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쓰기 어려운 글 (2)
가장 쓰기 어려운 글 (2)
  •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 등록일 2019.11.05 19:23
  • 게재일 2019.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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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쉬운 글이 가장 쓰기 어려운 글입니다. 헤밍웨이 친구들이 단어 6개만 사용해서 자신들을 울릴 만한 소설을 써 볼 수 있느냐고 장난삼아 내기를 걸었습니다. 그러자 헤밍웨이는 타자기를 두드립니다. 1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아기 신발 팝니다.)

이 여섯 단어 소설은 독자들의 두뇌에 상상을 모락모락 피어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여자 아이가 태어납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 뽀얀 피부, 귀여운 옹알이를 하며 건강하게 자랍니다. 남편은 야간 근무도 자청합니다. 엄마는 젖을 물리고 눈을 마주칠 때마다 꿈을 꾸는 듯합니다. 하루는 수당을 듬뿍 받은 남편이 예쁜 신발을 사옵니다. 부부는 아기가 어서 자라 신발을 신고 공원에 함께 산책할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보니 아이가 이상합니다.”

독자는 이런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여섯 단어입니다. 헤밍웨이는 말합니다. “작가가 충분히 진실하게 글을 쓰고 있다면 독자는 그것들을 세세하게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히 강렬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빙산의 위엄은 오직 팔 분의 일에 해당하는 부분만이 물 위에 떠 있다는 데 있다.”

헤밍웨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빙산이론(Iceberg theory)입니다. 그는 팔분의 일, 즉 물 위에 노출되어 있는 부분만을 간결하게 서술합니다. 팔분의 칠은 물속에 감춥니다. 행간에서 독자들이 읽어내야 합니다. 헤밍웨이 단편은 빛나는 문장들로 가득합니다. 짧지만 울림이 얼마나 강한지 제대로 느끼려면 함께 토론하면서 그 맛을 느껴야 합니다. 팔분의 칠을 행간에서 각자 찾아오고 이 퍼즐을 서로 맞춰 가며 전체 그림을 그리면 여섯 글자 소설의 슬픔처럼, 헤밍웨이 작품의 위대한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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