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들의 영혼 특별히 기억
죽은 이들의 영혼 특별히 기억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19.11.20 20:22
  • 게재일 2019.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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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 위령성월 의미·유래
클뤼니 수도원 전통서 시작
가톨릭교회 전례상
연중 마지막달인 11월에 지켜
살아있는 이들이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

지난 2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성직자 묘지 위령미사 모습. /천주교 대구대교구청 제공
가톨릭교회는 매년 11월을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특별히 기억하며 기도하는 위령성월(慰靈聖月)로 지낸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죽음은 두려움이요, 불안이요, 공포일 수 있지만 가톨릭 신앙인들에게 있어서는 죽음은 지상을 마치는 순례의 끝이며 희망과 구원, 즉 영원한 삶으로 나가는 관문이다. 희망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희망의 한 과정이다.

그런 면에서 위령성월은 ‘죽음’의 의미를 묵상하며 지상에서의 삶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써 영원으로 이어짐을 깨닫고 아울러 하느님 사랑의 계명을 다시한번 되새기는 은혜로운 시기이다. 위령성월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 알아본다.



△위령성월 유래

가톨릭교회에서 위령성월이 11월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998년 클뤼니 수도원 제5대 원장인 오딜로(Odilo)가 자신이 관할하는 수도자들에게 모든 성인 대축일 다음날 죽은 이를 위해 특별한 기도를 드리고 시간 전례를 노래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부터 위령성월이 시작됐다고 보는 견해가 정설이다. 클뤼니 수도원이 정한 전통이 교회 내에 널리 퍼지면서 11월 한 달 동안 위령기도를 바치는 관례가 정착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후 교황 비오 9세(재위 1846~1878), 레오 13세(재위 1878~1903), 비오 11세(재위 1922~1939)가 위령성월에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면 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선포하면서 위령성월은 가톨릭전례력에서 더욱 굳은 지위를 얻게 됐다.

세속에서는 12월이 한 해의 마지막 달이지만 가톨릭교회 전례력 상으로는 11월이 연중 마지막 달이라는 점도 위령성월이 11월에 지켜지게 된 하나의 배경이다. 연중 마지막 기간인 11월에 위령성월을 보냄으로써 종말에 성취될 구원과 삶의 선한 끝맺음을 미리 묵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에서 죽은 이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관습은 훨씬 오래전으로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에서는 망자를 기리기 위해 헌주와 음복을 하는 것이 대중적으로 널리 행해졌고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무렵인 4세기까지는 당시 1년 가운데 마지막 달로 여겨지던 2월에 위령제를 지냈다. 로마 교회도 이러한 관습을 받아들여 4세기부터 2월에 베드로좌에 모여 베드로를 추모했는데 오늘날 ‘베드로 사도좌 축일’이 2월22일로 정해진 것은 4세기의 교회 모습이 반영된 결과다.

현대 신앙인들이 알고 있는 위령성월과 위령의 날이 4세기로부터 한참 후대에야 선포됐다는 사실은 의문이 제기된다. 이는 이교도들이 행하던 죽은 이들을 위한 미신적인 관습이 오랜 기간 그리스도인들에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죽은 이의 영혼을 위로하는 특별한 신심기간

위령성월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죽은 이의 영혼을 위로하는 특별한 신심 기간’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위로’는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기도를 먼저 떠올릴 수 있지만 특히 연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 영혼들이 정화돼 하느님 나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살아 있는 이들이 희생하고 선행을 베푸는 행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위령성월 중 ‘위령의 날’을 통상 11월2일에 지키는 것과 바로 전날인 11월1일을 ‘모든 성인 대축일’로 지키는 것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톨릭신자들이 미사 때마다 바치는 사도신경에서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로 표현되는 통공 교리는 교회를 이루는 세 구성원인 세상에 살아 있는 신자들과 하느님 나라에서 복락을 누리는 성인들, 그리고 아직 고통을 겪는 연옥 영혼들이 하느님 안에서는 하나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위령성월 기간 동안 살아 있는 이들이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하느님 나라에 먼저 간 모든 성인들이 현세를 사는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있음을 믿고 기억해야 한다는 교회의 가르침이다. 또한 신자들이 살아생전 하느님과 맺은 친교는 죽어서도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 즉 하느님의 백성은 죽음이 끝이 아닌, 생과 사를 초월한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위령 성월 동안 신자들은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위령 기도’를 하는 것 외에 다가올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묵상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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