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년 이어온 한약 유통 중심
한국기네스에 전국 最古 등재
중추 역할 ‘한약재도매시장’
수입재 늘고 규격화로 사양길
수익성 급락해 내년 2월 폐장
지역 한방산업 돌파구 찾아야

전통의 대구한약재도매시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전국 최대의 한약재 시장이 시대적 흐름을 극복하지 못하고 수익성 악화로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지난 1982년 7월 대구 중구 태평로 3가에 처음 들어선 대구한약재도매시장은 1993년 2월 23일 대구시 중구 남성로에 건물을 지어 옮겨 왔다. 대구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전래의 대구약령시 기둥역할을 맡아왔다.

대구약령시는 조선 효종 9년인 1658년부터 전국적인 한약재 유통의 중심지 역할을 떠안았다. 이와 함께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 등 세계적인 한약 물류 유통의 거점으로도 명성을 떨쳤왔다. 361년 전통이 한국기네스에 가장 오래된 한방특화시장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많은 간섭과 억압이 있었음에도 1923년 ‘약령시진흥동맹회’를 결성해 독립운동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독립지사들의 연락 거점 역할을 맡는 등 독립운동의 역사와도 호흡을 같이 해왔다.

대구약령시는 매월 1, 6일 장날 경매를 열어 전국에서 생산되는 국내 한약재의 가격정보 전달 기능은 물론 한약재의 품질 개선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한약재 물류유통의 전국적인 중심지였다.

대구시도 2004년 12월 이곳을 ‘약령시 특구’로 지정하고 해마다 약령시 한방문화 축제를 여는 등 약령시장 부흥을 위해 안간힘을 쏟기도 했다.

전통시장 명칭이 ‘대구약령시장’으로 대구 중구에 위치한 약령시 특구(167,000㎡) 내와 남성로 주변(면적 28,454㎡) 점포 211곳이 포함됐다. 약령시특구 내 전체 한방 관련 점포 177개 중 20여 곳을 제외한 대부분이 전통시장 혜택을 누려왔다.

하지만, 한약도매시장은 2000년대 들어 급격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한약재 수입이 늘고 홍삼, 비타민제 등 건강식품이 대거 등장한 것도 한약재 거래에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국내 농가의 한약재 재배면적이 줄고 생산중단 등이 겹치기도 했다. 특히, 한약재의 규격화 등 역풍이 불어닥쳤다. 경매수수료 3%에만 의존하는 한약재도매시장의 운영이 한계상황에 이르게 됐다. 한약재 제품이 규격화되면서 약업사들이 제약회사나 약용작물제조가공시설공장(GMP)을 통해 한약재를 사들이게 된 것이 결정적인 타격이 됐다. 이 때문에 2008년 거래물량이 409t에서 지난해 114t으로 크게 떨어졌다. 거래금액도 2005년 35억400만원에서 지난해 17억8천100만원으로 절반에 그쳤다. 매출은 1억8천800만원에 그쳐 판매관리비 등을 감안하면 3천100만원의 적자를 냈다.

대구한약재도매시장은 결국 전통의 명맥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도매시장체제를 청산하고 경매를 제외한 3% 수수료를 받는 위탁판매 및 소매도 겸할 수 있는 법인시장도매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대구한약재도매시장은 조만간 보존위원회를 축으로 법인시장도매인 신규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약도매시장 관계자는 “주위 약업사들의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고 대구시의 조례 제정 등 정책적 뒷받침도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도매시장의 폐장소식은 들은 시민 김모(63)씨는 “앞으로 어디에서 지금처럼 질좋고 싼 한약재를 구입할 수 있겠느냐”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지역한방산업의 근간을 이뤄왔던 대구한약재 도매시장이 사라지면 지역의 한방산업이 바로 설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약재도매시장 이철로 대표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전통과 명맥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으나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이사회를 열어 청산절차를 마치고 2월 중 최종 폐장할 예정이다.

/심상선기자 antiph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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