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보내는 메시지
영화 ‘기생충’이 보내는 메시지
  • 등록일 2019.08.12 19:15
  • 게재일 20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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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룡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사람에게 기생충(寄生蟲)은 이나 벼룩 같은 외부 기생충과 회충 또는 십이지장충 같은 내부 기생충이 있다. 조선의 허준(1539~1615)이 지은 동의보감도 대부분 중국의 각종 의서 내용들을 그대로 인용하는 데 그쳤다. 그 예를 보면 ‘사람이 고단할 때 열이 있으면 충이 생기는데 이 심충(心蟲)을 회충, 비충(脾蟲)을 촌백충(寸白蟲), 폐충(肺蟲)은 누에와 같으니 모두 사람을 죽이는 병으로서 그 중 폐충이 가장 급한 병이다’ 라고 천금방(千金方)의 기록을 인용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관객수 1천만을 넘었다. 인간 기생충을 다룬 이 영화는 한국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흥행은 현실의 사회상을 반영한 대중성이 높을수록 성공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지상과 지하를 경계로 지상의 집에 도착해도 다시 계단을 오르는 부유층과 반지하에서 작은 창문 틈을 통해 위를 봐야 세상이 보이는 지하방, 그리고 더 지하로 내려가서 사는 하층계급을 다룬다.

이 영화에는 계획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부자인 IT회사 사장은 직원들과 회사경영의 계획을 세우며 그 계획을 성공시켜 부를 이루지만, 가난한 계층은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안 되니, 하루하루를 살며 무계획을 계획으로 살아가게 된다.

땅을 경계로 지상과 지하 즉 피라미드형 사회적 계층으로 지상은 언제나 풍족하고 폭우 앞에서도 걱정 없지만, 반지하부터는 물에 잠겨 피난을 가야 한다. 신계급주의사회의 양단에 살고 있는 두 가족의 거주형태는 빈민계층 사람들이 아무리 위로 올라가려 해도 불가능해 현실사회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없는 자의 몸에선 늘 가난이란 냄새가 공통적으로 풍긴다. 이 냄새는 옷을 빨아도 없어지지 않는 찌든 생활의 냄새이다. 빈민층끼리는 못 맡지만 부유층에선 쉽게 맡아 이 냄새를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삶이 고통으로 찌들면 여유가 없어 남을 배려하거나 동정심은 사라지고 증오와 미움만 남는다는 인간심리 또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부유층은 빈민층이 선을 넘는 것을 싫어한다. 이 선이란, 운전기사는 기사로서, 가정부는 가정부로, 각자 위치에서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하되 상부층에 도전하지 말라는 선이다. 기생충 가족이 일시적으로 성충이 되어 보지만, 결국 못 견디고 숙주(宿主)가족을 공격한 후, 파멸되어 스스로 본연의 자리인 지하로 내려간다.

달팽이는 몸속의 수분이 많이 증발하기 때문에 건조한 곳에 오래 있지 못한다. 하지만 바다달팽이는 기생충에 감염되면 매일같이 바위 위로 올라와서 갈매기들의 먹잇감이 된다. 이는 갈매기 몸속에서 번식할 수 있는 기생충이 달팽이를 이용한 것이다. 비슷한 경우로 개미도 있다. 평소에는 풀숲 사이로 기어 다니던 개미가 기생충의 공격을 받으면 자꾸만 풀잎 끝으로 기어오른다. 그리곤 풀을 뜯는 가축의 장으로 들어간다. 초식동물의 장 속에서 번식하는 것이 이 기생충의 삶이다. 영화는 우리 사회의 빈부의 양극화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사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의 살아가는 동선을 보면 거의 안 겹치는 게 현실이다. 기생충 중에 가장 무서운 것은 국민을 숙주로 한 것이다. 어둠속에서 유권자들이 맡긴 권력을 이용하여 청탁이나 횡령 등으로 부패한 공직자들, 정치권력을 가진 엘리트가 대중매체 등을 이용해 그들의 의도대로 대중조작해 언론소비자들을 마취시키는 행위에 편승한 언론사는 회충 같은 내부 기생충이며, 패거리 정쟁을 일삼고 일을 안 하는 국회나 직권남용 같은 사례는 벼룩 같은 외부 기생충들이다. 대체로 이런 기생충들은 정치 후진국에서 많이 나타난다. 이런 독버섯 같은 기생충이 토착화하기 전에 완전 제거가 안 되면 사회와 나라는 병들어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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