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규제조치를 강행한 이후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일본의 이같은 조치에 강하게 반발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기는 시원·통쾌·상쾌할 정도였다.

특히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란 대통령의 선언에는 마치 3.1독립운동 선언때 같은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에 대한 문 대통령의 태도는 그 이후에도 한결같이 단호하다.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일본은 결코 우리 경제의 도약을 막을 수 없다”면서 “오히려 경제강국으로 가기 위한 우리의 의지를 더 키워주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펼쳤다. 바로 다음 날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발사체를 쏘는 바람에 평화경제에 대한 비판론이 들끓기는 했지만 말이다.

지난 7일에는 문 대통령이 일본 경제보복 사태 후 첫 부품소재 생산기업 현장 방문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찾은 경기 김포시의 정밀제어용 감속기 생산 전문기업인 SBB테크는 일본에서 수입해 오던 ‘로봇용 하모닉 감속기’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업체다.

문 대통령은 “수출규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데 SBB로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제자문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대해 “자유무역 질서와 국제분업 구조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고도의 분업체계 시대에 나라마다 강점을 가진 분야가 있고 아닌 분야가 있는데,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국제 자유무역 질서가 훼손된다”면서 “일본의 기업들도 수요처를 잃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므로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명을 어떻게 바꾸든, 일본의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이라고 규정한 뒤 “이는 다른 주권국가 사법부의 판결을 경제문제와 연결시킨 것으로, 민주주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에도 위반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기대책부터 시작해서 우리 부품·소재 산업의 국산화 등 경쟁력을 높이고, 더 나아가서는 전반적으로 위축된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보다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장기대책까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잔치에는 우리가 일본에 맞대응할 카드가 정확히 무엇인지 친절한 설명이 없다. 알맹이가 빠져 있다. 그냥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했고, 국력도 많이 신장했으니, 맞싸워서 이기겠다는 얘기다. 최근 퇴근 뒤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궁금증은 한결같았다.

우리 정부가 일본을 압박해 이길 카드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사태를 풀어 나갈지에 대해 상세히 알고 싶다는 주문이었다. 필자도 민심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과 청와대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 지 열심히 취재해 봤지만 근거없는 자신감의 피력만 반복될 뿐 설득력있는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본의 조치에 상응해 맞춤형 대책을 세우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 지는 밝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작전상 알려주지 않겠다니 마구 따지기도 어렵게 됐다.

다만 큰 소리는 쳤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일 뿐이다. 이쯤되면 대통령은 응답해야 한다. 일본 수출규제조치는 이런저런 방안으로 헤쳐나갈 작정이고, 단거리미사일 쏴대며 난리치는 북한은 요런저런 방법으로 살살 달래서 협상장에 자리 앉혀 평화경제를 실천해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혀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주인의 궁금증을 풀어줄 의무가 있다. 대통령은 응답하라.