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수산업… 한반도 조업 환경 악재 산적
벼랑 끝 수산업… 한반도 조업 환경 악재 산적
  • 김민정기자
  • 등록일 2019.11.24 20:03
  • 게재일 2019.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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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바다살리기 중국어선 대책추진위원회는 지난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어선의 불법어업을 규탄하며 현재 표류 중인 한일어업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요구했다. /박형남기자

수산업은 식량안보 핵심산업이다. 에너지와 더불어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기본조건이다. 식량과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존립 위기를 피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강대국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에너지와 식량이다.

최근 세계 각국의 식량주권 전쟁이 격화한 가운데 수산물 공급은 정체된 반면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어 글로벌 수산식량 위기가 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식량 문제에서만큼은 우리에게 중국과 러시아는 리스크에 가깝다.

국내 수산업은 이미 벼랑 끝에 서 있다. 80년대 평균 151만t에 달했던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90년대 140만t, 2000년대 116만t으로 감소하다가 2016년에 이르러 93만t을 기록하며 100만t 선이 붕괴됐다. 어업인구는 11만명대로 급감했고 이들 중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국내 낚시인구는 700만명을 넘어섰고, 중국어선의 싹쓸이 조업까지 횡행하면서 어족 자원은 점차 고갈되고 있다. 노르웨이 연어와 같은 수입산 수산물의 확산과 함께 국산으로 둔갑한 일본산 수산물까지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성장은 고사하고 산업 전체가 쇠퇴하고 있는 구조적 한계에 도달했다.
 

‘우리바다살리기’ 국회서 정책토론회
중국어선 북한수역서 남획 조업에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 ↓ ‘생계 위협’
국가 경쟁력 근간인 ‘수산물’
어업인 생존권 걸린 핵심산업
한중어업협상·한일어업협정까지
현실적 대정부 대안 마련 시급

□ 중국어선과 오징어 어획량의 반비례 관계

현재 국내 수산업 전역은 악재투성이다. 수산업이 맞닥뜨린 현안들을 어업인 주도로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우리바다살리기 중국어선 대책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발대식을 갖고 대정부 활동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 등 여·야 의원 9명이 고문위원단을 맡았다. 추진위는 지난 22일 강석호, 김성찬 의원 공동 주최로 중국어선 불법조업과 한일어업협정 장기표류 등 수산업 위기 타파를 위한 어업인 성명서 발표와 함께 창립총회 및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대형어선으로 세력화된 중국어선이 먼저 도마 위에 올랐다. 동해안 북한수역에서의 남획 조업으로 오징어 등 회유성 수산자원은 씨가 마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어업생산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은 지난 2014년 16만t에서 2018년 5만t 이하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입어 척수는 2014년 144척에서 2018년 2천161척으로 급증했다.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입어 척수 증가와 반비례해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어장 파괴로 국내 어선들은 러시아수역까지 진출하고 있지만 입어허가를 받은 근해 채낚기어선 70척은 극심한 어획 부진으로 2019년 10월 현재 쿼터량의 10%인 500t만 겨우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진위는 “해양경계 획정을 통해 양국 간 조업 구역을 구분하고 EEZ 내 입어척수 및 어획량 합의규모도 상호 비례하도록 중국어선 입어척수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 2397호에 따라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입어를 금지해야 한다. 무분별한 불법 조업으로 수산자원을 고갈시키는 중국어선으로 피해를 입은 어업인을 중심으로 대정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수역에서 오징어 싹쓸이조업을 하고 있는 중국어선들이 동해상에 기상특보가 발효되자 울릉도 사동항으로 대거 피항해 있다. /경북매일신문DB
북한수역에서 오징어 싹쓸이조업을 하고 있는 중국어선들이 동해상에 기상특보가 발효되자 울릉도 사동항으로 대거 피항해 있다. /경북매일신문DB

□ 한일어업협정 3년째 결렬

어민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조업 환경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동해는 국제협약에 따라 조업쿼터 제한에 걸리고, 러시아 쪽에서는 조업량 규제를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 합의한 서해 북방한계선 평화수역 조성도 지연되고 있다.

아래도 꽉 막혔다. 한일어업협정이 4년째 타결을 보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이라 2016년 7월부터 일본수역 내 조업이 차단됐다. 수산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일어업협정 결렬로 인해 지난 3년간 약 2천억원의 누적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고스란히 어업인들에게 돌아갔다.

생존 터전인 어장은 축소됐지만 대체어장 마련은 지지부진한 상황 속에 생존권 위협을 느끼고 생업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위아래로 꽉 막힌 한반도 조업 환경 속에서 우리바다살리기 추진위는 현재 표류 중인 한일어업협상 재개로 숨구멍을 찾을 방침이다. 양국 공동 자원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과 함께 수익성 높은 해외어장 개척을 계획 중이다. 농사짓는 땅이 넓으면 다양한 곡식이 나오듯, 조업 해역이 넓어지면 어종이 풍부해질 것이란 희망이다. 어선들 역시 과열 경쟁을 벌일 이유가 줄어든다.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은 “한일어업협정 미타결과 중국어선 불법조업 등 대·내외적으로 위기에 직면한 수산업을 위한 실효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을 실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이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형남기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이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형남기자

□ 어업인 생존권 보호대책 마련 촉구

추진위는 북한수역에 입어해 동해안 수산자원을 싹쓸이하고 있는 중국어선 문제와 한일어업협정 지연으로 피해를 입은 어업인을 중심으로 대정부 대안 마련 및 협상 재개를 촉구하고 어업인 생존권 보호 대책을 건의할 방침이다.

아울러 멸치 어선을 비롯해 어민 대부분이 적자를 보고 있는데도 정부는 ‘수산혁신 2030계획’ 상의 수산자원관리 명목으로 규제 강화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어선 싹쓸이 불법 조업과 같은 핵심문제 해결보다는 규제 강화 위주의 땜질식 정책들만 내놓은 정부를 비판했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지난 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19차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에서 ‘2020년도 어기 한·중 어업협상’을 타결했다. 양국은 내년 입어 척수와 어획할당량을 감축하기로 했다.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 내 상대국 어선의 입어 척수를 올해 1천450척보다 50척이 줄어든 1천400척으로 4년 연속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어선의 어획할당량도 지난 2017년 이후 3년 만에 1천t을 줄이기로 했다.

 

우리바다살리기 추진위는 지난 22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창립총회 및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박형남기자
우리바다살리기 추진위는 지난 22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창립총회 및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박형남기자

이와 관련해 추진위는 “현재 국내 어업 상황을 보면 규제 강화보단 어민 지원을 강화할 때”라며 “어민들 속은 타들어 가는데 정부는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있다. 정책과 현실의 괴리로 정부와 어업인 간의 불신만 커지고 갈등만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중어업협정에 따른 양국 EEZ 입어척수는 등량등척 원칙에 따라 동일하지만, 지난 2018년 기준 중국 수역에 입어한 국내어선은 180여척, 중국 어선은 1천200여척이 우리나라 영해선을 넘어 조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경 후포수협 조합장은 “이대로 가면 우리 먹거리를 수입 수산물에 의존해야 하는 때가 올 것”이라며 “한일어업협정 재개 등으로 어장이 넓어져야 조업 환경이 개선된다. 과도한 수산관계법령 강화와 바닷모래채취 등으로 위기에 처한 어업인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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