 교육 문제의 핵심은 소통 부재이다. 근본도 없는 일방적인 교육당국의 하명과 그것을 따르기에 급급한 교사들에게 학생들의 이야기가 들릴 리 만무하다.

교육 문제 해결의 해법은 소통이고, 그것의 구체적인 방법은 교사들의 경험치부터 넓히는 것이다.

인성의 핵심 요소를 말하는 교사들 중에서 진정으로 사랑, 나눔, 배려 등을 실천하는 교사가 과연 몇이나 될까? 도전정신과 창조적인 삶을 이야기하면서 과연 이 말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몸소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교사는 몇이나 될까?

또 답 없는 답답한 소리만 늘어놓았다. 시험 맹신자들이 만들어낸 시험 공화국의 학기말 시험 계절 12월, 한국 위기설이 아닌 한국 교육 붕괴설이 곧 현실이 될 것이 너무도 자명해 보이는 12월 첫 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