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화재 이유 전열기구 불허
천장 높아 온풍기도 효과 적어
올겨울 날 흥해대피소 34가구
3년째 추위와 싸움 ‘걱정 태산’
전문가들은 “과부하 염려없어”

“핫팩 2개로 요즘같은 추위를 넘기려면 새벽에 또 단잠을 깨야 합니다”

흥해실내체육관 임시구호소에 거주하는 지진 이재민들이 개인전열기구 사용이 막혀 밤마다 겪는 현상이다. 이와 관련해 전기장판 등의 사용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피해 주민들은 흥해실내체육관을 임시구호소로 사용해 3번째 본격적인 겨울을 맞고 있다. 이곳에는 이재민 96가구(208명)가 거주 중이었는데, 이들 중 62가구는 올해 말까지 이곳에서 4㎞ 떨어져 있는 LH임대주택아파트(장량동)로 이주할 계획이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게되는 이재민들은 구호소 생활이 끝나지만, 이주 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대상이 아닌 34가구는 대피소에서 올겨울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지난 2년 동안 겨울이 두려웠는데 또다시 찬바람을 맞게 됐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포항시가 온풍기 6대로 난방을 하고 있으나, 체육관의 천장이 높아 실제로 생활하는 텐트까지 온기가 전해지지 않고 있기 때문. 더구나 포항시가 화재 위험성이 높다며 전기장판 등의 개인전열기구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서, 핫팩으로 추위를 견디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재민들은 대피소 생활 중 가장 힘든 것이 추위와 싸우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재민 최모(80)씨는 “새벽이 되면 추워서 몸이 벌벌 떨리고 다리에 쥐까지 내린다”며 “노인들에게 올겨울도 핫팩 2개로 버티라고 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추위 때문에 골병이 들 지경”이라고 울먹였다. 최씨는 “핫팩의 온기가 사그라들어 다른 걸 비벼서 열을 내려면 또 잠을 깨야 한다”고 속상해했다. 그는 “어떤 부부가 전기장판을 사용하다 공무원에게 빼앗기는 걸 본 적이 있다”며 “전기장판을 깔고 싶지만,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포항시는 “개인전열기구 사용이 불법은 아니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개인 전열기구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이재민들이 갖고 있는 전열기기가 실제로 안전한 제품인지에 대해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모든 사람에 대한 사용을 규제해 왔다”면서 “불에 잘 타는 재질의 매트가 바닥에 깔려 있고, 화재가 발생하면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콘센트를 추가로 설치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어 대책을 세우면 충분히 개인전열기구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본지 취재결과 흥해실내체육관은 한전에서 제공하는 전기를 받아 자체 변압기를 거쳐 220v의 전력으로 전환한 후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용 고압전기를 사용하고 있고, 순간 최대 부하량, 즉 전기를 이용하는 힘인 계약전력도 무려 300kw나 된다. 일반 주택용 전력(저압)의 경우 계약전력이 3kw 이하이므로, 100배 높은 계약전력을 갖고 있어 모든 이재민이 개인전열기구를 사용하더라도 과부하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한국전력공사 북포항지사 관계자도 “유동적으로 전기를 사용하면 남아있는 모든 이재민들이 개인난방기기를 사용해도 전력 부족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며 “문어발식 멀티탭 사용이 걱정이라면 콘센트를 추가로 설치하는 간단한 공사로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포항시민 김모(62·흥해읍)씨는 “조금만 고민하면 충분히 개선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왜 겨울이 세 번 돌아올 때까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