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인류 보편의 가치란 무엇일까? 특정 종교나 문화에 따라서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사람답게 살 권리, 즉 인권(人權)이야말로 가장 보편적인 인류의 가치가 될 것이다. 21세기인 지금은 많은 나라들이 개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역사는 그리 길지가 않다. 민주주의의 기원을 고대 그리스까지 소급하기도 하지만 노예나 여성을 차별하는 등 오늘날의 민주주의와는 다른 개념이었다. 현대적 인권의 개념은 자연법 사상에 의거한 자연권의 관념에서 시작하여 프랑스혁명 등을 거치면서 보편적 인권의 개념으로 형성·발전되었다.

자연법 사상이란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 생태계의 모든 생명체들은 우열이나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인류 역시 생태계의 한 종(種)으로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면 모든 개인은 한 생명체로서의 존엄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사회에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어서 종교나 제도나 이념에 의해서 그런 존엄성이 침해되고 제약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을 시작으로 한다. 당시 선포된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독일의 바이마르헌법에 따른 것으로, 헌법이 규정하는 인권이란 일차적으로는 정치적 권리의 보장을, 나아가서는 보편적, 경제적 권리의 보장과 복지사회의 구현까지 아우르는 것이다.

인류 역사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세계인권선언과 같은 보편적 가치에 대한 세계적인 합의에 이른 것을 들 수가 있다. 1948년 12월 10일 유엔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은 2차 세계대전으로 자행된 온갖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한 반성과 대응으로 생겨난 것이다. 전문과 30개 조항으로 구성된 세계인권선언은, “인류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갖는 고유한 존엄과 평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승인하는 것은 세계의 자유와 정의와 평화의 기초”라고 선언하면서 전문을 시작한다. 그리고 각 30개의 조항은 인간의 생명과 자유, 개인의 안전, 시민사회 내에서의 권리, 정치체제 내에서의 권리,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를 잘 보장하고 보호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한편 유엔인권소위원회는 1997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유엔 차원의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하였다. 북한인권결의안은 2003년 제59차 유엔인권위원회부터 3년 연속 채택되었으나 북한인권 상황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게 되자, 2005년부터 유엔총회에서도 채택하고 있다. 그 결의안에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개선을 위한 인도주의적 기술협력과 대화를 포함하고 있다. 북한인권결의안의 주요 내용은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매춘, 영아살해, 외국인 납치 등 각종 북한 인권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는 한편 북한 주민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도 이와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를 기본으로 하는 원칙을 벗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통일이든 평화든 그것은 오로지 우리의 동포인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핵무기를 가지고 세계를 위협하는 김정은 일당과 협상을 하는 것도 저들이 저지를 수 있는 또 다른 범죄를 막기 위한 방편인 것이지 그들의 체제를 정당화해서가 아니라야 한다. 비록 전략적으로는 그들과 대화를 할지라도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한다는 대의에 어긋나지 않은 선에서만 명분을 가질 수 있다. 탈북자 모자가 굶어죽는 대한민국, 이 정부의 대북정책에 심각한 오류와 착각이 있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