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내년 첫 도입안 발표
전면시행 전 제도 안착 계획
3년간 204단위→192학점 이수
산업체 체험·실습 시 학점 인정
내신·졸업제도 손질은 빠져
결국 ‘반쪽짜리 실험’ 지적도

마이스터고 학점제 도입에 따른 변화 모습.
고등학생도 대학생처럼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가 내년 마이스터고에 처음 도입된다. 오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시행을 앞두고 교육과정이 비교적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마이스터고에 학점제를 미리 적용해 안정적으로 제도를 안착시키겠단 뜻이다.

교육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학년도 마이스터고 고교학점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마이스터고는 산업계 수요에 맞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직업계고다. 직업계고 전공과목과 같은 개념인 ‘전문교과(Ⅱ)’가 이미 학점제에 적합한 성취평가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고교학점제 실험장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마이스터고는 3년간 204단위 이수에서 192학점 이수로 바뀐다. 1단위·학점이 50분짜리 수업 17회를 의미하므로 이번 변화로 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수업시간은 3년간 2천890시간에서 2천560시간으로 줄어든다. 일주일 수업이 34교시에서 32교시로 줄어드는 셈이다.

수업이 줄어든 대신 대외 활동을 활성화해 산업체·대학 등에서 체험이나 실습에 참여하면 이를 학점으로 인정해준다. 정규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비율은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한다. 전공 외 학과 수업을 24학점 이상 들으면 부전공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마이스터고 고교학점제 우선 적용과 관련 ‘반쪽짜리 실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제도와 졸업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고교학점제는 대입 제도와 고교 내신 제도를 전부 함께 바꿔야만 고교 현장에 제대로 도입될 수 있는 제도다. 완전한 학점제가 되려면 학생이 어떤 과목을 수강해도 유·불리가 없도록 모든 과목에 성취평가제가 도입돼야 한다. 요건만 충족하면 졸업하는 유연한 졸업제도와 성취기준에 미달했을 때 F학점을 주는 평가제도, 재수강과 학년 구분 없는 수강신청 등도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고교체계에서 학점제를 도입하려면 교육과정과 평가제도, 졸업제도 등 세 가지 측면을 손질해야 한다.

교육과정 면에서는 이수기준을 학점으로 바꾸고, 평가면에서는 모든 학생이 서로 다른 과목을 듣기에 형평성을 고려해 성취평가를 전면 적용해야 한다. 졸업제도는 요건만 충족하면 졸업할 수 있도록 유연성이 확대돼야 한다. 이처럼 학점제와 동반돼야 하는 성취평가제를 정부가 일부만 시행하려 하자 ‘반쪽실험’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결국 내년부터 학점제가 시행되는 마이스터고에서는 최소 성취수준에 도달하지 못해도 낙제점을 받지 않는 수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학생들은 성취수준을 달성하지 못해 F학점을 받는 게 아니라 보충학습으로 어떻게든 성취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보충학습 참여 여부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된다.

현재 교육부는 성취평가제 전면도입 시점을 일러야 2022년, 늦으면 2025년으로 검토하겠다고 미룬 상태다. 마이스터고와 성격이 비슷한 특성화고에는 2022년 학점제가 도입된다. 동시에 일반고에도 2015 개정교육과정 교과목 구조와 이미 결정된 입시제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학점제가 일부 도입된다. 모든 고교에 학점제가 도입되는 시점은 2025년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마이스터고 전문교과(Ⅱ)와 일반고 진로선택과목에 성취평가제가 적용돼 있다”면서 “진로선택과목 외 다른 교과는 2025년 입학생부터 성취평가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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