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자사고·국제고 79개교
정부, 2025년 일반고로 전환 결정
경북도내 포철고·김천고 포함에
지역 인재유치 빨간불 우려 커져
교육 백년대계커녕 혼란만 가중
학부모들 “정권 입맛대로” 불만

“맹모삼천지교라는데 앞으로 우리 아이 진학 계획을 어떻게 짜야 합니까?”

명문고로 이름난 포항제철고와 김천고가 일반고로 전환된다는 소식에 경북지역 맹모(孟母)들이 뿔 났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25년부터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가 모두 사라지고 일반고로 일제히 전환됨에 따라 우수 인재(人材)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문제가 직장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점에서 지역 우수인재 유치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관련기사 2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계획이 담긴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교육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에서 고교 유형별 서열화가 사실로 드러나자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를 확정한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으로 인해 불거진 입시 불공정 논란 이후 교육 공정성을 강화하고자 내놓은 방침이지만 ‘엘리트 교육’의 필요성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고교체계라는 국가교육의 큰 틀이 정권 이념과 성향에 좌우되면서 교육 법정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정권이 바뀌면 이 같은 결정이 또다시 뒤집히면서 결국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국발(發) 교육개혁의 불똥은 초·중학교에도 튀었다. 자녀를 둔 부모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당장 초등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해야 하나 어쩌나 하는 고민이 커졌다.

중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주부 우모(42·남구 지곡동)씨는 “아이가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기를 원해 제철고처럼 명문고에 보내고자 일부러 이사오는 학부모도 많은데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포항까지 올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교육계에는 “과거 출범 당시부터 자사고가 지역인재 유출을 막고 우수한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는 암묵적 취지가 전제되었는 것이 사실”로 알려져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초등 5학년부터 중등 3학년 사이에서는 자사고·외고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2024년까지 존속을 보장한 이상 큰 혼란 없이 자사고·외고를 졸업할 수 있게 돼 사교육 열풍 조짐도 엿보인다. 과학고가 살아남은 점도 이런 바람에 가세할 전망이다.

자사고와 외고 등이 일반고로 모두 전환되면 사실상 ‘완전 고교 평준화’가 실현될 전망이다. 고교 서열화 해소 시행 방안에 따르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5년부터 자사고 42개교, 외국어고 30개교, 국제고 7개교 등 총 79개교가 일반고로 전환된다.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자사고는 선발 지역이 광역 단위로 축소되고, 전국 단위 모집 일반고는 모집 특례가 폐지된다. 현재 전국 단위 자사고에 해당하는 포항제철고와 김천고는 경북지역 중학교 출신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인재전형 20% 정도를 제외하곤 전국 어디서나 학생을 뽑을 수 있다. 그러나 광역 단위로 바뀌면 경북지역 중학교 졸업예정자 또는 거주자에 한해 지원할 수 있게 된다.

포항제철고 박석현 교장은 “정부 방침에 따라 2010년 자사고 지정 이전의 비평준화 일반고로 돌아가게 된다”며 “일반고 전환 계획을 준비하던 중이라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큰 혼란은 없지만 그동안 전국 단위 모집으로 부산이나 울산 등에서 오던 학생들의 지원이 앞으로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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