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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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헌법이고 법률인가? 과거 왕권시대나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대통령의 한마디에 정책들이 수시로 바뀌는 모습을 보고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무슨 말을 또 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정책이 수시로 바뀐다.

일관성이 결여된 정책들, 특히 교육정책이 그렇다. 대통령이 꺼내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교육정책이 출렁거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교육정책의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단편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내일이면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몰라 교육 현장의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대통령이 “대입제도 전반검토”하니까 대입제도를 다 뜯어고칠 듯이 북새통을 떨다가 “고교서열화 금지”하니까 당장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특성화고교 모두를 일괄 없앤다는 발표가 있었다. 당초 단계적 폐지 정책은 대통령 한마디로 판이 뒤집혔다. 다시 정권이 바뀌면 폐지된 특성화 고교를 다시 부활시킬지도 모른다.

특성화고와 자사고를 만들 때는 그만한 타당성이 있어 만든 것인데 그런 타당성을 외면한채 대통령 말 한마디로 고교의 폐지를 무슨 나무하나 베는 것으로 생각하니 참으로 개탄할 노릇이다. 또 “정시모집 확대”하니까 정시모집을 마지노선인 30%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정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교육공정성 강화특위’를 만들어 11월께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도대체 이런 식의 조령모개식 교육정책이 있을 수 있는가? 내일이면 어찌될지도 모르는 정책을 그저 대통령의 한마디에 이리저리 좌우되는 형국은 정말로 개탄스럽다.

교육정책만이 아니다. 과거 편의점 출점 규제도 대통령 지시로 뒤집혔다. 공정위는 새 편의점을 차릴 때 다른 편의점과 50∼100m 이상 거리를 두게 하는 ‘자율규약’을 승인해달라는 편의점산업협회 요청을 ‘담합’이라는 이유로 거절했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편의점 과밀 문제를 해소하라”고 지시하자 갑자기 입장을 180도 바꿔 업계 요구를 받아들였다.

원전정책도 그러했다. 대통령의 “원전폐기” 공약은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없는 나라는 산업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원전이 필수적인 데,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있다. 우리가 발전시켜온 원전기술은 세계 원전수출이라는 블루오션을 맞을 수 있고 대체에너지의 현실적 타당성이 부족한데도 대통령 한마디가 원전정책을 좌우하고 있다. 말썽 많은 한전공대 설립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의 공약사업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 외에는 아무런 정당성을 찾을 수가 없다.

정부 정책은 무엇보다 공정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국민생활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이 언제 뒤집힐지 모르면 국민은 혼란스럽다. 이제 우리도 대통령 말 한마디로 주요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그런 수준의 국가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 발전된 국민의 의견이 수렴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그런 안정된 국가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다”는 참 멋진 말을 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과정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이고 결과는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