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학은 어느 틈엔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통계수치의 변화는 이제 정치권은 물론 각계각층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가 됐다. 특히 국민의 지지 여부와 그 수준에 따라 희로애락이 갈리는 정치권은 그 파장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지닌다. 추석을 지나면서 밝혀진 여론의 향배 중에서 가장 엉터리는 각 정당이 전하는 민심의 소재다. 그들은 그저 듣고 싶은 말만 골라서 듣고 와서 전하는 눈꼴신 작태를 재연하고 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여야 정치권이 내놓은 민심은 여전히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추석 민심 간담회’를 열고 민생 타령을 늘어놨다. 이 원내대표는 “추석 밥상의 화젯거리는 단연 민생이었다”며 “수사는 검찰이, 검찰개혁은 장관이, 정치와 민생은 국회가 담당해 조국 블랙홀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앞 본청에서 ‘추석 민심 국민 보고대회 겸 위선자 조국 사퇴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황교안 대표는 “조 장관이 있어야 할 곳은 (검찰) 조사실이다.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의 관계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권이) 조국 임명으로 사법을 장악하고, 선거법 개정으로 장기집권을 꾀해 헌정을 농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서울 세종대로 세종대왕상 앞에서 ‘2차 촛불집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이라는 시한폭탄을 껴안고 있다. 시한폭탄이 터지면 대통령이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대체로 야당은 ‘조국 장관 임명’을 소재로 정치공세에 나서고 있는 반면, 여당은 ‘민생’을 방패 삼아 막아서고 있는 형국이다.

여론조사기관의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도가 빠지면서 중도 무당층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놓고도 서로 엉뚱한 해석을 내놓으면서 궤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도무지 자성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이 같은 행태야말로 정치 전반에 대한 국민의 혐오를 폭발시키는 요인이다. 철저한 자기반성을 기반으로 민심을 좀 더 겸허히 받드는 정당들이 돼야 한다. 그래야 고달픈 민생이 조금이라도 희망을 찾을 것 아닌가. 참으로 한심한 정치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