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무

갓 지어낼 적엔

서로가 서로에게

끈적이던 사랑이더니

평등이더니

찬밥 되어 물에 말리니

서로 흩어져 끈기도 잃고

제 몸만 불리는구나

갓 지어낸 밥은 차져서 밥알들이 서로 끈끈히 붙어 있지만 찬밥이 되었을 땐 밥알 알갱이들은 끈기를 잃어버리고 서로 흩어져 나뒹군다고 말하는 시인은 사랑이랄까 혁명이랄까 세상사의 속성을 떠올리고 있음을 본다. 사랑도 혁명도 우리네 인생살이도 시작될 때는 말랑말랑하고 연대와 결속도 끈끈하고 의욕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결속력은 떨어지고 열정도 식어 흩어지고 만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런 사랑, 혁명, 세상사를 경계하는 시인의 마음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