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주머니 넉넉하게 만드는 기분좋은 한 끼를 찾다
가벼운 주머니 넉넉하게 만드는 기분좋은 한 끼를 찾다
  • 음식평론가 황광해
  • 등록일 2019.11.06 20:23
  • 게재일 2019.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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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평론가 황광해, 상주를 맛보다
별난 맛집 3곳

음식평론가 황광해, 상주를 맛보다별난 맛집 3곳
할매손두부 한상차림

60년을 한결같이… ‘몰랑몰랑’ 식감의 유희

할매손두부

두부는 만들기 쉽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두부 만드는 걸 봤다. 따라 만든다. 두부는 만들기 쉽다. 두부는 만들기는 어렵다. 상당 부분 기계화가 되었지만, 여전히 두부를 만드는 일은 힘겹다. 음식 만드는 최고의 공력은 꾸준함이다. 두부 만드는 최고의 레시피는 ‘알고 있는 대로, 꾸준히’다. 두붓집 역사 60년, 쉽지 않다.

상주 함창버스터미널 앞 작은 골목 안에 ‘할매손두부’가 있다. 창업주에 이어 며느리 신복순 씨 부부가 두붓집을 운영하고 있다. 여름에는 일주일에 두 번, 겨울에는 일주일에 세 번 두부를 만든다. ‘한 번에 서른다섯 모 정도’ 만든다.

수제 두부는 단면이 거칠다. 입에 넣어보면, 콩의 달짝지근한 맛이 살아 있다. 콩이 좋은 계절은 12월부터다. 겨울철에는 두부의 비릿한 콩 맛이 살아 있다.

시골 손두부는 딱딱, 퍽퍽하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잘 만든 두부는 몰랑몰랑하고 부드럽다. ‘할매손두부’는 퍽퍽한 듯 보이지만 입에 넣으면 입자가 부드럽게 펼쳐진다.

 

단면이 거칠지만 식감은 부드러운 손두부.

산초두부구이도 반드시 맛봐야 할 아이템. 산초의 은은한 향을 제대로 살린 두부구이다. 산초 채취가 힘들어지고, 산초 기름 가격이 급등하면서 산초 두부구이는 사라졌다. 산초의 향을 과하지 않고 은은하게 살렸다.

된장찌개는 과하지 않은 곰삭은 맛과 구수함이 두루 좋다. 반찬 중에는 북어 껍질 조림도 아주 좋다. 북어 껍질의 파삭한 질감이 잘 살아 있다.

놀라운 부분은 이 집의 기명(器皿). 사기그릇을 사용한다. 사기그릇은 무겁고 잘 깨진다. 웬만한 식당들은 멜라닌 그릇이다. 가격이 높지 않은 대중식당에서 사기그릇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정갈한 반찬들을 정갈한 그릇에 담았다. 손님들을 귀하게 여기는 주인 부부의 마음 씀씀이를 그대로 드러낸다.

업력 60년 가볍지 않다. 2013년 무렵 선대 창업주가 돌아가셨다. 현재 주인 부부의 업력도 20년이다. 가볍지 않은 세월. 묵묵히 두부를 만들고 있다. 두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누구도 제대로 만들기는 어렵다. 작은 읍내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집이다.

 

‘꽃들추어탕’의 단일메뉴인 추어탕.


메뉴 단 하나… 소박하고 동화같은 가게

꽃들추어탕



가게에 들어서면 왠지 기분이 좋다. 깔끔하다. 손님을 대하는 주방 주인, 홀에서 음식을 나르는 이들이 마치 동화 속의 인물들 같다. 한결같이 부드럽게 웃는다. 가게 이름부터 ‘동화’스럽다. ‘꽃들추어탕’. 미꾸라지가 ‘들판의 꽃’이다.

 

‘꽃들추어탕’의 가게 전경.

멀고 가까운 논배미, 개울, 크고 작은 웅덩이, 들판에서 미꾸라지를 잡는다. 직접 잡은 미꾸라지로만 추어탕을 끓인다. 가게가 문을 닫는 날, 부부가 직접 미꾸라지를 잡으러 길을 나선다. 들판 여기저기 통발을 놓고 미꾸라지를 기다린다. 하루 80그릇 한정. 더러 오후 나절에 준비한 미꾸라지가 부족해서 손님을 돌려보낸 적도 있다. 준비한 물량이 소진되면 문을 닫는다. 가게 입구에는 손님들이 기다리는 ‘대기실(?)’ 공간도 있다.

미꾸라지를 곱게 갈아서, 채소 등을 넣고 끓인, 이른바, ‘갈추’다. 추어탕과 반찬들에 일체의 조미료,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꽃들추어탕’의 단촐한 메뉴판.

부부가 모두 요리사다. 오래전부터 음식 만드는 일을 하다가 처음 문을 연 ‘내 가게’다. 위생, 맛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격도 낮다. 메뉴는 딸랑 하나다. ‘꽃들추어탕 8,000원’ 원산지 표기도 재미있다. 단순히 국산, 국내산이라고 하지 않는다. 쌀은 함창, 고춧가루는 영양, 제피(초피, 산초가루)는 상주, 문경 등으로 상세히 표기한다. 모두 인근 지역들이다. 소박하고 동화 같은 가게다.

 

남천식당 해장국. 


‘2천500원의 행복’ 질리지 않는 집밥같은 맛

남천식당



숫자 몇 개로 이 가게를 설명한다. 1936년. 이 자그마한 식당이 문을 연 시기다. 시장통.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이른 아침의 한 끼 식사. 우거지 국밥이었을 것이다. 2천500원. 2019년 현재, ‘남천식당’의 우거지 국밥 가격이다. 메뉴도 딸랑 한 가지, 우거지 국밥뿐이다. 벽에 붙은 메뉴판에는 ‘해장국 2,500원’이라고 써 붙였다.

