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이나물. 붉은 줄기가 자연산, 푸른 줄기는 재배한 것이다.
명이나물. 붉은 줄기가 자연산, 푸른 줄기는 재배한 것이다.

울릉도서 나고 자라 최고일 수밖에 없는 특산 5종

명이나물

가장 널리 알려진 울릉도 특산 나물. 다른 이름은 ‘산마늘’이다. 이파리가 마늘잎과 닮았지만, 마늘잎보다 넓고 크다. 마늘 향이 강하다. 생나물로 쌈을 싸거나 양념에 찍어 먹는다. 장아찌로 널리 먹는다.

간장 절임 명이나물은, 울릉도 관광객을 통하여 외부로 전해졌다. 돼지 삼겹살이나 한우 기름진 부위와 궁합이 좋다. 기름기로 텁텁해진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명이나물장아찌. 울릉도산 명이나물을 간장에 절였다.
명이나물장아찌. 울릉도산 명이나물을 간장에 절였다.

한때는 ‘명이 이파리 하나가 5백 원, 1천 원’이라는 이야기도 떠돌았다. ‘명이나물 리필은 없다’ ‘명이나물 리필은 추가 요금’이라는 흉흉한(?) 이야기도 있었다. 중국산이 흔해지면서, 울릉도 특산 명이나물 가격도 안정되고 있다. 중국산과는 맛, 향이 전혀 다르다.

산마늘 중 울릉도 산만 ‘명이나물’이라 부른다. ‘오대산 산마늘’도 있다. 오대산 산마늘은 비슷하지만 덜 달고, 맵다. 중국산은 대가 짧고 이파리만 있는 경우가 많다.

 

울릉도 자연산 부지깽이나물이다.
울릉도 자연산 부지깽이나물이다.

사시사철 향이 억척스럽지 않고 은은하게
부지깽이나물

‘부지갱이나물’로도 부른다.

‘부지깽이나물’이 표준어(문화어)다. 약명으로는 ‘당개(糖芥)’. 부지깽이나물은 두 종류다. 섬쑥부쟁이와 갯쑥부쟁이. 부지깽이나물은 섬쑥부쟁이다. 울릉도에 널리 자생하는, 특산이다. 갯쑥부쟁이도 해안가에서 자란다. ‘갯=갯가’다.

울릉도에서는 사계절 자라니 늘 채취한다. 주로 이른 봄에 많이 채취한다. 생나물로 먹는 것보다 데쳐서 간장, 소금을 넣고 향을 살리는 편이 낫다. 국화과의 다년생 식물이다. 향이 억척스럽게 강하지 않고, 은은하다.

약재로도 사용하지만, 울릉도에서는 오래전부터 식용했다. ‘부지깽이나물 솥밥’, 나물무침으로 조리한다. 튀김 혹은 각종 찌개의 부재료로도 좋다.
 

 

눈개승마
눈개승마

오래 씹으면 고기향이 나는 ‘눈개승마’
삼나물

‘눈개승마’ ‘능개승마’로 널리 알려졌다. 울릉도 특산. 묘목, 뿌리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내륙 산지에서도 재배한다. ‘삼’나물은, 이파리가 마치 인삼 잎 같이 생겨서 붙인 이름이다.

‘눈개승마’는 ‘누운 개승마’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개승마는 미나리아재빗과의 식물이다. 눈개승마는, 성장 과정에서 ‘누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누운 개승마’라는 표현은 어찌 어색하다.

울릉도 삼나물, 눈개승마는 초본이다. 이른 봄, 울릉도 여기저기서 자생하는 것을 채취한다.

지금은 울릉도와 내륙에서 재배한다. 시중에 나도는 것들은 대부분 재배한 것이다. 어린싹, 줄기를 나물로 먹는다. 갓 돋은 싹은 마치 두릅 같다.

맛은 특이하다.

“오래 씹으면 고기 냄새가 난다” “쌉싸래하면서 맛이 눅진하다”고 표현한다. 나물치고는 특이한 맛. 생나물이나 샐러드로 먹는다. 묵나물은 육개장 등에 넣는다.
 

전호나물. 눈속에서 자라서 2월이면 채취할 수 있다.
전호나물. 눈속에서 자라서 2월이면 채취할 수 있다.

쌉싸래한 향이 독특한 ‘봄의 전령사’
전호나물

전호(前胡)나물은 애틋하다. 식물은, 대부분 이른 봄에 싹을 틔운다. 전호나물은 정반대다. 다른 식물들이 잎을 거두는 10월께 싹을 틔운다. 거꾸로다. 겨우내, 눈과 비, 바람을 겪으며 싹과 잎을 지킨다. 2월이면 몸체를 키운다. 다른 식물들이 싹도 제대로 틔우지 않았을 때다. 2월 초, 중순이면 먹을 정도 크기로 자란다. 2월 중순쯤이면 서울 등의 대도시 소비자들이 구할 수 있다. 미리 주문했다가 택배로 받는 이들도 있다. 겨우내 추운 울릉도의 눈, 바람을 겪으며 싹을 지켜낸 정성이 놀랍고 애틋하다. 전호나물은 ‘봄의 전령사’다. 미나릿과에 달린 여러해살이풀이다. 겉모양이 미나리 혹은 당근 잎사귀 같다. 미나리보다는 잎사귀가 작고 여리다.

쌉싸래한 향이 독특하다. 날채소로 먹는 이들도 있지만, 슬쩍 데친 후 무쳐서 먹기도 한다. ‘전호나물 전’ ‘전호나물 생채 비빔밥’도 향이 아주 좋다.

