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소 알려져 발길 늘었지만
실제 지명 구룡포·특산품 과메기
홍보 기회 놓쳐 아쉽다는 목소리
시의 “촬영 전 협의 전무” 해명에
주민들 “그게 바로 뒷북행정” 질타

오는 21일 마지막회를 앞두고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동백꽃필무렵’의 성공과는 대조적으로 촬영 소재지인 포항시가 쓰린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촬영지인 포항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의 주가가 덩달아 상승하고 있지만, 정작 드라마 내에서는 ‘포항’이나 ‘구룡포’ 등의 지명은 물론, 과메기와 오징어, 대게 등의 특산물 등이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아 시의 홍보력 부재에 날 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공효진, 강하늘, 손담비 등이 출연하는 KBS드라마 ‘동백꽃필무렵’은 시청률이 최근 ‘마의 벽’이라는 20%를 넘기며 그 인기가 절정에 달하는 등 수목드라마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특히, 포항시 구룡포 문화거리가 촬영장소로 알려지면서 이곳을 찾는 발걸음 역시 부쩍 늘고는 있지만, 시가 좀 더 홍보력을 발휘했더라면 구룡포가 드라마 덕분에 가지게 된 호기를 더욱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드라마 내용에는 촬영지인 포항과 구룡포를 연상시킬만한 어떠한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드라마는 옹산이라는 지명을 쓰고 있고, 구룡포하면 떠오르는 과메기나 오징어가 아닌 동해안과는 거리가 있는 게장을 특상품으로 한 골목이 등장한다. 심지어 말투도 경상도 사투리가 아닌 충청도 말씨를 쓰며 드라마 촬영지가 충청도인 것으로 알고 있는 시청자도 많다.

이런 배경에는 촬영 전 섭외 단계에서 포항시가 제작 지원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포항의 면면을 담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주저하다 시기를 놓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뒤늦게 드라마가 성공하자 포항시는 급하게 인기에 편승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KBS본사를 방문해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져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란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시에서도 주민들이 구룡포에서 뭔가 촬영하고 꽃게 그림이 걸려 있다고 알려와서 드라마가 촬영되고 있는 것을 알았고, 촬영 전에 협의한 것은 전무했다”며 “이후 KBS와의 협의는 이미 촬영이 진행된 상태라 지명이나 특산품을 교체하는 것은 불발로 끝났으며, 곧 드라마가 끝나면 시정 소식지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간접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의 이러한 해명은 오히려 스스로 홍보부족을 인정하는 꼴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구룡포읍 한 주민은 “포항시가 드라마 촬영 자체를 뒤늦게 알았다는 것이 말이 안 되고, 실제로 그렇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라며 “포항시의 이러한 행태는 어떠한 투자도 없이 뒤늦게 인기 드라마에 숟가락만 얹으려고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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