해장국은, 기능성을 강조한 이름이다. ‘해장 국물’이라는 뜻이다. 재료를 이야기하면 우거지 국밥, 시래기 국밥이다. 곱빼기, 500원 더 받는다. 3천 원. ‘막걸리 1천 원’도 재미있다. 잔술이다. 막걸리를 한잔 가득 주고 1천 원이다. 이것뿐이다.

 

연세가 많으신 2대 어머니가 근대를 다듬고 있다. 여전히 일을 한다.

문 입구에 “그동안 수천만 명이 다녀갔다”고 써 붙였다. 실제 그러했을 것이다.

모녀가 운영한다. 어머니는 연세가 많다. 인근 시장 상인들 혹은 농민들이 각종 채소를 들고 찾는다. 무청 우거지, 배추 우거지, 근대 등을 가져온다. 이런저런 채소를 다듬는 것은 어머니의 몫이다. 2대째인 어머니가 언제부터 일하셨는지 물어봤다. “박정희 대통령, 윤보선 씨가 대통령 선거하던 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1963년 무렵이다. 3대 전승. 창업주, 어머니, 딸로 연결되었다.

 

간단한 차림표

가격이 낮다고 해서 얕볼 집은 아니다. 국물이 맑으면서도 슴슴하다. 좋은 장을 사용하고, 내용물을 잘 만졌다. 우문현답. “어떤 채소를 사용하느냐?”는 ‘어리석은 질문’에 “이것도 쓰고 저것도 쓰고”라는 현답이 돌아온다. 한 가지 채소를 사용하지 않고 이것저것 섞어서 사용한다.

채소는 부드러우면서도 씹히는 맛이 살아 있다. 국물은 맑고 시원하다. 수수하다. 매일, 매 끼니 먹어도 질리지 않을 ‘집밥’ 같은 맛이다.



오래된, 널리 알려진 집들

‘청자회관’의 짬뽕밥. 

‘청자회관’은 이름과는 달리 중식당이다. 상주 외곽의 국도변. 바깥은 작지만, 내부는 상당히 넓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식당이다. 부자 2대 전승. 짬뽕밥을 주문하는 사람이 많다. 점심시간에는 기다려야 한다.

 

’고려분식’의 김밥과 군만두. 

‘고려분식’은 시내 시장통의 분식집이다. 매운맛의 꼬마김밥과 군만두가 유명하다. 군만두라고 부르지만 튀김만두다. 50년의 업력이다.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분식집이다.

 

 ‘부흥식육식당’의 석쇠 돼지불고기.

‘부흥식육식당’은 석쇠 돼지불고기 전문점이다. 3대 전승. 외부에 간판이 없는 특이한 집이다. 상주시와 공검면 사이 국도변 깊은 뒷길에 있다.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두 종류가 있다. 양념구이는 단맛이 강하다.



새롭게 문을 연 맛집 2곳

뽕잎의 다양한 변신

두락

‘두락’의 뽕잎돌솥밥.

‘두락’은 상주의 농가맛집이다. 주인이 한방에 조예가 깊다. 한방 내용을 따라 밥상을 구성했다. 상주는 ‘농잠(農蠶)’이 번성했던 지역이다. 뽕나무, 누에치기가 한때는 번성했다. 단품으로는 뽕잎을 넣은 ‘뽕잎돌솥밥’이 이 집의 주력 메뉴다. 이외에도 ‘뽕잎대보탕’이나 ‘두락뽕잎밥상’도 있다.

밥상의 반찬들은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많지 않은 반찬 중 몇 개가 눈에 띈다. 널리 사용하지 않는 식재료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뽕잎.

‘상추 줄기 무침’도 특이하다. 상추는 흔하게 사용하는 식재료다. 늦여름부터 잎은 작아지고 대는 굵고 뻑뻑해진다. 상춧잎의 맛도 한결 쓰다. 먹기 힘든 시기다. 이때쯤이면 상추를 통째로 뽑아낸다. ‘두락’의 상추 줄기 무침은 늦여름, 가을의 억센 상추대로 만든 반찬이다. 예약하는 것이 좋다.



낙동강변서 받아보는 조선시대 밥상

시의전서

‘시의전서’의 한상차림.


‘시의전서’는 낙동보 언저리에 있는 한식집이다. ‘시의전서’는 조선 말기 상주 지방에서 발견된 요리 서적 ‘시의전서(是議全書)’에서 따온 것이다. 저자 미상의 ‘시의전서’는 1910년대 상주 군수로 일했던 심환진이 필사본으로 남겼다. 필사본이 상주 군청에서 사용한 편면괘지(片面罫紙), 모필인 것이 상주와의 인연이다.

‘시의전서’에는 처음으로 ‘골동반(骨董飯)=부븸밥’ 표기가 나타난다. 비빔밥은 ‘혼돈반(混沌飯)’ 혹은 골동반으로 표기했다. 그 이전에도 한글로 ‘부븸밥’으로 불렀을 것이다. 글로 남길 때는 ‘骨董飯(골동반)’이었다. ‘시의전서’에, 지금까지 발견된 책 중에는, 처음으로 한글 표기 ‘부븸밥’이 나타난다.

식당 ‘시의전서’에도 비빔밥 메뉴가 있다. 떡갈비, 갈비 등을 주제로 한 밥상도 가능하다. 문을 열면 낙동강이 보이는 곳의 한옥이다. 실내는 개별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식평론가 황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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