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영덕 무차별 태풍 피해, 예견된 인재였나
울진·영덕 무차별 태풍 피해, 예견된 인재였나
  • 황영우기자
  • 등록일 2019.10.07 20:26
  • 게재일 2019.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당 3천t 배수량 울진 배수펌프 강수량 초과하며 ‘무용지물’로
비상발전기도 노후돼 기능 못해
울진시장, 공영주차장 건립으로
높이차 생겨 저지대로 물 넘쳐
동해중부선 공사장 인근 마을은
야적해 놓은 흙더미가 흘러내려
배수구·하수구 막아 피해 확산

7일 오후 태풍 ‘미탁’이 쏟아낸 물 폭탄으로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된 울진군 기성면 망양2리 일원의 모습. 마을 주민들은 “울진과 삼척을 연결하는 철도인 동해중부선의 터널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엄청난 양의 토사가 계곡을 따라 흘러 마을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며 “우리 마을의 피해는 엄연한 인재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발생한 울진·영덕 지역의 피해가 ‘인재’였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배수펌프가 고장나고 철도개설공사장의 야적된 흙더미가 마을을 덮치는 등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울진군의 경우 배수펌프가 태풍 강우가 최고점이었던 3일 새벽 1시께 가동이 중단되며 저지대인 ‘울진시장’으로 물이 순식간에 들어찼다. 당시 시간당 강우량은 80㎜를 넘어섰던 것으로 집계됐다.

한 상인은 “2일 초저녁부터 비가 수없이 쏟아졌다”며 “물이 발목 정도로 차오르자 배수펌프가 가동되며 배수구에 소용돌이가 치면서 물을 빨아들이는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다음날 새벽 1시께 배수구에 아무런 모습이 보이질 않은 뒤부터 물이 차올라 끝내 허리높이까지 가게가 물에 잠겼다. 군청에다 시장 상인들이 수십 통의 문의 및 항의전화를 했지만 답은 ‘정전이 돼서 가동이 중단됐다’라는 말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울진군 등에 따르면 울진군의 배수펌프시설은 총 4곳이다. 2곳은 울진군 맑은물사업소, 1곳은 안전재난건설과, 1곳은 농어촌공사가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배수시설이 울진읍내 기준 분당 3천t의 배수량을 갖고 있지만, 이번처럼 강수량이 초과하는 경우에는 무용지물인 것. 정전과 관련해서는 한전 변전소에서 오는 북쪽의 전력이 정전되면서 가동이 일시 중단됐지만, 곧 남쪽의 전력을 받아 정상가동했다고 군은 해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의 미흡한 조치에 대한 지적도 일고 있다.

2년 전 비상발전기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배수시설을 가동했지만 당시 수명연한이 이미 30년이 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비상발전기가 100% 성능을 다하더라도 4곳의 배수시설 중 2곳만 가동시킬 수 있는 수준이어서 비상발전기의 추가 확보에도 군이 미흡하지 않았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외에도 울진시장 공영 주차장 인근 상인들은 공영주차장 건립 방식에도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상인 김모(58)씨는 “우리 울진시장이 저지대로 이미 알려졌는데도 군은 공영주차장 도로공사 시 기존 시설을 뜯어내지 않고 덮는 방식으로 공사해 인위적인 높이차이를 더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상인들은 고지대에 위치한 울진초등학교가 물을 모은 뒤 저지대로 흘러 넘치는 형국이 된 것도 피해확산의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울진초등학교에 배수시설이 없어 운동장에 가득 고인 빗물이 한꺼번에 몰려왔다며 마땅한 배수시설이 없어 피해를 더 크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동해중부선 철도공사로 인한 인재 논란도 불거졌다. 영덕과 울진에서 철도공사에서 야적해 놓은 흙더미가 마을 덮치며 주택침수 피해를 키웠다는 것. 영덕∼삼척 구간 공사현장인 백석리 산 70-3 일원에서부터 약 400m 떨어진 병곡면 백석리 마을이 큰 피해를 봤다. 70가구, 80여명 규모의 이 마을에서는 30여가구가 물에 잠기거나 흙으로 뒤덮였고 차량 10대도 침수피해를 입었다. 마을주민들은 마을 뒤쪽의 산에서 대규모 흙이 밀려왔고 방안과 창고, 마당 등지에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철도공사로 인해 유출된 토사가 배수구와 하수구를 막아 피해를 확산시켰다”고 반발했다.

울진군 기성면 망양2리 마을도 똑같은 피해를 봤다며 한국철도시설공단에 항의했다. 이마을은 하천 위쪽에 울진~삼척간 동해중부선 철도 터널공사가 진행중이다. 터널공사에서 발생한 토사를 한곳에 쌓아놓았는데 이번 집중호우로 마을을 덮쳤다. 주민들은 “마을 하천이 토사로 메워지며 침수피해가 커졌다. 하천과 주택을 비롯한 마을전체가 흙으로 뒤덮여 마치 산사태 매몰현장을 연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울진군과 경북도 등 행정기관에 피해원인조사와 함께 철도공사의 피해 보상을 요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황영우기자님의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