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지금 지구촌은 ‘지속가능’이라는 공통된 숙제 해결에 골몰하고 있다. 이 말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전 세계가 한 목소리로 이 지속가능이라는 목표에 동참할 정도로 옳은 이야기지만 그것을 위해 포기하는 것이 크다고 여겨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다. 지구촌의 과학문명이 발달하면서 세계의 산업경제가 발전하는 동안 지구 생태계가 병들고 급기야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음을 이제야 깊이 인식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포항도 지구촌의 축소판과도 같은 발전 과정을 거쳤다. 시로 승격한지 1년 만에 발발했던 한국전쟁은 도시 포항의 모습을 거의 지워버렸다. 당시 포항시민 즉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들은 생업의 터전이었던 바다가 메꾸어지고, 울창했던 산림과 산허리가 잘려나가고, 마실 정도로 맑았던 강물이 막히거나 오염되는 것 정도는 신경쓸 겨를조차 없었다. 당장 내 가족이 머물 곳을 마련하고 배불리 먹일 수만 있기만을 바랐다. 희망찬 ‘내일’보다 당장 눈앞의 ‘생존’이 중요하였던 것이다. 그로부터 오륙십년이라는 세월 동안 포항시 인구는 6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늘어났고, 국가경제 성장에 필요한 산업의 쌀인 철강을 공급하였다는 자부심도 가지게 된 반면 원래 지녔던 적지 않은 천혜의 자연과 생태환경을 잃어버린 것도 사실이다.

지금 포항시는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지역경제의 주력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과거와 같은 급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인구사회구조도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더구나 과거처럼 환경파괴와 같은 것을 도외시한 채 무분별한 개발로 성장을 견인하는 방법은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다른 나라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포항도 언젠가 ‘소멸도시’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속에 ‘지속가능’을 보다 분명하게 의식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

다행히도 포항시는 상대적으로 다른 곳에 처지지 않는 ‘지속가능’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포항시는 대구·경북지역의 유일한 바다의 관문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국제화물과 국제여객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영일만항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조만간 영일만항까지 철도망이 진입할 수 있는 인입철도가 연결되고, 국제페리선이나 국제크루즈선을 타고 해외에서 관광방문객이 찾아올 수 있는 국제여객부두도 완공을 앞두고 있다.

포항시가 추구할 ‘지속가능’의 방법론은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국제항만도시’라는 정체성을 포항시와 시민들이 어떻게 정립하고 활용해 나가는가에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본다. ‘환동해권’을 좁은 시각으로 보면 한반도 동해안과 중국 동북3성,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그리고 일본 서안지역 정도다. 이 권역에서 국제 화물과 국제여객을 수용 가능한 해외관문 가운데 포항은 충분히 거점도시로서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 환동해는 영일만항을 거점으로 포항시가 앞으로 확장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잠재적인 경제영토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은퇴한 산업역군, 사업가, 연구원 등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포항시민은 포항시가 ‘지속가능’을 추진하는데 최고의 자원이며 바로 그들이 주역이 되어야만 한다. 포항의 미래 경제영토인 환동해권과 이들 시민은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포항에는 특급호텔이 없는 것이 약점이라고 한다. 하지만 포항에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은퇴자나 은퇴예정자들도 많다. 이왕이면 이들이 영어 외에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중 하나 정도는 더 공부하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준비된 시민들부터 국내외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홈스테이를 추진하였으면 한다. 그럴 경우 포항은 미래 경제영토인 환동해권을 선점하며 ‘지속가능한’ 해양관광도시 포항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