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결국 대한민국의 방역망을 뚫었다. 치사율 100%로 알려진 이 전염병은 지난 2016년 유럽을 거쳐 아시아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세계 20개국 양돈 농가들을 초토화하고 있다. 전력을 다해 창궐을 막는 것은 물론 물가인상 등 2차 피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가뜩이나 가라앉은 민생경제를 덮치고 있는 원유가격 인상과 돼지열병 발생 먹구름이 야속하기 짝이 없는 중추 환절기다.

경기 파주시에 이어 18일 연천군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돼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전날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발생이 확인되자 전국 돼지 농장을 대상으로 48시간 동안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리고, 발생농장과 그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3천950마리에 대한 살처분에 들어간 바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따르면 지난 8월30일∼9월12일 기준으로 ASF가 유행 중인 국가 혹은 지역은 모두 19곳이었다. 아시아에선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첫 발병 사례가 나왔다. 올해 들어 몽골(1월), 베트남(2월), 캄보디아(3월), 홍콩(5월) 등으로 잇따라 확산됐다. 북한도 5월 말 발병이 확인된 후 전국 단위의 방역에 힘쓰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걸리면 무조건 폐사한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다. 그래서 대부분 국가에서 살처분 정책에 의존한다. 대량 살처분은 물론 돼지고기 가격 폭등은 피할 수 없는 후폭풍이다. 우리는 구제역으로 돼지 348만 마리가 살처분된 2010∼2011년에도 40% 이상의 돼지고기 가격 인상을 경험한 바 있다.

돼지열병 확산부터 무조건 막아야 한다. 가용한 모든 수단과 정책을 동원하여 전국의 돼지 농가가 모조리 황폐화하는 현상은 막아내야 한다. 아울러 대표적인 육식 먹거리인 돼지고기 파동이 나지 않도록 선제적 수급 관리, 물가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피폐해진 경제 사정 속에서 온 국민이 돼지열병의 여파로 또 타격을 입는다는 것은 참혹한 일이다. 정부 당국의 용의주도한 대응과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방제와 대응에 실낱 빈틈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