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혁신도시를 주목하다
② 상생과 협력의 길로 나아가다

김충섭 김천시장이 혁신도시 공공기관 관계자들을 시청으로 초청해 정주여건 확충과 혁신도시의 역할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천시 제공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균형 발전을 위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정(2004년)된 지 16년이 흘렀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가운데 단계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2007년 수도권을 뺀 전국 광역시·도에 모두 10곳의 혁신도시를 지정했다. 이전할 계획이었던 153개 공공기관 중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을 제외한 152개 기관이 이전을 마무리했다. 김천시 율곡동 일원에 조성된 김천혁신도시에는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전력기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교통안전공사 등 총 13개의 공공기관이 이전해왔다. 당초 혁신도시 조성으로 김천은 경북 중·서부 발전의 신성장엔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9조 원의 경제효과와 더불어 5만여 명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그렇다고 비관해할 필요도 없다. 김천혁신도시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는 분명 김천의 미래를 이끌고 나갈 힘이 있다. 이에 본지는 김천혁신도시에 위치한 공공기관과 김천시가 만들어가고 있는 김천의 미래에 대해 알아봤다.

 

지역인재 채용·김천愛 주소갖기 운동 등 적극 동참
지역 농특산물 구입·봉사활동 등 상생협력에 솔선
주거환경 만족도는 전국 2위… ‘김천의 미래’ 청신호

추석맞이 혁신도시 어울림 직거래장터.
추석맞이 혁신도시 어울림 직거래장터.

△김천의 시민이 되다

김천시는 혁신도시에 공공기관들이 입주를 완료하기 전부터 공공기관 직원들이 김천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11년에는 김천포도축제기간에 맞춰 한국도로공사 등 13개 공공기관 직원과 그 가족을 초청해 포도따기 현장체험과 문화탐방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는 이전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게 함으로써 지역문화를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한국전력기술 직원가족 150여 명과 한국도로공사 직원가족 80여 명 등 400여명이 참여해 포도축제와 직지사, 직지문화공원, 백수문학관, 도자기박물관 등 김천지역 관광명소를 둘러봤다.

김천시의 이러한 적극적인 행보로 김천의 인구는 2017년 9월 14만3천여 명까지 증가했다. 이후 인구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자 김천시는 이전 공공기관을 찾아 ‘김천愛 주소갖기 운동’을 전개했다.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김천시민’이라는 주인의식과 지역발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이로써 김천혁신도시 상주인구는 계획인구의 80%를 넘어서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6월 기준 김천혁신도시 주민등록 인구는 2만1천674명으로 계획인구 2만6천명의 83%에 달했다. 하지만, 가족동반 이주율은 55.1%로 전국 혁신도시 중 최하위권으로 나타나 아직 김천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김천愛 주소 갖기 운동 모습.
김천愛 주소 갖기 운동 모습.

△지역발전에 앞장서다

김천혁신도시에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김천시와 함께 지역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 공공기관들은 김천시가 도농도시임을 감안해 매년 설과 추석에 농특산물 직거래장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올해 1월 28일 한국도로공사 2층 로비에서는 15개 읍·면·동 27개 농가가 참여한 혁신도시 어울림 직거래 장터가 열렸으며, 1월 31일에는 한국전력기술, 2월 1일에는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한국교통한전공단에서 장터가 운영됐다. 지난 9월에도 추석을 앞두고 각각 공공기관에서 직거래 장터가 열려 이전기관과 지역주민 간 상생발전을 도모했다.

직거래장터는 김천지역에서 생산, 가공되는 농특산물을 판매함으로써 지역 농민들에게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는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유통경로 없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매년 진행되는 직거래장터는 그동안의 신뢰를 바탕으로 구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 신뢰는 공공기관들의 지역 상생협력사업으로 이어졌다.

공공기관들은 지역 마을들과 자매결연을 맺는 등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농소면 신촌리와 자매결연을 맺었고, 구내식당과 도서관, 운동장, 테니스장, 농구장, 풋살장을 연중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개방된 수영장은 지역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전력기술은 재능나누미 봉사활동으로 지역 아동들에게 학습지도 및 정서지원, 체험 및 신체활동, 드림스타트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불우이웃 사랑의 쌀 기부, 취약계층 장학금기부 등의 기부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한전기술은 1본부 1촌 자매결연을 추진해 지역의 오지마을의 농촌일손을 돕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역시 증산면 부항리와 자매결연을 맺었고, 어린이 안심통학버스 서비스 운영, 지역특산품 구입, 장애인 등 소외계층 지역복지시설 봉사활동, 주거개선사업과 지역축제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이밖에 한국건설관리공사,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농림축산검역본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국립종자원, 우정사업조달센터, 조달품질원 등도 지역 마을과 자매결연, 편의시설 개방, 사회복지시설 지원, 농촌일손돕기 등 지역발전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수영장.   /김천시 제공
한국도로공사 수영장. /김천시 제공

△상생의 길을 모색하다

김천시와 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은 상시 소통으로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김천시는 매년 신년에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을 차례대로 방문해 지역과 상생·협력할 수 있는 방안 모색과 혁신도시 발전에 대한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정주여건에 대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 노조위원장과의 소통시간을 통해 상생발전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올해 2월에도 김충섭 시장은 공공기관 노조위원장을 시청으로 초대해 정주여건 확충과 혁신도시의 역할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공공기관들은 김천시가 민선7기 출범과 시 승격 70주년을 기념해 진행하고 있는 ‘Happy together 김천운동’과 인구감소 대응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김천愛 주소갖기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또 김천시와 공공기관은 동호회 교류대회를 통해 동반성장을 위한 소통·화합·상생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 6월에도 공공기관과 김천시청 등 12개 기관의 당구동호회와 탁구 동호회가 교류대회를 개최했다.

한국전력기술은 지난 5일 김천시민과 함께하는 한마음 코러스 콘서트를 열었다. 한국전력기술 임직원과 김천 주민들로 구성된 한마음 코러스는 직원들의 정서함양 및 혁신도시 이전기관의 지역 상생 문화공연을 선보였다. 이날 콘서트는 정오에는 직원들을 위한 런치로비 콘서트, 오후 7시에는 김천시민들과 함께하는 한마음 콘서트로 진행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혁신도시 공공기관은 상생을 위해 지역 인재 채용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5년에서 2018년의 지역인재 채용율은 9.7%에서 23.5%로 크게 증가했다. 공공기관의 이러한 노력으로 입주 기업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1월에서 3월까지 혁신도시에 3개의 기업이 입주해, 산학연 클러스터 분양률을 52.1%로 끌어 올렸다.

혁신도시 공공기관을 위한 정주여건 개선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김천시는 2020년까지 혁신도시에 문화시설 확충을 위해 도서관과 다목적 강당이 포함된 복합혁신센터를 건립한다. 또 공공기관 공동 직장어린이집을 만들고, 차량과 자전거 등에 대한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도 구축해 운영할 방침이다.

여기에 자족도시 완성에 꼭 필요한 종합병원 건립을 진행하고 있다. 170병상 규모의 연합병원을 착공한 상태다.

김천시와 혁신도시 공공기관의 상생을 위한 노력은 정주여건만족도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김천혁신도시의 주거환경분야 만족도는 63.4점으로 부산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았다. 김천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정주여건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 혁신도시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김천에서 가족들과 함께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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