 

오징어 말리는 모습. 이제 오징어가 사라지면서 보기 힘든 풍경이 되었다.
오징어 말리는 모습. 이제 오징어가 사라지면서 보기 힘든 풍경이 되었다.

씨가 마른 오징어, 귀해서 더 맛나다
오징어

오징어가 ‘난리’다. 씨가 말랐다. 1만 t 수준으로 잡히던 오징어가 몇백 t으로 줄었다. 오징어잡이 배들이 아예 출항하지 못한다. 오징어는 귀하다. ‘20마리 한 축’이 다섯 마리, 세 마리 묶음으로 줄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오징어를 먹었다. 조선 시대 기록에는, ‘烏賊魚(오적어)’ 혹은 ‘烏魚(오어)’다. 오징어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이 바로 오적어다. ‘오(烏)’는 까마귀다. 오징어가 물 위에 마치 죽은 듯이 떠 있다가, 까마귀가 다가오면 잽싸게 낚아채서 물속으로 들어간다. 오적어라고 부르는 이유, 라고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진 않다. 오징어의 먹물이 마치 까마귀처럼 검어서 생긴 이름이라는 설명이 적절하다.

오징어는 많이 잡히는 생선이었다. 대도시에서는 뜨거운 물에 튀긴, ‘오징어 숙회’를 먹었다. 최근까지도 싱싱한 오징어를 통째로 쪄서 먹는 ‘오징어통찜’이 유행했다. 오징어가 귀해지면서, 오징어통찜은 귀한 음식이 되었다.

 

오징어통찜
오징어통찜

오징어가 사라진 것은 ‘중국 배의 약탈적인 조업’ 때문이다. 지역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 해역이다. ‘중국-북한’ 간 북한 해역 어업권 거래가 있었다. 중국 배들이 회류(回流) 하는 오징어를 ‘길목’에서 마구 잡고 있다. 미처 자라지도 않은 것들이다. 남획으로 씨가 말랐다.

싱싱한 오징어는 회, 회무침, 통찜으로 먹는다. 반쯤 말린 ‘피데기’는 찌거나 구워서 먹는다. 마른오징어와 땅콩은, 한때, 맥주 안주의 대명사였다.

중국도 오래전부터 오징어를 먹었다. 조선 사절단들은 마른오징어를 공물로 챙겼다. 중국은 자체 생산되지 않던 오징어를 조선을 통해서 구했다. 이제 중국은 ‘약탈’로 오징어를 구한다. 대신 울릉도에는 오징어가 사라졌다.

제대로 맛보는 별미집 4곳

오징어해장국
오징어해장국

보약을 맛 보듯… 약초해장국·오징어 해장국
구구식당

따개비, 홍합, 오징어를 이용한 여러 가지 음식이 가능하다. 약초해장국은 특이한 메뉴.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여러 약초, 산나물 등을 넣고 끓였다.

오징어내장탕이 아주 좋다. 무나 콩나물 등을 넣고 끓이면 국물이 상당히 시원하다. 내장은 맑고 고소한 맛을 낸다.

저동항 부근에 있다. 업력이 길다. 민간에서 널리 먹었던 오징어내장탕을 식당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원조’다. 한우 암소도 취급한다. 따개비솥밥이나 홍합솥밥 등은 주문받은 후 준비한다. 20~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오징어물회
오징어물회

울릉바다가 한입에… 신선한 해산물 파티
신비섬식당

울릉도 앞바다에서 잡은 해산물을 맛보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집. 울릉도에서는 외진 곳인 사동항 부근에 있다. 오징어, 꽁치 등 물회가 유명한 집이다. 주인이 전문적인, 프로 다이버다. 직접 잡은 해산물 위주로 음식을 만든다. ‘해계탕’은 특이한 음식이다.

해계탕
해계탕

‘해’는 바다, ‘계’는 닭이다. 닭을 아래에 두고, 전복, 문어, 각종 새우, 홍합, 뿔소라 등 여러 종류의 조개류를 얹거나 깔았다. 네댓 명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음식 모양은 ‘쇼킹’하다. 해계탕은 반드시 예약이 필요하다.

 

따개비칼국수
따개비칼국수

울릉도서만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메뉴
정애식당

다녀온 사람마다 ‘정애식당’ ‘정애칼국수’ ‘정애분식’ 등으로 다르게 부른다. 가게 입구에 크게 ‘정애’라고만 써 붙였다. 헛갈릴 만하다.

메뉴도 마찬가지. 따개비덮밥(?)부터 따개비칼국수, 꽁치물회, 홍합을 이용한 여러 음식, 오징어 내장탕 등이 두루 가능하다. 마치 ‘분식집 메뉴’ 같다.

저동항에 있다. 배를 타고 뭍으로 나오기 직전에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 명이나물을 비롯한 밑반찬들이 깔끔하고 좋다. 종류와 양이 모두 넉넉하다. 대부분이 울릉도 특산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다.
 

산채비빔밥 상차림
산채비빔밥 상차림

나리분지서 만난 온갖 나물들의 향연
산마을식당

나리분지에 있다. 울릉도 산나물, 들나물로 만든 비빔밥이 좋다. 비빔밥 나물도 좋지만 곁들여 나오는 반찬들도 울릉도 특산이다. 삼나물, 부지깽이나물, 더덕, 명이나물 등이다. 산채 전도 권할 만하다. 향이 좋다. 씨껍데기 동동주와 곁들이면 아주 좋다.

울릉도에서는 보기 드문 평지다. 멀리서 보면 아늑한 분위기고, 가게 안에 들어서면 소박하고도 포근하다. 건물 안팎이 모두 나무다. 가까운 곳에서 울릉도 전통가옥인 억새를 올린 너와집도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울릉도 나물을 맛보려면 꼭 들러야 하는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