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채낚기어선 선주들
“올해처럼 오징어 흉년은 처음”
조업 부진·위판 중단 ‘생계 위협’
中 어선 북한수역서 그물로 싹쓸이
동해안 오징어 씨 말라 성어기 한파

저동항 울릉군수협위판장이 이른 아침에도 텅 비어 있다.

[울릉] “40년째 오징어를 잡고 있지만, 올해처럼 오징어가 안 잡히는 해는 처음입니다.”

김해수(61·광명호·20t) 오징어채낚기어선 선주의 하소연이다.

김씨는 올 10월 들어 지금까지 한 번도 오징어 위판을 하지 못했다.

성어기인 지난달 1일~11월 10일까지 울릉군 수협에 위판 된 오징어는 40척이 출어 1천91급(4천589kg)에 그쳤다. 금액은 4천7만8천207원이다.

오징어 성어기인 40일 동안 출어한 어선 한 척당 평균 수익이 100만원에 불과하다. 외국인 선원 1명당 200여만 원의 월급을 주고 있다. 월급은 고사하고 유류대도 못 건진다.

울릉도 오징어채낚기 어선은 150여 척. 어민 평균소득은 26만7천200원 정도다.

울릉도 어선 90%가 오징어 조업만 하는 채낚기 어선이다. 울릉도 어민들은 이맘때 잡은 오징어조업으로 1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달 들어 지금까지 3척만 출어했다. 3척은 총 47급(244kg)의 오징어를 잡아 275만8천900원의 수익을 올렸다.

바다에 오징어가 없다는 게 어민들의 설명이다.

2년 전인 2017년 10월 1일~11월 10일에는 1천249척이 출어해 25만7천183.5kg의 오징어를 잡아 26억4천761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올해보다 57배 많이 잡았고 수익도 66배나 많다.

오징어가 안 잡혀 울릉도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 986척이 출어해 24만4천542kg을 잡아 24억9천375만 원의 소득을 올린 것과 비교해도 올해 오징어 씨가 말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해안어업전진기지 저동항의 울릉군수협오징어위판장에는 오징어 위판을 알리는 새벽 종소리마저 멈춰버렸다.

울릉도는 10~11월이 오징어 성어기다. 저동항 울릉수협위판장에는 10~11월이 되면 오전 6시부터 수협판매과 직원들이 울리는 ‘땡그랑 땡그랑’하는 종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 저동리에 사는 주민들은 이 소리에 잠을 깨기도 했고, 이 소리를 듣고 물오징어를 사려는 수십 명의 중매인이 몰려들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어선에서 오징어를 하역하고 위판된 오징어의 배를 가르고, 씻고 운반하는 수백 명의 어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야말로 위판장은 활기로 넘쳤다.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 해라해도 이맘때는 풍어를 이뤘다. 오징어 성어기기 때문이었다.

정해동(75·울릉읍 저동) 씨는 “오징어 성어기에 저동항 위판장에서 종소리가 나지 않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라며 “어민들이 이맘때 작업을 못하면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박일래 저동어촌계장은 “중국어선이 철수하지 않으면 오징어를 잡을 수 없다”고 했다.

박 계장은 “중국어선들은 100만kW~300만kw의 집어등을 밝혀 오징어를 모으고 있다”며 “반면 울릉에서 주종을 이루는 9.77t급 어선들은 8만1천kw의 집어등의 불을 밝혀 경쟁이 안 된다”고 푸념했다.

어민들도 “중국어선들이 대화퇴에서 회유해 남하하는 오징어의 길목인 북한 수역에서 그물로 싹쓸이하기 때문에 울릉도 등 동해까지 내려올 오징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북한 수역에 들어간 중국어선은 올해 총 1천882척이며, 이중 992척이 남하했고 890척이 조업 중이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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