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절함과 따뜻함… ‘인간’ 정약용을 만나다
절절함과 따뜻함… ‘인간’ 정약용을 만나다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19.10.31 19:50
  • 게재일 2019.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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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박석무 편역, 창비 펴냄
교양·1만4천원

다산 정약용 표준 영정

조선 실학을 대표하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전통한국의 수많은 사상가들 가운데서도 퇴계 이황, 율곡 이이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대의 실학자이자 개혁가로 평가된다. 실학자로서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개혁과 개방을 통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주장한 인물이라 평가할 수 있다.

정약용을 떠올리면 오랜 시간 동안 겪어야 했던 유배생활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기에 접했던 서학(西學)으로 인한 18년이란 유배생활은 그에게 깊은 좌절도 안겨줬지만, 최고의 실학자가 된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그는 이 유배기간 동안 자신의 학문을 더욱 연마해 육경사서(六經四書)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일표이서(一表二書) 등 모두 542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고, 이 저술을 통해서 조선 후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초판이 나온 1979년 이래 다산 정약용을 만나는 가장 친절한 통로 역할을 해온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창비)가 초판 발간 4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정비된 모습으로 출간됐다.

정약용이 유배 시기 절절하고 따뜻한 마음을 담아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낸 서신들을 엮은 이 책은 대학자 이전의 인간적인 다산의 면모를 만날 수 있어 오늘날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지방관 이종영에게 주는 글을 새롭게 추가했고, 시대 변화에 맞춰 번역과 체제, 장정을 정비했다. 이제 막 고전을 접하기 시작하는 청소년과 정약용을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 더욱더 오래 사랑받는 입문서로 남기 위한 새 단장이다.

이 책의 편역자이자 대표적 다산학 연구자인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다섯 번째 개정판을 출간하면서 “세상에 공개하려고 저술한 책에서는 인간 다산의 속마음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지만 아들·형님·제자들에게 보낸 그의 사신(私信)에는 깊은 속마음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는 말을 남겼다. 불운한 환경 속에서도 생활인이자 소통하는 지식인으로서 아름다운 말들을 남겼던 다산의 자취를 이 책 전체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등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각 부에는 아들들이 좌절하지 않고 학문에 정진하기를 입에 닳도록 이야기하는 모습(1~2부), 다산과 마찬가지로 귀양살이를 했던 둘째 형님 정약전을 안부를 물으며 깊고 넓게 학문을 토론하는 모습(3부), 제자들의 장래를 걱정해 온갖 지혜를 전수하려는 모습(4부)이 각각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것은 단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들들에게 주는 편지글이다. 다산은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아들 학연(學淵)과 학유(學游)가 실의에 빠지지 않도록 늘 엄격하게 격려했다. 이 편지들에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며 무슨 공부를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빛나는 명언들과 함께, 불의와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다산의 매서운 선비정신이 담겨 있다. 편지를 읽다보면 참다운 길을 가도록 준엄하게 꾸짖는 다산의 음성이 귓전에 들리는 듯하지만, 그 속에는 애끊는 부정(父情)이 넘친다.

제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에는 생계를 꾸리는 방법, 친구를 사귈 때 가려야 할 일, 친척끼리 화목하게 지내는 방법 등 다산의 생활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다산 자신의 저서를 후세에 전해달라는 전언과 함께 저술의 과정과 원칙을 정제해 제시하고 있어, 다산 사상의 큰 줄기를 압축해놓은 글로 읽기에 유익하다.

다산 정약용 표준 영정
다산 정약용 표준 영정

제3부에는 정약용의 강진 유배와 비슷한 시기에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둘째형 정약전에게 보낸 편지들을 실었다. 이들 형제는 유배 중에서도 서간을 주고받으며 변함없는 우애를 나눴다. 정약용은 자신보다 더 외로운 유배생활을 하고 있는 형의 건강을 염려하고 지극한 마음을 전한다. 특히 두 형제는 심도있는 학문 주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유배지에서도 학자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실함을 바탕으로 ‘목민심서’등 정약용의 빛나는 저작들이 탄생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4부는 정약용이 제자와 지인에게 써 보낸 글을 선별한 것으로, 자상한 스승의 마음씨와 더불어 다산의 넓고 깊은 학문세계가 드러난다. 학승 초의선사를 제자로 삼고 시와 선에 대한 깊은 담론을 펼친 것은 너무도 훌륭한 문학론이며, 19세의 어린 소년으로 해배 후 찾아온 이인영에게 해준 이야기는 뛰어난 문장론이다. 지방관 이종영에게 남긴 두 편의 글은 목민관의 자세를 다룬 내용을 담아 ‘목민심서’의 축약처럼 읽힌다. 특히 이 편지들은 다산이 실학자로서 얼마나 튼튼한 현실주의적 사고와 실학사상을 지녔는지 보여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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