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전 울산 원정서 4대1 대승
시즌 초반 부진 딛고 유종의 미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포항 완델손이 골을 넣고 팀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포항 완델손이 골을 넣고 팀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스틸러스가 리그 순위 4위로 올 한해 농사를 끝냈다.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19 38라운드 최종전 울산과의 경기에서 포항은 원정경기임에도 4골을 넣으면서 4-1로 승리, 동해안더비 승리를 가져갔다. 전반 초반 완델손의 선제골로 기세를 잡은 포항은 울산 주니오의 만회골에 잠시 주춤했지만, 후반 들어 일류첸코의 추가골에 힘입어 다시 승기를 잡았다. 후반 42분 허용준의 3번째 골이 나왔고, 연장시간 팔로세비치의 쐐기골까지 터지면서 포항은 리그순위가 한 계단 올라 4위로 이번 시즌을 마무리했다. 포항에 대패한 울산은 리그 1위에서 2위로 추락, 전북에 우승컵을 넘겨줬다.

황금돼지(己亥)의 해인 2019년 포항스틸러스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내부적으로는 감독을 비롯한 주전선수들이 구단을 자천타천으로 떠났고, 외부적으로도 리그 최하위까지 떨어지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리그 4위로 마무리했던 포항은 2019년 K리그1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타 구단들의 경계대상 1순위로 꼽혔다. 준수한 활약과 함께 중원을 든든하게 받쳤던 채프만과의 재계약을 시작으로 전남으로 떠났던 완델손이 1년 만에 포항에 돌아왔고, 태국에서 뛰던 유준수와 리우올림픽 대표 출신 심상민이 포항에 합류했다.

또 최순호 전 포항스틸러스 감독의 강력한 요청으로 인도네시아 리그 득점 2위를 기록한 공격수 데이비드(브라질)까지 영입한 포항은 공·수 모든 진영에서 재정비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어냈다. 연령별 대표로 활약한 하승운,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 장결희 등과의 계약도 성공해 신·구 조화를 이뤄내는 강팀으로서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막상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개막전이었던 지난 3월 2일 서울과의 경기는 졸전 속에 0-2로 끝났다. 미디어데이에서 K리그1 감독들이 꼽은 경계대상 1위 포항은 개막 첫날부터 망신을 당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리그 개막 직전 계약을 해지한 채프만의 빈자리로 인한 조직력 부족만으로 책임을 돌리기에는 너무 부족한 경기력이었다. 이어진 상주상무와의 경기에선 홈경기임에도 시종일관 끌려다니다가 골을 허용해 1-2로 패했다. 공통으로 ‘공·수간의 조화와 조직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도출됐다. 겨우내 훈련기간 동안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동시에 구단과 감독 사이의 갈등이 발화하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 쯤이다. 그 이유 중 하나에는 공격수인 데이비드가 있었다. 데이비드의 출전을 두고 최 전 감독은 “경기장에서 불성실하다”며 불만을 표시했고, 구단 측에서는 “감독이 직접 데리고 왔는데 안쓴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의견 충돌이 있었다. 어느 구단에나 있는 감독과 구단 측의 의견차이였지만, 부진을 거듭하던 포항스틸러스에겐 상황이 조금 달랐다.

포항은 리그 시작 전 전력 분석에서 강팀으로 분류됐음에도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리그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구단은 선택을 했고, 여러 이유가 결합해 최순호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 동시에 당시 김기동 수석코치를 새 사령탑에 앉혔다. 지난 4월까지의 이야기다.

새로운 감독체제에서 안정감을 찾은 포항은 조금씩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김기동 체제하에 포항은 박진감있는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5연속 무패행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독일 뒤스부르크 소속이었던 ‘스타니슬라브 일류첸코(Stanislav Iljutcenko)’와 ‘알렉산더 팔로세비치(Aleksandar Palocevic)’가 포항 구단에 합류했다. 계약해지한 데이비드의 빈자리를 꽤찬 일류첸코는 최전방공격수로서 활약했고, 팔로세비치는 중원에서 찔러주는 ‘킬패스’에 능했다. 이전까지 ‘김승대 원팀’이라고도 불렸던 포항이 새로운 공격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포항구단을 향한 기대가 다시 커갔다.

지난 7월, 포항 유스 출신이자 포항의 간판 축구선수인 김승대가 전북으로 이적하면서 포항에 또 한 번 빨간불이 켜졌다. 때마침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으로 김승대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김승대 이적 사태는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포항에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포항구단을 응원해왔던 서포터즈 및 팬들은 김승대의 이적 소식에 즉각 반발했다. 신형민, 손준호, 이근호에 이어 김승대까지 전북에 빼앗긴 꼴이 된 포항구단을 향한 축구팬들의 배신감은 컸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을 찾아가 거센 항의를 하는 팬들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포항은 축구팬들의 등돌림 속에서도 반등에 성공했다. 리그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포항은 완델손과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등 외국인 용병 3인의 활약을 필두로 조금씩 리그순위를 끌어올렸다. 이광혁과 이수빈, 하승운 역시 중요한 경기마다 제 역할을 해 줬다. 지난 10월 6일 울산과의 경기에서 0-1로 뒤지던 경기를 2-1로 역전, 자력으로 상위스플릿에 안착한 포항은 1일 울산과의 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승리로 가져가면서 16승 8무 14패 승점 56점으로 리그 4위인 대구를 5위로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올랐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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