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모집 확대, 지역은 오히려 독?
정시모집 확대, 지역은 오히려 독?
  • 전준혁기자
  • 등록일 2019.11.25 19:54
  • 게재일 2019.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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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양질의 사교육 받을 기회 많아
지방 수험생 부모들 대거 이주 불 보듯
서울 주요대 대상으로 추진한다지만
중위권 대학도 비중 확대 불가피해
“지방 학생 대입 더 어려워질 것”
지역 교육계 등 우려 목소리 커

포항시가 주최한 2019학년도 대학입시 설명회에서 객석을 가득 메운 예비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시전문가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경북매일 DB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확대를 주문한 이후 후폭풍이 교육계를 흔들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특혜 의혹으로 불거진 대입 공정성 논란이 정시 확대라는 결과로 이어지자, 이를 두고 학부모와 교육계는 갑론을박을 지속하고 있다.

일단 문 대통령의 발표와 관련해 교육부는 “그동안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의 쏠림이 심각한 대학들, 특히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 대해서는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확대될 수 있도록 협의해 왔다”며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 및 유관기관의 의견수렴을 거쳐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11월에 발표할 계획이다”는 입장을 냈다.

오는 28일 발표될 서울 주요 대학 정시모집 확대를 포함한 대학입시 제도 개편 방안은 크게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정시 비율 상향’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공정성 강화 방안’이 주가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발표를 앞두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2일 학부모들과 만나 대입 제도에 대한 의견을 나눈 비공개 간담회 자리에서는 현 사태를 반영하듯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취재진과 만나 “부총리가 정·수시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정시 확대에 찬반이 거의 절반씩 엇갈렸다”며 “정시 폐지 얘기도 나왔고, 수시 폐지 얘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현 정시와 수시는 각각 장단점이 뚜렷하고, 학생이 처한 각종 외부적인 상황과 맞물려 어느 하나가 유리할 수도 혹은 불리할 수도 있는 유동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양질의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은 수도권 지역에서는 ‘정시’가, 고등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릴 기회가 많은 지역에서는 ‘수시’가 유리한데, 공정성 문제에 휩싸인 학생부종합전형을 대체할 방안으로 정부가 정시 확대를 들고 나오자 지역 교육계가 큰 반발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사교육의 비중이 다시 커지면 수험생을 둔 지역 학부모들이 대거 수도권 지역으로 몰릴 것”이라며 “지역 경제에 있어 교육 정책이 매우 큰 역할을 하는데 이번 정시 확대 발표는 이런 면에서 본다면 지역을 죽이는 독이 될 것이다”고 평했다.

여기에 더해 지역 교육계에서는 정시 확대가 오히려 현 공고육의 입지를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걱정도 내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지역 대학 관계자는 “상위권 대학 정시모집이 늘어나면 중위권 대학들도 따라서 정시를 늘릴 수밖에 없으며, 최근 토론·활동 위주로 자리를 잡아가던 고교 수업이 다시 수능 공부 위주로 퇴행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즉 “창의·융합형 인재상과 맥락을 같이하는 수시모집을 줄이고 수능의 비중을 높인다는 것은 교육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역행하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는 양질의 사교육이 수능 점수를 좌지우지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평등의 가치에서 보더라도 정시 확대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는 입장 또한 있다.

또 다른 교육계 인사는 “평등교육이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이지 교육수준의 평등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수준은 각각의 수준과 다양한 능력에 맞게 제공돼야 한다”며 “수시를 늘리지는 못할망정 정시라는 단 하나의 방식을 확대하는 것은 다양성의 측면에서 매우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올해 치러지는 2020학년도 대학 입시 정시 비중은 19.9%며, 교육부는 이를 40%대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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