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헬기 추락 ‘안타까운 사연’
포항남부소방서 사고대책본부
착하고 든든한 딸·조카·남편에
새신랑·신입 대원 등 처지 알려져
간절한 마음·숨겨진 사연 ‘뭉클’

지난달 31일 밤 응급환자를 구조하다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한 소방 헬기 사고 탑승자 가족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3일 오전 포항남부소방서 2층에 마련된 중앙 119구조본부 헬기추락사고 ‘가족 대기실’에는 10여 명의 가족이 머물고 있었다. 사고 다음날부터 마련된 이곳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한 숨겨진 사연들이 속속 전해졌다.

근무한 지 1년 된 새내기 소방대원과 베테랑 조종사, 결혼한 지 2개월 된 새신랑, 동료 선원의 치료를 위해 보호자로 나섰던 선원 등 각종 사연들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간혹 문밖으로 새어나오는 가족들의 울음소리와 큰 한숨 소리가 애타는 심정을 말해주고 있다.

사고 당시 유일한 여성이었던 박모(29)씨는 어렸을 적부터 타인의 고귀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가천대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하고 대학병원에서 응급구조 관련 실무 경험을 쌓은 뒤 지난해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중앙구조본부 영남특수구조대에 배치되면서 가족과 떨어져 대구에서 혼자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아버지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부모의 속을 썩인 적 없는 착한 딸이다”며 “1년 전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국민과 해외동포에게 재난이 생기면 피해 복구를 도와주는 일을 하게 됐다며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울먹였다. 그는 또 “그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했던 딸이었다”며 “소방관이란 일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부기장 이모(39)씨는 공군비행학교에 들어가 헬기 조종을 시작해 소령으로 전역했다. 이씨는 전투기를 조종하다 강원도에서 닥터헬기 조종사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는 군과 민간 항공사 등지에서 경력을 쌓은 뒤 지난 2016년 중앙구조본부 영남 119구특수구조대에 전문경력관으로 들어왔다. 이 부기장은 지난 4월 강원도 대형화재 때도 소방 헬기를 타고 앞장서 진화 작업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외삼촌인 김화선(61)씨는 강원도 산불 화재 당시 일이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헬기가 떠있는 상태로 물을 빨아들이는 동안만 잠시 위험하지 나머지는 괜찮다”고 하더라며 “평소 힘들다고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사람을 구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항상 말해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구조대원 배모(31)씨는 결혼한 지 2개월 된 새 신랑인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배 대원은 7년 전 소방 공무원이 된 후 지금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구조 현장을 뛰어다녔다.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성실한 구조대원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선원 박모(46)씨의 억울한 희생도 주위사람들을 슬프게 했다. 박씨는 손가락 절단사고를 당한 동료 선원의 병원 치료를 위해 보호자로 사고 헬기에 동승했던 것. 사고 소식을 듣고 대전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박씨의 여동생(42)은 “보호자가 동승해야 한다고 해 착한 오빠가 보호자로 헬기를 탄 것 같다”며 “정말 법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로 착하고 성실한 오빠다”며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박씨는 생계를 위해 울진군과 본가인 밀양을 오가며 홍게잡이 선원으로 십년째 일해 왔다. 가족들은 “홍게잡이가 위험하고 요즘 사고도 잦다더라”며 일을 만류했고, 박씨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웃으며 떠났다고 전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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