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동체 아니면 나아갈 수 없죠”
“일심동체 아니면 나아갈 수 없죠”
  • 이바름기자
  • 등록일 2019.10.07 19:43
  • 게재일 2019.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포항시청 조정팀 최유리·정혜리 선수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4연패’
조정 경량급 더블스컬 금메달
대한민국 대표선수 자리매김
“학교 선생님 권유로 조정 입문
서로 위해 외친 파이팅 덕분에
좋은 결과 따라줬던 것 같아요”

7일 충주시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 내 카페에서 만난 포항시청 조정팀 최유리(오른쪽)·정혜리 선수. 두 선수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조정 경량급 더블스컬 종목에 출전,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이바름기자
“어텐션”

긴 보트에 두 선수가 앞·뒤로 앉아 있다. 출발 소리와 함께 가녀린 몸으로 힘차게 두 팔을 휘젓는다. 물살을 헤치면서 앞이 아닌, ‘후진(後進)’한다. 두 사람의 동작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일심동체가 아니면 조금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오히려 배가 뒤집히고 만다.

포항시청 조정팀은 올해도 역시 금메달이다. 제100회 전국체육대회까지 어느덧 4연패를 달성했다. 이미 전국에서 가장 알아주는 팀이 됐다. 그 중심에는 조정팀 에이스인 최유리·정혜리 선수가 있다. 두 선수는 7일 여자일반부 경량급 더블스컬 종목에 출전해 우승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이후, 충북 충주시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 내 카페에서 두 선수를 만났다. 두 선수의 첫인상은 마치, 긴 젓가락같았다. 살짝만 건드려도 부러질 정도. 불과 10여 분 전, 배 위에서 노를 저으면서 2천m를 달려온 스포츠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포항시청 조정팀 주장인 최유리 선수는 올해로 17년 째 조정을 하고 있다. 1990년생으로 올해 30대의 문턱을 밟은 최 선수는 중학교 1학년 때 조정에 첫 발을 내디뎠다. 포항 동지여중과 동지여고, 한국체대를 졸업해 포항시청 조정팀에 입단했다. 1994년생으로 올해 조정 10년차 정혜리 선수는 충주여고를 졸업한 뒤 한국체대에 입학, 역시 졸업 후 포항시청에서 쭉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각자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조정에 입문하게 됐다는 두 선수는 “처음에는 동력보트 조종인 줄 알았는데, 하고 보니 조종이 아니라 조정이었다. 속았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시작이 어찌됐던, 인생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을 조정과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조정은 기록경기다. 보트에 타서 노를 저어 뒤로 간다. 출발해서 누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지를 겨룬다. 종목은 싱글스컬(1인), 더블스컬(2인), 쿼드러플(4인), 그리고 조정의 꽃이라고 불리는 에이트(8인) 등이 있다. 최유리·정혜리 듀오는 이번 제100회 전국체전에 경량급 더블스컬 종목에 출전해 금메달을 함께 목에 걸었다.

사실 이들 두 선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조정선수다. 2018 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서 조정 쿼드러플 종목에 출전, 자랑스런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한국 조정의 새 역사를 썼다. 국내 대회에서 어찌보면 금메달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또 그렇지 않다. 2천m라는 긴 거리를 노를 저어 가기 때문에 체력은 기본이요, 2인 이상인 단체전에서는 무엇보다 단결력이 중요하다. 정혜리 선수 역시 “한 명이 아무리 잘해도 안맞으면 배가 안나간다.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간의 협동심”이라고 했다.

또 조금만 무게중심이 달라도 배가 뒤집히기 때문에 한 배에 같이 탑승해 있는 선수들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최유리 선수는 “배에서 노를 저으면서 중간지점(1천m)정도 가면 체력이 힘들다. 그 때마다 둘이서 계속 화이팅을 외친다. 그렇게 (혜리와)서로를 다독이다보니 계속 좋은 결과가 따라줬던 것 같다”고 했다.

두 선수는 포항시청 조정팀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가장 먼저 김구현 포항시청 조정감독을 언급했다. 정혜리 선수는 “감독님이 우리를 ‘우리 공주님들’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어 정 선수는 “감독님이 처음에는 되게 묵묵하신 분인 줄만 알았는데, 선수들을 딸같이 대해주신다”며 “또 우리가 무너질 때 잡아주시기도 하고, 힘들 때는 어떻게 아셨는지 몰래 격려도 해 주신다. 가장 먼저, 무슨 일이 있어도 1순위는 감독님”이라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두 선수의 활약상은 내년이 마지막이다. 최유리 선수는 내년에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로 서른이기에, 선수로서는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한다. 오는 2020년 경북도에서 개최되는 전국체전에서 포항시청 조정팀 5연패 달성과 함께 올림픽에도 출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했다. 물론, 정혜리 선수와 함께 말이다.

짧은 시간의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두 선수는 바로 대표팀 소집령에 따라 떠났다.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는 아시아선수권에 출전, 끝난 뒤에는 선발전이 있단다. 최유리 선수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쉴 틈이 없죠?”라며 방긋 웃었다.

두 선수는 “사실 조정이 비인기종목이라 서러울 때도 많다. 조정선수라고 하면 설명을 해드려도 잘 모르신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조정이라는 종목을 더 알리고 싶다. 많은 분들도 조정에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이바름기자 님의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